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X 김동식] 에헴씨 2편

D포럼, 김동식 작가 신작 단독 연재

SBS뉴스

작성 2018.08.09 11:30 수정 2018.08.09 17: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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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SDF X 김동식] 에헴씨 2편
※SBS 보도본부는 지식나눔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SBS D 포럼(SDF)"의 연중 프로젝트 중 하나로, 김동식 작가와의 단독 단편소설 연재를 진행합니다.

SDF2018의 올해 주제는 "새로운 상식-개인이 바꾸는 세상".김동식 작가 본인이 이 주제에 부합하는 인물인 동시에 작품을 통해서도 같은 주제를 고민해온만큼, SDF는 11월 1일 오프라인 포럼 전까지 SBS 사이트를 통해 작품 10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 <에헴씨> 1편 보러 가기

에헴 씨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사건들 때문에 에헴 씨에 환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에헴 씨만 보면 속 시원하고 통쾌했다.

" 에헴 씨가 이번에 계약직만 쓰다 버리는 기업에 들어가서, 사람 귀한 줄 모른다고 회사를 무인도로 옮겨놨다던데?"

" 에헴 씨가 성추행범들 손을 자기 궁둥이에 붙여버렸대!"

" 이번에 갑질 논란 사건 있잖아? 그 양반 에헴 씨한테 걸려서 지금, 입에서 말 대신 옹알이 밖에 안 나온대!"

허나 아무리 환호하는 행보일지라도 정부에서 가만히 놔둘 순 없었다. 에헴 씨를 막기 위해서 처음에는 경찰이, 나중에는 군대까지도 동원되었다. 그러나 에헴 씨를 막는 건 불가능했다. 오히려,

" 에헴! 나라를 지킬 군인들 장비가 왜 이러느냐? 나 하나를 막지 못하다니, 국방비는 다 어디로 새는 것이냐? 내 이놈들을 그냥! 에헴! "

방산 비리에 연루된 자들은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산 하나를 파야 했다.

도대체 에헴 씨의 이 무한한 능력은 무엇일까, 그 답은 뜻밖의 곳에서 밝혀졌다.

" 에헴 씨가 나타난 곳들 보면 말이야. 전부 여기 게시판에서 나왔던 얘기들 아니야?"

어느 사이트의 베스트 게시판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곳에 올라왔던 글 중에, 모두가 분노했었던 사건들이 차례대로 일어났다는 주장이었다. 날짜별로 조회를 해보니, 노점상 사건부터 해서 기가 막히게 똑같은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

" 이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분노하는 마음이 모이면, 그 에너지가 에헴 씨라는 존재로 나타난다는 건가? 만약 다음 순서가 채용 비리 사건이면 이건 백 프로다."

그 말대로, 에헴 씨는 채용 비리 기업에 나타나서 헛기침했다.

" 뭐야? 능력 상관없이 어차피 정해져 있었으면 개나 소나 뭔 상관이더냐? 에헴!"
기업의 모든 일터에 개들이 몰려와서 업무를 빼앗아갔다. 물론, 앞발로 컴퓨터를 두드리는 개가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없다.
사람들은 환호했다. 에헴 씨가 정말로 그 게시판에서의 염원이 만들어낸 존재라는 게 밝혀지자, 게시판이 마비가 될 정도로 수많은 이들이 몰려들어왔다. 세상에 화가 나는 일이 이렇게 많았을까, 에헴 씨의 출몰을 요하는 글들이 수천 수만 개가 올라왔다. 다만, 그 모든 글이 꼭 옳지는 않았다. 국가대표 선수 누구를 그만두게 해달라든지, 정치인 누구를 북으로 보내버리라든지, 대학교 기숙사 건립을 막아달라든지, 연예인 누구를 그만두게 해야 한다든지 하는 글들도 많았다. 그런 부분 때문인지, 그날 바로 정부에서 게시판을 폐쇄해 버렸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게시판 폐쇄에 크게 반발했다.
 
" 뭐야? 게시판을 왜 막아! 그동안 에헴 씨는 분별력이 있었다고! "
" 에헴 씨가 처리하기 전까지 손 놓고만 있었던 나라에서 무슨 권리로 게시판을 막는 거야? "
" 게시판을 다시 열어라! 지금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데! "
 
게시판 폐쇄 이후 에헴 씨는 정말로 등장하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은 광장에 나와서 시위를 할 정도로 게시판의 부활을 외쳤지만, 정부는 법체계와 절차 그리고 위험성을 따져서 반대했다. 다른 게시판을 만들어서 에헴 씨의 부활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통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아무리 화가 나는 사건들을 적어도 에헴 씨는 다신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몹시 아쉬워했지만,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 에헴! 에헴! 으~ 매워! 난 매운 거 정말 못 먹겠더라. "
" 방 청소 좀 해라, 먼지가 뭐 이리 심하냐? 에헴! "
" 에헴! 오늘 같은 날 치맥 달려야지? "
 
사람들은 뒤늦게, 갓난아기의 기침 소리가 '에헴!'이라는 것을 보고 눈치챘다. 사라진 에헴 씨의 저주인지, 전 국민의 기침 소리가 '에헴!'으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모든 불의에 앞다퉈 말했다.
 
"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에헴! "


김동식 작가 소설 '에헴씨' 삽화

[김동식 작가의 5번째 소설은 8월 22일 수요일 오전 11시 30분에 업로드 됩니다]

김동식 작가 연재 소설 모두 보기 → http://www.sdf.or.kr/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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