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폭염 전기요금 올해는 깎아줘도…문제는 '산업용 전기요금'

박세용 기자 psy05@sbs.co.kr

작성 2018.08.01 10: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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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폭염에, 이낙연 총리가 전기요금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폭염은 특별재난에 준해서, 전기요금에 대해 제한적인 '특별배려'를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특별배려는 전기요금 깎으라는 뜻이죠. 2016년 말 전기요금 누진제가 완화됐고, 전기요금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올 여름 더위가 만만치 않다 보니, 총리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 한전 전기, 원가보다 싸게 쓰는 것 아니었나?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원가보다 싸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표로 보면, 2013년까지는 그랬습니다.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100이면 한전이 원가만큼 돈을 벌었다는 뜻입니다. 100을 넘으면 한전이 장사를 잘했다, 돈을 벌었다는 얘기입니다. 2013년까지는 원가회수율이 100을 넘지 않았습니다. 한전 자료에 따르면, 2007~2013년의 원가회수율은 70~90%대를 오갔습니다.

2014년부터 바뀌었습니다. 원가회수율로 봤을 때, 한전은 돈을 벌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전기요금을 인상한 영향이 컸습니다. 2014년 원가회수율은 100.1, 처음으로 100을 넘었습니다. 2015년과 2016년엔 국제유가가 떨어져서 한전이 돈을 잘 벌었습니다. 원가회수율이 각각 106.4와 106.7을 기록했습니다. 당시 한전이 돈 벌었다고, 임직원 성과급 잔치한다, 주주 배당 잔치한다, 비판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2017년에도 원가회수율은 100.4로 100을 넘겼습니다. 가정용, 산업용, 상업용 통틀어서 전기를 원가보다 싸게 쓰는 건 아닙니다.

● 원가회수율 100 겨우 넘는데, 전기요금 '특별배려' 가능할까?

한전의 원가회수율에는 사실 '착시' 효과가 있습니다. 원가회수율이 100을 겨우 넘었다고 해서, 돈을 겨우, 조금만 버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전은 원가회수율을 계산할 때, 전기 판매 수익을 '총괄원가'로 나눠서 계산합니다. '총괄원가'는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규정돼 있는데, 전력의 적정한 원가에 적정한 '투자보수'를 더한 금액으로 한다, 고 되어 있습니다. 적정한 투자보수는 쉽게 말해, 이윤·마진과 비슷합니다.

'원가'라는 걸 계산할 때, 보통 이윤은 포함시키지 않지만, 어쨌든 한전은 정부 고시에 따라 그렇게 계산합니다. 그래서 원가회수율이 100이더라도, 그건 딱 원가만큼 수익을 벌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전은 원가에 미리 포함시켜놓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거두게 됩니다. 그래서 2014년 원가회수율이 100.1이었을 때도 한전의 당기 순이익은 2조7천억 원에 달했고, 지난해 원가회수율이 100.4였을 때는 당기순이익이 1조4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015-2016년엔 13조4천억 원, 7조1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 전기요금 특별배려 한다면, 혜택은 가정에? 기업에?
전기료 에어컨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한전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인지, 수익 구조가 꽤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총리가 전기요금 특별배려 검토를 지시한 것도 한전의 이러한 특성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총리는 특별배려를 검토하라는 전기가 산업용인지, 상업용인지, 가정용인지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총리가 SNS에 "아주 어려운 분들의 전기요금을 배려할 수 있을지 검토하기로 했다"는 걸로 볼 때, 총리가 언급한 것은 가정용 전기로 보입니다. 산업부가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율을 일부 조정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정용 전기는 우선,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누진제'를 적용 받고 있습니다. 지금은 2016년 이전보다 누진율이 완화됐다고 하지만, 집에서 쓰는 전력량이 언제 누진 구간을 돌파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누진제의 존재 자체는 여전히 부담입니다. 에어컨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다 말다, 온도를 내려서 실외기가 한참 돌아가면 생각이 드는 게 누진제입니다. 누진율이 3단계가 됐다고 해서 그 심리적 부담이 크게 덜어지진 않습니다. 실제로 2017년 한여름 가정용 전기의 사용량을 보면, 2016년 누진율 완화 이전과 비교해서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한전 입장에서도, 깎아주려면 가정용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2018년 4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전기 사용량의 55.8%를 차지하는 것은 가정이 아니라, 산업용 전기입니다. 상업용 전기가 24.6%고, 가정용 전기는 13.0%를 차지합니다. 한전 입장에서는 사용량이 적은 가정용 요금을 깎아준다고 하면, 누진율 없애달라는 민원도 있겠다, 한전이 생색도 나고,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폭탄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모릅니다.

