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트럼프의 비선실세?…대통령의 '금고지기' 입 열까

정혜진 기자 hjin@sbs.co.kr

작성 2018.08.01 08:35 수정 2018.08.01 09:1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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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선실세'.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을 가져왔던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삼척동자도 알게 된 말입니다. 대통령 배후에서 권한 없는 자가 대통령의 '뒷일'을 봐주며 권한을 행사한 걸 말하는데요. 비선실세를 영어로 표현한다면 어떤 표현이 있을까요. 최근 외신에 비슷한 뉘앙스의 단어가 등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관련 기사에서인데, 외신들이 일제히 "트럼프의 '유령인간(ghost man)'이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트럼프의 '금고지기 ' 앨런 웨이젤버그 (출처 : 트럼프그룹(The Trump Organization))앨런 웨이젤버그. 올해 71세의 웨이젤버그의 공식 직함은 '트럼프 그룹'의 최고 재무책임자(CFO)입니다. 사업가인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과 재단 일을 오랫동안 맡아 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믿고 신뢰하는 친구이기도 합니다. 얼마나 신뢰하냐면, 대선 승리 후에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 외에 유일하게 가족이 아닌 웨이젤버그에게 금융자산과 사업관리를 맡길 정도라고 합니다.
[취재파일] 트럼프의 비선실세?..대통령의 '금고지기' 입 열까하지만 핵심 중에 핵심 측근인 웨이젤버그는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구글에서 검색해도 나오는 사진이라곤 '트럼프 그룹'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 한장 뿐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그룹의 핵심 이너서클 밖에서는 그의 존재를 아는 이가 드물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웨이젤버그는 '고스트맨', 유령인간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 캐런 맥두걸이런 웨이젤버그의 존재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러 법적 문제에 그가 연루된 정황 때문입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짜증'을 내고 있는 성인잡지 모델과의 '성추문'에 웨이젤버그가 '해결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멜라니아 여사가 보는 TV에 '성추문 관련 녹음 파일'을 보도한 CNN을 틀어놨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관계자들을 엄청나게 질책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성인잡지 '플레이보이' 모델 출신인 캐런 맥두걸과 성추문이 터지자, 웨이젤버그가 '입막음용 합의금'을 지급했다는 겁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전 개인 변호사인 마이클 코언 관련 수사에서 웨이젤버그가 연방 대배심에 증인으로 소환됐다는 사실을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취재파일] 트럼프의 비선실세?…대통령의 '금고지기' 입 열까미국 뉴욕주 검찰은 웨이젤버그를 트럼프 대통령의 '금고지기'로 보고 있기도 합니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 6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자선재단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로 웨이젤버그를 소환하기도 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웨이젤버그가 지난 대선 기간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재정과 사업 거래를 깊이 알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 관련 수사에서 결정적인 정보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웨이젤버그의 공식 직함은 트럼프 그룹의 최고재무책임자입니다. 상법이나 회사 정관상 재무책임자와 오너의 '금고지기'는 상당히 다른 말입니다. 금고지기는 오너나 권력자의 돈의 흐름과 이에 따른 '뒷일' 혹은 '더러운 일'까지 처리하곤 합니다. 뉴욕주 검찰은 웨이젤버그가 공식적으로 재무책임자이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사실상 금고지기 역할까지 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에는 'MB의 집사'라고 불리며 MB의 금고지기 역할을 했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자백'이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보통 "금고지기의 자백을 '따는' 것"이 검찰 수사의 성패를 가르곤 합니다. 이는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비슷한가 봅니다. 러시아 스캔들에 이어 성추문 스캔들에 재단 자금 유용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금고지기'까지 겨눈 검찰의 칼날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칠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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