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MB 재판 ⑪ - 5개월 만에 재판 마무리…"징역 20년" vs "무죄"

전형우 기자 dennoch@sbs.co.kr

작성 2018.09.10 14:40 수정 2018.09.10 17: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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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금씩 잊히고 있습니다. '국정농단 사건'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전직 대통령 구속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5월 3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재판이 시작됐지만, 검찰 조사를 거치며 웬만한 것들이 다 나와 별로 새로울 게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재판은 수사 과정에서 나오지 않았던 피고인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검찰과 피고인, 양측 논리가 팽팽하게 맞붙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알려지기도 합니다. 법정에서 진실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는 겁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꼽히지만, 20여 년 이상 제기된 이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의 진실에 좀 더 다가서기 위해 재판 실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 2018년 9월 6일 이명박 전 대통령 결심 공판

법원 옆에 호송차가 멈추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렸다. 정장 차림에 수인번호 716이 써있는 스티커를 달고 있었다. 그는 거동이 힘든 듯 벽을 짚고, 아래쪽을 쳐다보며 한 걸음씩 내딛으며 자신의 결심 공판이 열리는 법정으로 향했다. 지난 3월 검찰에 소환될 때 꼿꼿한 자세로 빠르게 중앙지검 1층 계단을 오르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6개월의 수감생활이 심신을 쇠약하게 만든 듯했다.

● 검찰 "최고 권력자의 극단적인 모럴 해저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결심 공판에서는 먼저 검찰이 의견을 밝힌 뒤 구형을 했다. MB 수사를 지휘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장검사가 일어서서 최종의견을 밝혔다. 재판 내내 텅 비어 있던 방청석과 달리 이날은 방청객과 기자들로 150석 규모의 417호 대법정이 가득 찼다.

송경호 부장검사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석 쪽으로 최종의견을 힘줘서 또박또박 읽는 30분 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면을 응시하거나 눈을 감고 있었다. 자신에게 구형하는 순간에도 표정 변화는 없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국민에 위임받은 대통령의 권한을 사유화해 헌법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나 국정원 등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과 공조직을 사익 추구에 이용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등 헌법의 가치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무효 사유를 숨기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국정원에서 특수활동비로 뇌물을 받고 삼성과 유착해 거액의 뇌물을 받는 등 대통령 권한을 이용한 범죄를 지속했다고 봤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범행을 '최고 권력자의 극단적인 모럴 해저드',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유형의 부패사건'으로 보고,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과 벌금 150억원, 추징금 111억여원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 MB 측 "16개 혐의 전부 무죄"

변호인 측은 마지막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영포빌딩 압수수색 당시 영장을 넘어선 자료들을 압수했고, 공소장에 공소사실 밖의 부분을 기재해둬 재판장에게 재판 전에 편견을 심어둘 수 있도록 하는 등 검찰의 수사 과정이 위법했다고 밝혔다. 또 다스 349억원 횡령이나 정치자금법 위반의 경우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다. 다스 법인세 포탈과 청와대 직원을 동원해 다스 상속 및 소송비 지원을 하게 권한을 남용한 혐의는 검찰이 법리를 잘못 판단했으며,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검찰이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이 제기한 16개 혐의 전부에 대해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변호인 측은 'MB집사' 김백준이나 이동형 다스 부사장,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검찰의 논리는 대부분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세워졌고, 다른 물증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는데 이들의 진술에 사실과 틀린 부분이 있거나 검찰 조사 과정에서 말을 바꾼 부분이 있다고 봤다. 강훈 변호사는 검찰의 '적폐 수사'를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비유하며 '정권교체로 인한 정치보복'으로 규정했다. 그는 재판부에 국민여론의 비난에서 벗어나 오직 법률에 기반해 혐의가 충분히 입증됐는지를 살펴봐 달라고 요청했다.

● MB 최후진술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 참을 수 없어"

모든 절차가 끝나고 마지막으로 이명박 피고인의 최후 진술이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평소 재판에서 처럼 기침은 하지 않았다. 초록색 노트에 스스로 써온 의견을 15분 가량 읽어내려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최후 진술]
"저는 지난 6개월 동안의 시간을 자기 성찰과 기도로 보냈습니다. 저의 부덕의 소치로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삶의 고비에서 지나온 여정을 돌아보면서, 여기까지 저를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사랑, 국민에 대한 존경을 확인하고 안녕을 빌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서두에 감사와 사과를 언급하면서도, 검찰 수사의 부당함에 대해 밝혔다. 본인에게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얻은 이미지가 덧씌워졌다고 해명했다.

