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 논란, 이럴 일입니까?

SBS뉴스

작성 2018.09.13 11: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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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와 캐스팅 소식이 알려진 12일 오후 포털 사이트 댓글란에는 때 아닌 공방이 벌어졌다. 영화화를 반대하는 의견은 물론이고 정유미의 캐스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82년생 김지영'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친정엄마, 언니 등으로 빙의 된 증상을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은 학교와 직장 내 성차별, 독박육아에 치인 주부 등 대한민국 여성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100만부 이상의 판매부를 올렸다.

이번 비난의 요지는 '82년생 김지영'이 페미니즘 소설이고, 정유미가 출연을 결정한 것 역시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는 공격이다. 캐스팅 보도가 나간 이후 정유미의 SNS는 원색적인 악플로 도배가 됐다. 앞서 정유미는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유아인과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미지영화계에서는 정유미의 출연이 캐릭터 싱크로율이 높은 탁월한 캐스팅으로 평가받았다. 수수하면서도 단아한, 무채색의 매력이 엿보이는 정유미가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여성 김지영을 연기하는게 더없이 적합해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유미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노희경 작가의 작품 등 리얼리티가 돋보이는 작품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해왔다.

영화화와 캐스팅 반대 의견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화를 막아주세요”, “정유미의 영화 ‘82년생 김지영’ 출연을 반대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남학생은 “청원이 실현되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이 청원이 동의를 많이 받아 메시지가 전달됐으면 한다”고 청원을 제안한 이유를 밝힌 뒤 “’82년생 김지영’이 담고 있는 특정 성별과 사회적 위치에서 바라보는 왜곡된 사회에 대한 가치관이 보편화돼서는 안 된다”는 글을 썼다.

이어 “그런데 이를 스크린에 올린다는 건 성평등에 어긋날 뿐 아니라, ‘성갈등’을 조장하기만 하는 것”이라며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소설의 영화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남성은 정유미의 출연을 반대하며 "남자 팬들을 다 안티 팬으로 만들 작정이냐. 출연 없던 걸로 해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미지페미니즘(feminism)의 사전적 정의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이다. 여성의 현실과 권리에 대한 담론의 관점에서 '82년생 김지영'은 미학과 성취가 있는 작품이다. 소설이 제시하는 이야기와 관점은 수많은 독자 사로잡기도 했고, 반론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의견의 다양화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영화 역시 이 작품이 가진 개성과 매력을 살리면서 다양한 담론거리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를 보기 전, 배우의 연기를 보기도 전 색안경을 낄 필요가 있을까.  

시작 단계에서의 뜻밖의 논란과 마주했지만 영화는 영화의 길을 간다. '82년생 김지영'은 '자유연기'로 2018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 경쟁 부문 작품상, 2018년 미장센 단편 영화제 관객상,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상, 연기상 등 올해 각종 영화제를 휩쓴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오는 2019년 상반기 크랭크인할 예정이다. 

(SBS funE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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