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MB재판 ⑭ - "개인 뇌물 혐의…나는 몰랐다"

MB 재판 쟁점 정리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18.09.16 10:31 수정 2018.09.16 11: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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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MB재판 ⑭ - "개인 뇌물 혐의…나는 몰랐다"
"MB 족속들은 모두 파렴치한 인간들이다. MB에 대한 증오감이 솟아나는 것은 왜일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인사라도 할 텐데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거짓말 탐지기를 해서 확인했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3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뇌물로 줬는데 고맙다는 인사도 못 받고, 원하던 인사상 특혜도 못 받았다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원망하는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이 전 회장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서는 이 전 대통령. 이런 모습은 이 전 대통령의 다른 뇌물 혐의, 그리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에서도 나타납니다. 쟁점 변론에서도 이런 모습은 반복됐습니다.

● "정보를 쥐고 돈 줄 사람을 물색한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미국 소송비 대납 혐의 외에도 약 43억 원 상당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습니다. 인사나 사업 청탁을 대가로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22억 6천여만 원)과 김소남 전 의원(4억 원),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5억 원), 손병문 ABC 상사 회장(2억 원), 능인선원 지광스님(3억 원)에게 36억여 원을 받은 혐의, 그리고 김성호(4억 원)·원세훈(2억 원+10만 달러)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7억여 원을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 등입니다.

쟁점변론에서 검찰에서 이팔성 전 회장 등으로부터 돈은 받은 혐의에 대해 "이팔성 전 회장과 김소남 전 의원은 명시적인 인사 청탁·공천 청탁을 하려고 돈을 준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최등규·송병문·지광스님이 준 돈에 대해서는 "묵시적 청탁을 한 것으로, 피고인(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들의 사업 업종이나 개황, 현안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보를 손에 쥐고 돈을 줄 사람을 물색해서 돈을 달라고 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검찰은 김소남 전 의원·이팔성 전 회장 관련 혐의와 관련해서 사건의 의미를 이렇게 규정했습니다. 김소남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정당 당직자가 아닌 피고인의 개인 대리인(김백준 전 기확관)이 돈을 받은 것이라 피고인이 받은 것과 마찬가지"라며, "대선을 매개로 한 대통령 후보의 개인 수뢰사건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라는 겁니다.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의 선임과 연임을 대가로 이팔성 전 회장에게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현직 대통령이 금전 청탁으로 금융기관 인사에 개입한 최초의 기소 사례"라고 규정했습니다. 정리하면 대통령이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취임 이전 혹은 재임 기간 중에 돈을 받아 그 만큼 죄질이 무겁다는 게 검찰의 입장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나는 몰랐다…배달 사고 났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몰랐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처벌할 수 없다, 배달 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식으로 맞섭니다.

우선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 손병문 회장, 지광스님 관련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 이 전 대통령 측은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 후원이었다고 주장합니다. 검찰은 최등규·손병문 회장에게는 4대강 사업 참여 등 사업상의 이익, 지광스님에게는 불교대학 설립 인가 도움이라는 청탁의 대상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명시적으로 '선거자금 지원' 요청을 받고 승낙해 지급한 것"으로 단순 정치자금 지원이라고 맞섭니다. 설사 이들이 청탁을 했더라도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아 이 전 대통령은 몰랐다는 취지입니다.

