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애플은 어떻게 고객을 상대해왔나

아이폰 '배터리 스웰링 현상' 사례로 본 애플

엄민재 기자 happymj@sbs.co.kr

작성 2018.08.06 10: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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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아이폰 배터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사례를 보도했습니다. 사실 처음 제보를 받고 사안의 중요도를 판단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제가 아이폰 사용자가 아니어서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실관계를 확인하려고 애플코리아에 연락했습니다. 전화는 곧바로 끊어졌고 메일로 문의를 달라는 문자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 [SBS 8뉴스] 풍선처럼 부푼 아이폰 배터리…"90일 지났으니 돈 내라" (2018.07.30)

● 풍선처럼 부푼 아이폰 배터리

천안에 사는 김 모 씨는 지난 2월에 아이폰6S 배터리를 교체했습니다. 애플에서 지정한 공인 서비스센터에서 교체가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다섯 달이 지난 7월, 배터리가 갑자기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습니다. 이른바 스웰링 현상(휴대전화나 노트북 등의 기기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면서 전해액에 가스가 발생해 부풀어 오르게 되는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기존의 피해 사례보다도 더 빠르고 더 크게 배터리가 부푼 경우였습니다.
[취재파일] 애플은 어떻게 고객을 상대해왔나[김 모 씨 / 아이폰 배터리 스웰링 현상 경험]
"상담 신청을 남겨 놓고 잠을 자야 되는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인터넷에 찾아보니까 이게 터지는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저희 집에는 이제 5살짜리 아이도 있고 하니까 너무 무서워서 이거를 신발장 앞에까지 이렇게 내놓았었는데 새벽 내내 그게 잠이 안 오는 거예요, 너무 무서워서."


김 씨는 다음 날 서비스센터를 찾아갔습니다. 상황 설명을 마치자 상담원은 폭발 위험이 있으니 본체를 놓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애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교체한 지 90일이 지났기 때문에 유상으로 수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이었습니다. 공인 서비스센터에서 교체한 지 반년도 안돼 배터리가 부풀었기 때문에 김 씨는 너무 불공정하다고 느꼈습니다. 여러 차례 다시 설명해봤지만, 원칙이 '교체 후 90일'이라는 말만 반복됐습니다. 김 씨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렸고 언론사에는 관련 내용을 제보했습니다.
[취재파일] 애플은 어떻게 고객을 상대해왔나● 휴대전화 1년, 교체한 휴대전화 1년, 교체한 배터리 90일

애플코리아 측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1. 이번 사례의 경우(교환한 경우) 무상보증기간이 90일이라고 설명을 들었는데, 배터리와 본체의 무상보증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배터리와 본체가 기간이 다르다면 왜 다른지
2. 기기 자체 결함이어도 무상보증기간 약관에 준용해서 AS가 결정되는지

이외에도 여러 질문을 같이 보냈지만, 답변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말 그대로 약관을 보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미지를 함께 보내왔습니다. 약관을 보고 궁금했던 사안을 물어봤던 터라 크게 도움은 안 됐지만, 다른 방법으로 질문했던 답은 얻을 수 있었습니다.
[취재파일] 애플은 어떻게 고객을 상대해왔나결과적으로 1번에 물어본 "배터리와 본체의 무상보증기간이 다른지"에 대한 답은 '다르다'였습니다. 이것도 5년 전에 바뀐 건데, 5년 전에는 '교환한 휴대전화'의 경우에도 90일의 품질보증 기간만 인정해줬습니다. 하자 때문에 휴대전화를 바꿨는데도 '새로 1년'을 품질보증 해주는 게 아니라 '90일'만 보장해준 겁니다. 그러다가 2013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불공정약관에 대한 시정 조치를 했습니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약관을 시정조치 하는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습니다.

애플의 아이폰 등 제품 품질 보증서 불공정약관 시정(공정거래위원회 / 2013. 10. 11 보도자료)

■ 불공정사유
ㅇ 제품이 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된 것인지, 하자를 이유로 교환제품으로 제공된 것인지에 따라 품질 보증기간의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됨.
- 제품에 하자가 있어 이루어지는 교환은 하자담보 책임의 일환이므로 사업자는 완전물, 즉 매매 당시 판매한 제품과 동일한(동일한 품질보증 기간이 적용되는) 제품을 공급해 주어야 할 의무가 있음.
- 따라서 교환된 제품에 단축된 보증기간을 적용하는 것은 제품의 교환이 소비자의 책임에 기인한 것이 아님에도 그로 인한 불이익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임.


그렇게 교체 받은 휴대전화의 품질보증 기간이 1년으로 바뀌었습니다. 다시 배터리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새 제품의 품질보증 기간은 1년, 교체한 휴대전화의 품질보증 기간도 1년, 하지만 교체한 배터리의 품질보증 기간은 90일입니다. 약관에 '배터리'라는 표현은 없지만 '새 완제품'으로 교체되는 경우만 보증기간이 교체일로부터 (1년이) 시작된다고 쓰여 있으니 배터리는 이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애플코리아에 메일로 문의해본 결과 '완제품'은 서비스센터에서 교환해주는 '매장용 판매 제품'이고 90일 품질보증 하는 '재제조제품'은 일반 보증수리에 의해 교체해주는 '서비스용 제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배터리가 어디에 해당하는지 물어본 것이었지만, 다소 난해한 답변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아마도 배터리는 애플코리아 표현대로 하자면 '매장용 판매 제품'은 아니고 '서비스용 제품'인 듯합니다.
(*질문 2번의 경우에는 이번 사례로 비춰볼 때, 기기 자체 결함이라도 품질보증 기간에 준용해 AS가 결정되고 있었습니다.)