● '특별배려'는 특별한 미봉책, 산업용 전기요금을 손 봐야
전기료 인상 관련 이미지한전이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를 폭염 때만 일시적으로 적용 보류한다든가, 폭염에만 누진 구간을 일부 조정한다든가, 형편이 좀 어려운 분들에 한해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든가, 여러 정책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폭염용 대책이고, 미봉책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을 넘는 산업용 전기요금을 손대지 않고서는, 시민들의 요금 폭탄 우려는 연례행사가 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올라야,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율도 좀 더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쌉니다. 전경련은 '산업용 전기요금 오해와 진실'이라는 자료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2000년 이후 이미 84%나 올랐다면서, 더 올리자는 얘기는 말이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그렇게 올렸어도 OCED 국가 평균보다 저렴합니다. 특히, '경부하' 요금이라고 해서, 수요가 많이 몰리지 않는 밤 시간대 전기요금이 쌉니다.

요금이 얼마나 저렴하냐면, 가장 저렴한 요금과 가장 비싼 요금의 차이가 3.4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쉽게 말해, 부하가 몰릴 때 전기요금은 한밤중 전기보다 3.4배 비싸다는 겁니다. 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는 3.1배, 대만은 2.9배, 미국은 1.9배, 일본이 1.4배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일부 기업은 밤에 석유나 가스 쓸 곳에 전기를 쓰고, 값싼 밤 전기를 대량으로 충전했다가, 그 배터리를 낮에 쓰는 혜택을 누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2013년에는 "상위 5대 기업의 전기요금 절감액은 1,815억 원으로 1개 기업 당 363억 원을 절감"했다는 예산정책처 분석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부하 요금이 아니었으면, 1개 기업 당 363억 원을 더 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특히, 전기요금 절감 혜택은 대기업에 집중됩니다.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의 설계 자체가 대기업에 유리하도록 되어 있는 것입니다. 왜냐면, 밤 전기를 대량으로 쓰고, 24시간 생산 라인을 가동하는 것은 주로 대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은 값싼 전기를 쓰고 싶어도 못 쓰고, 제값을 다 내면서, 대기업이 누린 요금 할인 혜택을 한전에 보전해주고 있는 것이 현재 구조입니다. 한전 사장이 지난해 국회에서 경부하 요금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데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전기요금 체계로 우리 제조업 밀어주는 시대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취지의 얘기였습니다.

● 백운규 장관 "산업용 심야 전기요금 인상 속도 늦추겠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너무 싸다는 데는 정부에도, 국회에도 공감대가 이뤄져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한전 국정감사에서는 경부하 요금이 단골 주제였습니다. 이번 정부도 국정과제로 전기요금 인상을 지난해 공식화하고, 올해는 산업용 전기요금 할인폭을 조정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기류가 달라졌습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업계 우려를 충분히 들었고, 그런 우려를 반영해 속도 조절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장관은 그날 오전, 12대 기업 CEO 간담회에서 '업계 우려'를 들은 바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 올리면, 산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업계 우려'는 근거 있나?

국내 기업의 제조원가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전기요금이 오르면 기업 수익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몇몇 연구와 자료가 있습니다. 우선 최근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전기요금이 총 제조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5% 정도 됩니다. 업종에 따라 비율이 다른데, 포스코 같은 '1차 금속' 제조업은 전기요금이 전체 비용의 4.3%를 차지해서 가장 높았습니다. 삼성전자 같은 '전자부품, 컴퓨터 제조업'은 1.6%였습니다. 백운규 장관도 대기업 CEO들 만나고 나서, 삼성전자는 전체 제조비용에서 전기요금이 1% 차지한다고 말했습니다. '1%'가 크다, 작다는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린다면, 기업 수익성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요. 2012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서는, 전기요금이 1% 올라갈 때 기업 수익성은 0.055~0.065% 하락한다고 전망했습니다. 수익성이 하락하는 폭은,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습니다. 2012년 당시 보고서는, 전기요금이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 라고 가정한 것이었고, 앞서 소개해 드린 한국은행의 '평균 1.5%' 데이터는 2016년 것입니다. 반면, 올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자료는 산업용 전기 요금 인상이 총생산을 크게 하락시키고, 이런 충격이 3년가량 지속한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수치를 고려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릴 것이냐는 팩트의 문제가 아니라, 판단의 문제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산업부 장관이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해 손대지 않겠다고 한 발 물러선 이상, 가정용 전기요금 폭탄 맞는다는 시민들 불만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특별배려' 지시도 그래서 나왔겠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매년 가정용 요금에만 특별배려로 대응하면서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기업들이 전기요금 때문에 경쟁력 떨어진다고 정부에 딱히 근거를 제시한 것도 아니고, '앓는 소리' 했을 뿐인데, 정부가 올해 전기요금 안 올린다고 공언하면서 일이 이렇게 된 것 같습니다.

(자료 조사: 신혜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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