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3D 프린터로 권총 만들 수 있다고?…설계도 공개 놓고 美 '대혼란'

정혜진 기자 hjin@sbs.co.kr

작성 2018.08.01 14:5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3D 프린터로 권총 만들 수 있다고?…설계도 공개 놓고 美 대혼란
당초 오늘이었지만, '다행히' 미뤄질 것 같습니다. 3D 프린터를 이용해 플라스틱 총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인터넷에 공개해서 내려받을 수 있게 되는 걸 몇 시간 앞두고 미국 연방법원이 '레드라이트'를 켰습니다. 미국 텍사스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라는 비영리단체는 오늘(미국시간 1일) 권총 설계도를 공개할 예정이었습니다. 앞서 지난 6월 미 국무부는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와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 도면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합의했습니다.

부랴부랴 미국 8개 주와 워싱턴DC의 민주당 소속 법무장관들이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습니다. 이에 미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지방법원은 3D 프린터 총기 설계도의 온라인 배포를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명령을 내린 겁니다. 해당 결정을 한 라스닉 판사는 "총기 도면 공개는 미국 시민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영상 속 남성은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설립자 코디 윌슨입니다. 코디 윌슨이 쏘고 있는 흰색 총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입니다. 코디 윌슨과 이 단체는 지난 2013년부터 권총뿐만 아니라 반자동 소총까지 3D 프린터로 만들어왔습니다. 이렇게 만든 총을 '고스트건(ghost gun)', 즉 유령권총으로 부르는데, 코디 윌슨은 3D 프린터로 권총을 만드는 영상도 자주 공개해 왔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에 권총 설계도를 공개하려고 했지만 미국 국무부는 '국제무기거래규제(ITAR)'를 어길 수 있다면서 허가하지 않아 왔습니다. 그러자 해당 단체는 '표현의 자유'를 들어 불복 소송을 냈고, 미국 정부는 코디 윌슨의 단체와 합의 끝에 공개를 허가했습니다.

이렇게 총기 설계도 공개가 허용되면서 이 단체는 오늘부터 계획 실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코디 윌슨은 "당신만의 '유령 권총'을 갖게 된다는 건 지금까지 총기 역사상 가장 멋진 일이 될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미국 3D 프린터 권총 설계도 공개하지만 3D 프린터 총이 테러나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총신에는 레고 같은 블록 장난감 만드는 플라스틱을 사용해 금속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고, 등록번호나 일련번호도 없는 총이라 추적도 어렵습니다. 미국에서 총기규제 강화를 찬성하는 단체들은 "총기를 만드는 3D 프린터가 엄청나게 비싸다고 한들, 추적도 안 되고 탐지도 안 되는 이런 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가격은 문제가 안 된다"며 우려를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총기는 '헌법'과 맞닿아 있습니다. 1791년 제정된 미 수정헌법 2조는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뒤 독재와 폭정에 저항하기 위해 시민의 자발적 무장으로 조직된 민병대 유지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헌법 정신에 의거해 총기휴대 자유를 주장하는 목소리와, 이제 시대정신과 맞지 않다는 반대 목소리가 미국에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여기에 '디펜스 디스트리뷰티드'의 코디 윌슨은 수정헌법 1조 '표현의 자유'를 끌어와 총기 설계도 공개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 민주당 상·하원 의원들은 3D 프린터를 이용한 총기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해 놓았습니다. 자신의 최대 지지기반이 전미총기협회(NRA)이기도 한 트럼프 대통령마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3D 플라스틱 총이 일반인에게 판매되는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미 전미총기협회와 얘기해봤는데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우리나라처럼 총기 소지가 금지된 나라에서도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일본에서는 3D 프린터로 만든 총을 5자루나 소지하고 있던 20대 남성이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일본 경찰은 이 남성이 만든 총이 총포도검법에서 규정하는 일반 총보다 살상력이 5배나 강했다고 밝혔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 3D 프린터 기술이 뜻하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는 형국입니다.
페이지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