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군 의료, '국가 책임' 강조한 대통령…귀 닫은 국방부 ②

한세현 기자 vetman@sbs.co.kr

작성 2018.08.03 13:27 수정 2018.08.03 13: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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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의료 예산과 인력 확충 시급

그럼, 궁극적으로 군 의료 시스템 개편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요? 전·현직 장성 및 군의관과 민간 의료전문가 10여 명의 의견을 들어보았습니다. 그들은 가장 먼저 얘기한 것은 최소한의 투자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의료서비스는 자본·노동집약적입니다. 일정 수준의 예산과 전문 인력을 투입하지 않으면 환자를 만족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무엇보다 군 의료시스템 개선을 위한 예산과 인력 투입이 시급합니다. 군과 국민으로부터 강한 신뢰를 받고 있는 미군은 군 의료에만 약 40조 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는 미국 국방비의 약 7.1%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국방 예산의 고작 약 0.5%(2,165억 원)만 투입하고 있을 뿐입니다.

또한, 현재 군 병원은 면허소지자에 의한 24시간 적법 의료지원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군 병원의 약사·간호사·의료기사 등 의료인력 보직률이 46%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군 장병에 대한 의료행위 절반가량은 무자격자에 의해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사단 의무대 이하 의무 시설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장병에게 최소한의 적법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1,000여 명에 달하는 의료지원인력의 신규임용 및 보충 등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국가를 위해 봉직하는 이들에게 법이 규정한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마저 주지 못한다면 이는 국가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게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장기군의관의 안정적 확보와 수급을 위해 '국립공공의료대학'에 매년 군의관 정원(20명)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보건복지부 및 기재부와 협업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습니다.

● 군은 1~2차 진료 전념…3차 진료는 민간 위탁

군 의료는 민간의료와 다른 방향으로 특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경제적 이유 등으로 민간 의료시장에서는 소홀하기 쉬운, 그래서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의료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중증외상환자 진료, 화생방 연구, 감염·재활·후송·원격의료 시스템 등입니다. 대신, 수도병원을 포함한 모든 군 병원은 1~2차 진료에 전념하고, 암환자 등 고난도 3차 진료는 군 의료보다 월등히 우수한 민간병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바로 대통령이 강조한 ‘군과 민간의료의 융합 모델’입니다.

● 군 의료 공공성 확대…경제적 약자도 배려해야
군 의료체계전문가들은 군 의료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만큼 공공성 확대도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군 의료가 의료 혜택의 사각 지역에 놓인 소방 및 경찰공무원까지 군 병원 진료대상에 포함해 무상진료를 제공하고, 국가적 보건위기 시 의무후송전용헬기·외상센터·방사선 비상진료센터 등 의료자산을 공동으로 활용하여 재난 의료활동을 더 활발히 전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군 장병 중 돈이 없어 민간병원을 이용하지 못하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도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결국, 군의 이런 공공성 확대는 나라를 위해 봉직한 이들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전역 뒤 6개월간 무상치료를 제공하게 돼 있는데, 이를 기본 1년으로 늘리고 필요할 경우 심의를 거쳐 1년 단위로 연장해 실질적으로 무제한 진료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습니다. 그래야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이 국가를 원망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국군의무사령부 조직 슬림화…기능·역할은 통합해야

이를 위해선 군 보건의료의 컨트롤 타워인 국군의무사령부의 조직은 슬림화하되 기능과 역할은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해·공·군으로 흩어져 있는 모든 군 의료 시설을 통합해 예산과 인력도 절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군 병원은 선택과 집중을 통해 권역별로 4개의 수술집중병원을 운영하여 민간병원 수준으로 수술능력을 향상해야 합니다. 운영 실적이 저조한 후방 3개 병원은 민간과 협업을 고도화하여 아웃소싱하되, 절약된 인력과 장비는 병력이 밀집된 전방으로 이동시켜 장병 진료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요구됩니다.

즉, 의무사령부의 인력과 조직은 줄이면서 동시에 흩어져 있는 기능을 모아 역할을 체계적이고 단단하게 구축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군도 예산압박 문제로 인해 각 군에 흩어진 의료자산을 의무본부(DHA, Defense Health Agency)로 통합하여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의료의 질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앞서 언급한 점들을 고려해 국방부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이번 군 의료시스템 개편 TF에 시민단체(NGO), 민간전문가를 대규모로 참여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또한, 2006년처럼 TF 조직을 범정부로 구성해 위원장을 차관급으로 격상시키고 민간위원과 공동 운영함으로써 군 의료체계를 원점에서 연구하고 최적의 방안을 선정하여 발전시켜야 할 것입니다.

●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미군 vs 눈앞의 장병도 외면한 한국군
미군 유해 65년 만의 귀환어제(2일) 6·25 전쟁 미군 전사자 유해 55구가 하와이 펄하버 히캄 공군기지 도착했습니다. 이들 유해는 1953년 7월 27일 한국전쟁 정전 65년 만에 고향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6·25전쟁은 잊힌 전쟁이라고 하지만, 영웅은 잊히지 않는다는 걸 우리가 증명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집으로 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 한 사람의 병사도 적진에 남겨두지 않는다(Leave no man behind!),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You are not forgotten). 미 국방성 산하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의 구호입니다. 국가를 위해 싸우다 희생된 이들을 끝까지 잊지 않겠고, 장병은 물론 유가족의 슬픔과 고통을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군 의료 관련 취재를 이어온 지난 석 달간, 저는 미국 정부의 다짐을 보며 매 순간 부끄럽고 또 미안했습니다. 굳이 이미 희생된 이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당장 지금 이 순간에도 주어진 위치에서 묵묵히 나라를 지키는 군 장병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법이 보장한 최소한의 적법 진료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 장병에게 국가는 무슨 말을 전할 수 있을까요? 대통령 지시사항이 허언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60만 국군 장병과 함께 이 문제를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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