이들에게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하더라고 문제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 인정되면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전 대통령 측이 뇌물이 아닌 단순 정치자금법이라고 주장하는 건 시간이 오래 지나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의 공소시효는 현재 7년(대선이 있었던 2007년은 5년)인데, 문제가 된 때는 2007년이었으니 죄가 되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나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소남 전 의원과 관련해선 공천 청탁을 직접 받지 못 했고, 김 전 의원이 전달했다는 4억 원 중 2억 원은 전달되지도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화살을 김백준 전 기획관에게 겨눕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김백준 전 기획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김소남의 청탁을 보고했다고 하면서도 일관성 없는 불명확한 진술을 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은 김소남 전 의원으로부터 비례대표 공천의 대가라는 돈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또, 김 전 의원이 줬다는 4억 원 중 2억 원은 영포빌딩에 보관된 장부에 기재되지 않았다며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2억 원을 전달되지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이팔성 전 회장 관련 혐의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된 돈은 없었고, 이 전 회장은 한국거래소 회장이나 우리금융지주회장에 앉히려고 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청와대 관계자였다고 책임을 떠넘깁니다. "검찰은 대통령 주변인(형인 이상득 전 의원, 사위인 이상주 변호사)에게 전달된 돈을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이라는 비약적인 논리를 펴고 있다"며, "김희중 부속실장이 이팔성을 우리금융지주회장에 앉혀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이 전 대통령은 부담스러워 했다"는 겁니다. 스모킹 건으로 불리는 '이팔성 비망록'과 관련해서는 이상주 변호사를 협박해 뭔가를 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만든 것이라며 내용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 "국정원 자금 수수는 뇌물 수수" vs "모르는 일, 죄 안 돼"

이 전 대통령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 시기 2억 원씩 2차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기 2억 원과 10만 불의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김성호 전 원장은 '삼성 장학생'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회도 안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해 줬고, 원세훈 전 원장은 국정원 관련 사건으로 퇴진 여론이 있었지만 이를 무마해 준 대가로 이 전 대통령에게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쟁점 변론에서 김백준 전 기획관의 진술을 소개하며 "피고인, 박재완 전 정무수석과 자금 부족을 논의했고, 국정원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김 전 기획관이 피고인에게 자금 2억 원을 수령했다"며, "검찰이 파악하지 못 했던 걸 김백준이 먼저 진술했다"고 말했습니다. "박재완 전 수석도 일치되는 진술을 하고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는 것을 승인했고, 상납 받은 건 사실이라는 겁니다.

검찰은 국정원 자금을 청와대에 보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이 전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김주성 전 국정원 기조실장의 진술과 동선, 독대를 주선했다는 류우익 전 대통령실장의 진술과 행적 등을 제시하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불법적으로 상납 받은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국정원 기조실장이 대통령과 독대할 리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독대를 주선할 리도 없다는 취지입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김백준 전 기획관의 단독 범행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김주성 전 기조실장은 (김성호 원장 취임 전) 한 달 간 국정원에서 사실상 국정원장 노릇을 했던 사람"이라며, "김성호 원장 취임 후 불화가 생기자 청와대 내에 자신을 지지해줄 세력을 만들기 위해 김백준 전 기획관을 개인적으로 접촉해서 돈을 전달한 게 아니냐"는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일정을 검토해 본 결과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과 독대할 시간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실장이) 완벽하게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다른 진술도 진실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김 전 실장의 진술 전체를 부정하기도 합니다.
법정 향하는 이명박 (사진=연합뉴스)● "국정원 특수활동비 공적인 곳에 써…국고손실죄도 안 돼"

이 전 대통령 측은 설사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로 건너갔다고 하더라도 공적인 곳에 사용됐으니 죄가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보훈단체 지원금 용도로 쓰기 위해서 국정원 자금이 나오고 수령된 것"이라며, "목적대로 집행됐기 때문에 국고손실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겁니다.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와 관련해 뇌물죄와 함께 국고손실죄를 함께 적용했는데, 청와대로 건너간 돈이 공적으로 쓰였으니 국고손실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원세훈 전 원장 시기의 10만 불에 대해서는 "원 전 원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남북 접촉 시 지원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며, 역시 공적인 용도로 사용됐으니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김윤옥 여사의 미국 순방시 명품 쇼핑 의혹에 대해서는 "국빈 방문 시에는 미국 경호실 소속 경호원이 일정을 따라다니는데 그런 상황에서 명품쇼핑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고 일축합니다.

다스를 통한 횡령 및 조세포탈 혐의, 삼성과 개인·국정원을 통한 뇌물 혐의 등 15개 혐의를 전면 부인한 이 전 대통령 측은 영포빌딩에서 발견된 청와대 문건, 즉 대통령기록물 유출 혐의도 '무죄'라고 주장합니다. 이 혐의와 관련해서는 검찰과 이 전 대통령 측이 법리 공방을 벌였는데, 이유가 무엇인지 다음 취재파일에서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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