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모나자이트' 들어간 양말·페인트, 왜 공개 못하나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18.09.30 16:55 수정 2018.09.30 17: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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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 침대의 원인 물질로 밝혀진 모나자이트가 각종 생활용품에도 쓰였다는 소식, 얼마 전 SBS 8시 뉴스를 통해 전해드린 바 있습니다. '음이온' 효과를 내기 위해 라돈 침대에 쓰인 것으로 확인된 모나자이트가 양말과 팔찌, 목걸이, 페인트와 타일 등 각종 생활용품에도 들어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모나자이트는 희토류 원소를 포함하는 인산염 광물로, 자연방사능을 방출하며 주로 산업용으로 쓰입니다.

▶ [단독] 양말·페인트까지…곳곳에 라돈 뿜는 모나자이트 (09.17 SBS 8뉴스)

이 소식은 라돈 침대 사태 이후 문제가 된 모나자이트 사용 실태에 대한 정부 (원자력안전위원회) 조사 결과를 국회 노웅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뒤 보도한 것입니다. 앞서 SBS는 라돈 침대의 원인물질로 밝혀진 모나자이트를 국내 한 업체가 독점 수입했고, 이를 66개 업체에 납품했다는 소식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해당 업체를 밝히라는 요구가 잇따르자 정부가 조사에 들어간 겁니다. 당시 모나자이트가 방사성 물질임에도 어디에 납품했는지 정도만 신고하게 되어 있고 어떤 제품에 얼마나 쓰였는지는 파악조차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라돈 뿜는 모나자이트, 양말·페인트에도■ 양말·팔찌·목걸이·뜸질기에도…대부분 '음이온' 내세워

조사 결과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된 내수용 생활용품은 15개 업체가 제작한 10여 종의 제품입니다. 침대와 전기매트용 부직포, 팔찌, 목걸이, 모발건조기, 세라믹 방석, 뜸질기, 페인트, 양말, 타일, 전구 소켓입니다. 이외 자동차 엔진 부품같은 공업용 제품 2종에도 쓰인 것으로 드러났지만 사람들이 사용하는 생활용품은 아니기에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침대는 아시다시피 대진침대 하청업체에서 생산한 제품이고 팔찌·목걸이는 흔히 건강팔찌나 건강 목걸이로 알려진 제품들로 조사됐습니다. 양말 역시 건강 양말, 음이온 양말이라고 광고하는 제품인데 이런 제품의 공통점은 양말 바닥에 미끄럼방지용 돌기가 나 있다는 겁니다. 주로 이 돌기에 모나자이트 가루를 첨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미끄럼방지 장치가 된 모든 양말에 모나자이트가 들어간 것은 아닙니다)
강청완 취재파일이쯤 되면 눈치 채셨겠지만 이런 제품 대다수가 대진침대와 마찬가지로 '음이온'이나 '원적외선' 같은 기능성을 내세운 제품들입니다. 음이온과 원적외선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생활 곳곳에서 널리 쓰여 왔지만, 엄밀히 과학적으로는 검증된 적 없는 개념입니다. 충분한 근거 없이 막연히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내세웠던 겁니다. 문제가 된 대진침대 역시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를 '음이온 가루'로만 알고 매트리스에 도포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이 밖에 11개 업체에서 해외 수출용 카페트와 수액 패치 등을 만들어 수출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평가 대상에서는 제외됐습니다. 관련법인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내수용 제품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해당 제품들은 전량 해외로 수출됐기 때문이라는 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설명입니다. 이 가운데 1개 구매처로부터 모나자이트를 납품받은 2개 업체에서 생산한 카페트에서는 기준치인 연간 1mSv를 초과한 연간 2.34mSv, 4.98mSv의 방사선이 확인됐지만 원안위는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역시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입니다. (이 카페트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외 24개 업체의 경우 실험·연구용으로만 모나자이트를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고 7개 업체는 사용하지 않고 보관만, 9개 업체는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침대 외에는 '기준치 이하'…측정 기준 영향