"저에 대한 검찰의 기소 내용은 대부분 '돈'과 결부되어 있습니다. 제가 세간에서 '샐러리맨의 표상'으로 불릴 만큼 전문경영인으로 인정받았고, 거기다 국회의원과 서울시장, 대통령을 지냈기 때문에, 돈과 권력을 부당하게 함께 가진 것으로 오해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제가 그런 상투적인 '이미지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참을 수 없습니다. 부정부패, 정경유착, 그것은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그것을 경계하면서 살아온 저에게는 너무나 치욕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부당하게 돈을 챙긴 적도 없고, 더구나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탐한 일도 없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평창올림픽 유치'와 '경제위기 극복'을 자신의 업적으로 꼽았다.

"'뇌물을 대가로 삼성 이건희 회장을 사면하였다'는 터무니없는 의혹을 근거로 검찰이 저를 기소한 것에 대해 분노를 넘어 비애를 느낍니다.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사면을 받은 이건희 IOC 위원은 실제로 올림픽 유치에 크게 기여하였습니다. 독일, 프랑스와 경쟁하여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지난 2월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닥친 세계최대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습니다. 한국이 위기에 가장 약한 나라라고 평가를 받았으나 2009년 세계 주요 국가들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에 빠졌을 때 대한민국은 플러스 성장을 기록한 세 나라 중 하나였습니다."


그는 대한민국과 국민을 위해 항상 기도하겠다며 최후진술을 마쳤다.

"지금 서민경제가 어렵고 외교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국민 모두 하나로 힘을 모아 나가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대한민국은 자유, 평화, 번영을 이루며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해 나가리라 믿습니다. 저는 기도를 계속할 것입니다. 어디에 있든 깨어있을 때마다 이 나라, 이 국민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 5개월 만에 대거 등장한 지지자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태극기부대'가 여전히 법원 주변에 시위를 하는 것과 달리, 그동안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검찰 수사가 정점에 이른 이 전 대통령 첫 소환 때도 검찰청 주변에는 몇몇 개인 지지자들만 시위를 했다. 5개월간의 재판 과정에서도 이 전 대통령은 관심에서 멀어져 그의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는 열 명 남짓 되는 측근과 지지자만 보였다.

이전과 달리 결심 공판에는 지지자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이재오, 정동기, 김효재, 정진석, 주호영 의원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평소보다 많이 자리했다. 방청객을 가득 채운 이들은 강훈 변호사가 최종 변론을 끝냈을 때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최후 진술을 끝냈을 때 일제히 박수를 쳐 법정 경위들이 제지하기도 했다.

재판이 끝나고 지지자들이 이 전 대통령이 있는 앞쪽으로 모여들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꽤 오랜 시간에 걸쳐 한명씩 악수를 하고 말을 주고 받았다. "대통령님 힘내세요." "진실을 밝혀집니다." "시간은 지나갑니다." 지지자의 응원을 뒤로 한 채 이 전 대통령은 다시 법정을 나가 구치소로 향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다스는 누구겁니까"가 관건

이 전 대통령을 배웅하는 지지자들이 응원을 하면서 법정이 눈물바다가 되는 등 일견 감동적으로 보이는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받는 혐의는 가볍지 않다. 검찰은 도곡동 땅이나 BBK 의혹이 2007년에 제대로 밝혀졌으면 그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지 못할 만한 사유라고 봤다. 의혹은 제대로 드러나지 못했고 10년이 지나서야 수면위로 올라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국민을 기만해 1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고, 취임 뒤에도 최고 권력을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고 봤다. 결국 그는 대한민국 역사상 4번째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다.

10월 5일 선고가 내려지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은 마무리된다. 관건은 재판부가 이 전 대통령을 구속시킨 첫 질문, "다스는 누구겁니까"에 어떤 답을 내릴지다. 다스가 MB 소유로 인정되어야 349억원의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 110억대 뇌물 중 가장 큰 부분인 67억원 가량의 다스 소송비 대납 혐의가 인정된다. 만약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으로 판단되면, 그에게는 적어도 징역 10년 이상의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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