[취재파일] 경기부양책이 된 '세무조사 면제' 카드

'세무조사 걱정말고 일자리 만들어라'

정호선 기자 hosun@sbs.co.kr

작성 2018.10.05 13:54 수정 2018.10.06 18: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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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승희 국세청장이 "일자리 창출기업은 세무조사에서 제외하거나 유예하고, 청년 고용시 우대나 비정기조사 축소 등 세무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번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에게 내년 말까지 세무조사 면제할 것에 이은 '세무조사 수혜' 2탄입니다. 당시에도 한 청장은 "우리 경제의 뿌리인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이 세무검증 걱정 없이 사업에만 전념하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경제 하려는 의지를 북돋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이런 선심의 근간에는 '세무조사 걱정 말고 일자리 만들자, 세무조사 걱정 말고 사업에만 전념하라'라는 생각이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일자리 만드는 것과 세무조사로 인한 부담이 교환 대상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왜 세무조사가 경기 살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에 대한 보상수단이 돼야 하는지 '유리지갑'인 직장인 대부분은 공감가지 않는다는 반응입니다.

심지어 정책 수혜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들도 시큰둥한 분위기입니다. 소액까지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에 탈세가 원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탈세집단으로 비춰질까봐 우려스럽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따른 '소상공인 달래기' 정책의 일환이었는데, 소상공인은 오히려 미봉책에 불과한 정책이라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569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해서 내년 말까지 일체의 세무검증을 하지 않겠다는 게 주 내용이었는데, 적용대상 인원이 본래 많지 않았다는 점은 빼고 대상자 규모가 크다고 홍보한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

- "정부의 소상공인 세무조사 면제, 원래 하지 않던 것"
- "전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잠재적 탈세범 취급한 선심 정책, 실효성도 없어"


소상공인연합회는 "정부가 세무조사 면제로 마치 570만 명에 대한 자영업자에게 혜택을 베푸는 것처럼 말한다."며 "지난해 세무조사를 받은 자영업자가 5000명도 안 된다. 대부분 의사나 약사 등 전문직종이거나 유흥업 종사자"라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7년 수입금액 5억 원 이하 개인사업자 세무조사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2017년 수입금액 5억 원 이하 전체 개인사업자 545만7313명 중 세무조사 건수는 단 1335건 뿐이었습니다. 이는 전체의 0.024%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2015년과 2016년의 세무조사 실적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아 2015년 세무조사 건수는 466만8542명 중 1126건(0.024%), 2016년은 508만2030명 중 1577건(0.031%)의 수준이었습니다.

또 형평성의 문제입니다. 즉 소상공인들은 "우리가 세금을 안 내겠다는 것도 아닌데, 탈세 집단으로 비춰질지 우려스럽다"며 "이번 대책에서 부가가치세를 면제받게 되는 자영업자 기준을 연 매출 2400만 원 이하에서 3000만 원 이하로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하루 매출이 고작 7만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세금이 원천 징수되는 유리지갑 근로소득자들도 그다지 기분 좋지 않습니다. 세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고 살림살이도 빠듯한데, 무엇보다 직장인들도 경제 주체의 하나로 열심히 일하며 세금은 만져보지도 못하고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누구는 그걸 면제해주는 혜택의 대상이 된다는 소식이 썩 달갑지 않다는 겁니다.

● 세무조사 '경제활성화 대책' 활용, 과거부터 이어져온 관행

사실 세무조사가 경제 활성화 대책으로 활용되는 것은 역대 모든 정부에서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창업 기업, 고용증대기업에 대해 세무조사 유예해주고, 이명박 정부는 신성장동력, 일자리창출기업은 조사 선정에서 제외 해줬습니다. 박근혜 정부도 고소득 자영업자는 기획조사 강화하는 대신 100억 이하 중소법인 정기조사에서 제외하고 일자리창출기업도 정기조사에서 빼 줬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런 건 줄여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탈세 의혹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는 당연한 일입니다. 탈세 자체가 국고를 터는 절도행위와 다름없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이죠. 그 액수의 크고 작음, 편법과 합법사이를 넘나드는 수법의 교묘함과 반복 여부 등을 따져봐야 겠지만, 세무조사를 하고 안하고가 시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있습니다.

특히 이런 관행이 우리나라에서 탈세 범죄가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됐다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세금을 다 충실히 신고하고 납부하면 바보'라는 잘못된 인식은 편법으로 절세와 탈세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들게 만드는 유혹에 들게 합니다. 이런 그릇된 인식이 형성되는데 세무당국도 일부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대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정치적인 수단으로 삼았던 일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기업 '손보기' 차원에서 세무조사를 활용하거나, 세무조사를 건너뛰고 면해주면서 시혜인 양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어느 집단에 대한 정권 차원의 압박이 가해질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전격적인 세무조사죠. 털어서 먼지 안나는 곳 없다고 반드시 흠집을 잡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에 세무조사가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자리 창출 기업에게 세무조사를 내년 말까지 연장한다고 발표한 조치도 그런 시각으로 볼 때 적절치 않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탈세해도 괜찮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고, 어느 정도 일자리를 창출하면 대상이 되는 건지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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