다만 위 제품들 가운데 침대를 제외한 다른 내수용 생활제품의 방사선 피폭량은 연간 기준치(1mSv)를 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가장 많이 검출된 제품은 목걸이로 연간 0.348mSv 수준이었습니다. 전기매트용 부직포는 0.0769mSv였고 팔찌와 모발건조기, 뜸질기 등에서는 아예 방사선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내수용 가공제품(생활용) 내부피폭 측정 시나리오 (요약) / 조사: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료제공: 국회 노웅래 의원실이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합니다. 흔히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위 표의 경우 일일이 측정기를 통해 산출한 수치가 아닙니다. 물론 초기 과정에서 기기를 이용하거나 시료를 태우는 측정법 등을 통해 라돈이나 방사선 수치를 재긴 합니다만, 일반적으로는 이 값을 바탕으로 제품 특성에 따라 사용 시간, 면적, 호흡기와의 거리 등을 감안한 측정 시나리오를 마련한 뒤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면 침대의 경우 호흡기와의 거리가 5cm 이내, 하루 8시간, 365일 잔다고 가정해 연간 피폭량을 산출하는 겁니다. 이번 조사의 경우에도 전문가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내부피폭 측정기준을 따로 설정했습니다.

따라서 침대를 제외한 다른 생활용 제품의 경우 대부분 연간 기준치를 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미 조사 전부터 나왔습니다. 침대야 사람이 밀착해 라돈(토론)을 흡입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지만 팔찌나 목걸이야 얼마나 쓰겠냐는 겁니다. 모발건조기나 뜸질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생활용 제품의 경우 '연간 기준치'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회의적인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애초에 연간 기준치라는 게 X-ray나 CT촬영 같은 특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불가피한 인공방사선을 감안해 설정된 기준인 만큼 생활용품에 적용하기에는 적합지 않다는 지적이죠.

주무부처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이런 지적에 어느 정도 수긍하는 분위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으로 가공제품에 대한 연간 기준치가 정해져 있고, 내부피폭에 대해서는 국제적으로도 기준이 없기 때문에 당장 별다른 방법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신 원안위는 앞으로바뀔 관련법 개정안에는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을 담겠다고 밝혔습니다.

■ 모나자이트 쓴 업체·제품명, 공개 못하는 이유는

서론이 길었습니다만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그래서 그 제품이 어떤 제품이냐"는 겁니다. 일단 무슨 제품인지 알아야 쓸지 말지 할 것 아니냐는 거죠. 방송이 나간 뒤 기사에도 "업체와 제품명을 공개하라"는 댓글이 수백 개 달렸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저희가 입수한 보고서에도 제품명이나 업체명은 나와 있지 않았습니다. 비공개의 가장 큰 이유는 '피폭량이 연간 기준치 이하라서 현행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제품명이 공개될 경우 해당 업체에 불이익이 갈 가능성이 큰데, 법을 위반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공개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원안위의 입장입니다. 같은 이유로 공개했을 때 예상되는 해당 업체의 반발도 또 하나의 비공개 사유로 꼽힙니다. 실제 일부 업체의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원안위에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원안위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습니다. 원안위는 어디까지나 법을 근거로 움직이는 정부 기관입니다. 행정 조치에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며, 책임이 예상되는 조치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원안위 입장에선 침대에 이어 또 한 번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안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위험하다며 공개할 수도 없는 상황. 그나마 침대 때는 기준치라도 넘겼지 이번에는 그것도 아닙니다.

결국 답답한 건 소비자들입니다. '공개할 수 없다'는 원안위 입장을 일정 부분 이해는 하면서도 100% 수긍하기 힘든 건 이 때문입니다. 현행법 위반 여부를 내세우는 원안위 해명에는 모나자이트 사용 업체에 대한 고려는 들어가 있지만 정작 소비자에 대한 배려는 빠져 있습니다. 지금으로선 소비자가 불안해도 원안위가 공개하지 않는 이상 업체나 제품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쓰지 말아야 할 재료 써…비공개 이유 없다"

이 때문에 학계와 시민단체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안위가 모나자이트를 납품받은 66개 업체와 모나자이트가 사용된 제품명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모나자이트 사용 업체와 제품명을 공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대표적 인삽니다.