● 애플 약관 시정의 역사

2013년 11월, 애플이 고객 한 명과 소송전을 벌인 일이 있습니다. 당시 고객 오 모 씨는 아이폰5의 배터리 이상으로 수리를 맡겼습니다. 그리고 애플은 "수리가 어렵지만, 규정상 되찾아갈 수는 없다. 대신 34만 원을 내고 리퍼폰을 받아가라"고 요구했습니다. 오 씨는 수리 맡겼던 휴대전화를 돌려달라고 했지만 애플은 '자체 규정'을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7달 동안 휴대전화를 돌려받지 못한 오 씨는 결국 광주지방법원에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애플코리아는 대형 로펌을 내세워 맞대응했지만, 법원은 아이폰5 기계값 102만 7천 원에 50만 원을 더한 152만 7천 원을 애플이 오 씨에게 지급하라는 요지의 화해 권고를 내렸습니다.

이후 오 씨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약관 심사를 청구했습니다. 그리고 2015년 7월, 공정위는 애플 공인 서비스 센터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라고 했습니다. 고객이 수리를 취소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와 예상되는 수리 비용 중 최대 비용을 미리 결제하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시정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나. 시정 권고 사유
■ 애플 아이폰 수리 계약은 민법상 도급 계약이므로, 수리를 맡긴 고객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수리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
ㅇ 해당 약관 조항들은 수리 완성 이전 시점부터 고객이 계약을 해제할 수 없으며, '수리를 맡긴 제품을 반환할 수 없다' 고 규정하고 있음.


지난 10년 동안 애플이 서비스 규정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적을 받은 건수를 확인해보니 모두 7차례였습니다. 약관 시정 조치가 6번이었고 표시 광고 위반으로 지적받은 게 1번이었습니다. 그때마다 약관은 조금씩 바뀌었을 뿐, 서비스 차별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불편은 고객의 몫이었습니다.

애플코리아(유)의 공인 서비스 제공업체 계약상 불공정약관조항에 대한 건
등록일 : 2016-04-21 부서 : 약관심사과

애플 아이폰의 불공정한 유상수리약관 시정
등록일 : 2015-12-10 부서 : 약관심사과

애플 공인서비스센터 불공정 약관 시정권고
등록일 : 2015-07-30 부서 : 약관심사과

12개 소형 전자제품 제조·판매사의 중요한정보고시 위반 행위에 대한 건
등록일 : 2014-01-07 부서 : 소비자안전정보과

애플코리아(유)의 하드웨어 품질보증서상 불공정약관 조항에 대한 건
등록일 : 2013-10-11 부서 : 약관심사과

애플사! 국내판매 전제품의 A/S기준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으로 변경
등록일 : 2012-05-09 부서 : 소비자안전정보과

애플의 아이폰 A/S에 관한 불공정 약관 시정
등록일 : 2011-09-14 부서 : 약관심사과


● 삼성과 LG는 1년, 애플은 90일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삼성과 LG의 경우엔 배터리 품질보증 기간을 1년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체한 배터리의 경우도 1년 동안 품질보증을 해주는 겁니다. 이들도 처음부터 1년을 보증해줬던 건 아닙니다. 2014년 1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삼성전자와 애플코리아 등에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애플의 경우 교환한 제품의 품질 보증기간이 소비자분쟁 해결기준(소비자기본법에 고시된 기준 / 교환일로부터 1년)보다 불리하게 쓰이는데도 이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삼성과 LG의 경우엔 배터리 품질 보증기간을 불리하게 사용하면서 이를 별도로 표시하지 않은 부분이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이후 삼성은 6개월이던 배터리 품질보증 기간을 1년으로 늘렸고 LG도 2년 후인 2016년 배터리 품질보증 기간을 1년으로 늘렸습니다.
[취재파일] 애플은 어떻게 고객을 상대해왔나그리고 애플은 여전히 90일입니다. 교환한 배터리는 자체 결함이어도 90일 이내에만 무상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제보자 김 씨의 경우 상담 전화를 할 때 본사에선 '폭발 위험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서비스센터에 갔을 땐 "폭발 위험이 있어서 수리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3차례 넘는 본사와의 통화에서 애플 측은 '교체 배터리 품질보증 기간'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비용 지급을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김 씨가 자신의 황당한 경험을 인터넷에 올리는 등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애플 측에서도 이번만큼은 예외적으로 무상 교환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예외적'이라는 표현이 어떤 의미인지 애플 측에 문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진 못했습니다.
[취재파일] 애플은 어떻게 고객을 상대해왔나인터넷을 보면 김 씨처럼 아이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피해를 본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모두가 같은 사례라고 보긴 어렵지만, 애플의 말대로 '원칙이 중요'하다면 이들도 같은 피해를 볼 수 있는 경우입니다. 물론 누군가는 '예외적'으로 무상 수리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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