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초강력 허리케인 '플로렌스', 기후변화가 괴물 만들었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9.15 09:16 수정 2018.09.15 11:3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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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허리케인 '플로렌스' (9월 12일, 자료: NASA)기록적인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초강력 허리케인 '플로렌스(Florence)'가 미국 남동부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14일 아침 노스캐롤라이나 웰링턴 부근 해안에 상륙한 허리케인 플로렌스는 현재 1등급으로 세력이 다소 약해졌지만 한때 시속 225km(시속 140마일, 초속 62.5m)의 강풍을 동반한 4등급 허리케인까지 발달했었다. 특히 최고 1m가 넘는 비를 뿌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허리케인 플로렌스 앞에는 일찌감치 '재앙적 폭우', '물폭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만약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허리케인 플로렌스는 이처럼 기록적인 초강력 허리케인으로 발달할 수 있었을까? 기후변화는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위력을 얼마나 강화시킨 것일까?

허리케인을 연구하고 있는 미국 뉴욕의 스토니브룩 대학교(Stony Brook University, SUNY)와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 국립대기과학연구소(National Center for Atmospheric Research) 연구원들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플로렌스를 어떻게 괴물로 만들었는지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기후변화로 인해 얼마나 강력해졌는지 구체적인 수치로 산출하는 실험을 했다.

일반적으로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허리케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바다는 더 뜨거워지고 대기 중 열과 수증기는 더 늘어난다. 연구팀은 먼저 전 지구 예측 모델(CAM5)과 실제 관측 자료를 이용해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진로와 강도, 강수량 등을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실험은 기후변화가 허리케인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온도와 수증기, 해수면 온도(SST) 초기 자료에서 기후변화 효과를 제거하고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나 오존 농도, 에어로졸 농도 등은 산업화 이전 상태로 가정한 뒤 허리케인 플로렌스의 진로와 강도, 강수량 등을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두 실험의 차이를 통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플로렌스를 얼마나 더 강하게 만들었는지 분석한 것이다. 시뮬레이션 시작 시간은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강하게 발달하기 시작하던 지난 9월 11일 00시(UTC), 연구팀은 허리케인 플로렌스가 점점 매우 강한 상태로 발달해 대서양을 통과하고 미국 남동부에 상륙한 뒤 내륙을 관통할 때까지 7일 동안을 예측하는 실험을 했다. 예측 결과를 비교 분석한 기간은 9월 11일부터 15일까지 예측 앞부분 5일이다.

분석결과 우선 허리케인의 중심기압은 기후변화로 인해 더욱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케인의 중심기압이 낮아진다는 것은 기후변화로 허리케인이 더욱 강하게 발달하고 그만큼 기록적인 강풍을 동반한다는 뜻이다. 또 기후변화 영향으로 허리케인이 강한 세력을 더욱더 오랜 시간 동안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륙 지역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변지역에는 강수량이 5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열역학적 방법만으로는 만들어내기 어려운 많은 양의 비가 예측된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로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고 대기 중에 허리케인이 이용할 수 있는 열과 수증기가 늘어나면서 허리케인이 기후변화가 진행되지 않았을 때보다 배 이상 많은 비를 쏟아붓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기후변화 영향으로 상륙 시점 허리케인의 크기도 80km 정도나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로 인해 강수량은 배 이상 늘어나고 바람은 더욱 강해지고, 강한 세력은 더욱 오래 유지되는 괴물 허리케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허리케인이나 태풍, 집중호우 같은 어느 한 기상현상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콕 찍어 분리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후는 짧은 기간이나 특정 순간의 기상 현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의 기상 현상에 대한 평균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특정 기상현상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구체적인 수치로 논하는 것을 꺼려왔다. 특히 허리케인이 다가오기도 전에 기후변화 영향이 어느 정도 될 것이라고 예상한 경우는 지금까지 사실상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연구팀의 시도는 신선하다. 특히 앞으로 발생할 재앙 수준의 기상현상에서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구체적인 수치로 계산해 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물론 이제 연구의 시작이고 하나의 사례에 대한 예측 결과인 만큼 이번 연구에서 얻은 구체적인 수치를 일반화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허리케인이 점점 더 강해지고 강력한 허리케인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은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태풍과 허리케인은 발생지역만 다를 뿐 똑같은 열대성 폭풍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태풍은 더 강해지고 강한 태풍도 지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허리케인 플로렌스 앞에 '재앙적 폭우', '물폭탄'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처럼 앞으로 재앙 수준의 폭우와 강풍을 동반한 태풍이 늘어나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무심코 내뿜은 온실가스가 아주 고약한 괴물 태풍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참고문헌>
* Kevin A. Reed, Alyssa M. Stansfield, Michael F. Wehner and Colin M. Zarzycki, 2018: The human influence on Hurricane Florence.
https://cpb-us-e1.wpmucdn.com/you.stonybrook.edu/dist/4/945/files/2018/09/climate_change_Florence_0911201800Z_final-262u19i.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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