이 교수는 SBS와의 통화에서 "모나자이트는 애초부터 생활용품에 사용할 이유가 전혀 없는 물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일부 산업용도 이외 별다른 기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음이온'이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개념 탓에 쓰이지 않아야 할 곳에 쓰였다는 겁니다. 쓰지 말아야 할 물질을 쓴 것이니 업체를 보호해줄 필요도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입니다. 모나자이트에 대한 이 교수의 설명입니다.

"모나자이트에는 두 가지 용도가 있다. 모나자이트 광석에서 희토류를 분리해 전자제품 등에 사용하거나 혹은 토륨 성분을 활용해 원자력 발전에 응용하는 경우다. 그런데 두 경우 모두 우리나라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우선 희토류를 분리해할만한 시설이 없기 때문에 그냥 분리된 희토류 자체를 수입해서 쓴다. 또 원자력 발전의 경우, 모나자이트를 활용하는 토륨 원자로는 인도에나 활성화되어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다. 이 두 가지 용도를 제외하고서는 쓸 이유가 하나도 없다. 생활용품에는 당연히 들어갈 이유가 없는 물질이다"

이 교수는 이어 "원안위가 라돈 침대 사태 이후 모나자이트 유통 실태를 다 파악하고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원안위는 다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다가 소비자 제보로 문제 제품이 하나하나 알려질 때마다 그제야 '어, 맞아. 거기에도 들어갔어' 하는 식으로 밝힌다. 완전히 코미디"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원안위가 현행법 규정 뒤에 숨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는 이야깁니다.
이덕환 교수 (사진=연합뉴스)이 교수는 또 원안위가 비공개 이유로 드는 '연간 기준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애초에 1mSv 라는 기준치는 우리가 병원에서 엑스레이나 CT를 찍을 때처럼 '어떤 기대이익이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피폭량의 한도'라는 의미가 있다는 겁니다. "팔찌, 목걸이, 양말의 경우 기능성이 과학적으로 전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대이익이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인공방사선 피폭을 감수할 이유도 전혀 없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입니다.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이유로 마치 문제가 없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건 넌센스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라돈 침대 사태 초기부터 줄기차게 다뤄온 'ALARA 원칙'을 감안하면 이런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립니다. ALARA는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의 약자로 피폭량을 '가능한 수준까지 최대한 줄이라'는 원칙입니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가 1977년에 방사선 방호의 최적화 원칙으로 확립한 개념이고 우리 원자력계도 이를 기반으로 움직입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위 생활용품으로 인한 피폭은 그 양이 미미하더라도 '불필요한 피폭'입니다. 역시 생활방사선 문제를 오랫동안 다뤄온 주영수 한림대학교 의대 교수는 "목걸이든, 팔찌든 해당 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연성은 당연히 있다"면서 "가능한 한 최대한 낮게 적용하라는 (ALARA) 원칙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현행법 위반이 아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안위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기준치보다 낮다고 해서 문제가 안 되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적은 위험을 일부러 과장할 필요도 없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알 권리를 제한받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주어져야 하고, 선택을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는 건 당연한 사실입니다.

■ 원안위 '딜레마' 알지만…적극적인 법 해석 필요

' 기준치 이하라 공개할 수 없다'는 원안위의 입장에는 또 한 가지 모순점이 존재합니다. 기준치보다 낮아 "위해성이 낮다"고 주장하면서도 앞으로는 생활용품에 모나자이트 사용을 금지하겠다는 대목입니다. 마치 현 실태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앞으로는 바꾸겠다는 건 자가당착에 가깝습니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원안위의 '딜레마'도 이해는 갑니다. 정부 기관으로서 담당 분야의 기업을 보호하고 균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임무입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정말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잘못을 감추고 일을 키우지 않기 위한 것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 기관과 기업의 입장만큼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합니다. 위험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있다면,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게끔 해야 합니다. 원안위의 보다 적극적인 법 해석과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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