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기상청의 폭염 예보시스템 적절한가?

안영인 기상전문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7.30 14:01 수정 2018.07.31 16: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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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펄 끓는 한반도, 펄펄 끓는 지구촌

한반도가 펄펄 끓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의 기온은 올 들어 가장 높은 38℃까지 올라갔다. 1994년 이후 24년 만의 폭염이다. 26일에는 경북 경산(하양 AWS)의 기온이 40.5℃까지 치솟았다. 1942년 8월 1일 대구에서 관측된 공식 역대 최고 기온인 40℃를 넘어서는 기온이다. 올 들어 공식적으로 전국 최고 기온은 39.9℃로 27일 의성에서 관측됐다. 이에 앞서 23일에는 서울 아침 최저 기온은 29.2℃, 강릉은 31℃를 기록해 기상관측사상 역대 가장 더운 밤으로 기록했다. 폭염이 진행되고 있어 올여름 폭염 일수가 얼마나 될지, 열대야 일수가 얼마나 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올여름 폭염은 이미 역대 최고 폭염으로 기록된 지난 1994년 기록을 넘나들고 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폭염은 한반도뿐만이 아니다. 지난 23일 일본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에서는 관측사상 최고기온인 41.1℃가 기록됐고,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기온은 52℃, 지난 5일 알제리 사하라사막에서는 51.3℃가 기록됐다. 또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과 그리스 등은 폭염과 산불에 신음하고 있다. 북반구가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이다. (자료:WMO)

● 기록적인 폭염 예보에 속수무책인 장기전망…코앞에 다가와야 예보

지난 10일 충청과 남부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것을 올여름 폭염의 시작으로 볼 때 오늘(30일)까지 폭염은 꼭 21일째 이어지고 있다. 한반도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장기화 되고 있는 폭염을 기상청은 어떻게 예보했을까? 해수욕장에서 출렁이는 파도가 아니라 거대한 '쓰나미' 같은 올여름 폭염의 시그널은 없었을까? 기상청은 과연 그 시그널을 미리 잡을 수 있었을까?

기상청의 예보는 크게 기후 전망부터 3개월 전망, 1개월 전망, 중기예보(10일), 동네예보(3일) 등 다섯 단계로 나뉘어 있다. 기후전망부터 1개월 전망은 기후과학국에서 생산하고 중기예보와 동네예보는 예보국에서 생산한다.

우선 기상청이 5월 23일 발표한 3개월 전망을 보면 "6월과 8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7월은 평년과 비슷하겠다"고 예상했다. 7월에 장마가 일찍 끝날 가능성이 있다거나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언급은 전혀 없다. 3개월 전망은 단지 월별 평균 기온과 강수량이 확률적으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다(많다) 또는 낮다(적다)만 얘기하고 있을 뿐 높고 낮음이 어느 정도인지, 과연 기록적인 폭염 또는 극단적인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에 대한 정보는 없다. 3개월 전망에 대한 신뢰도도 문제지만 올여름 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현상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이다.
3개월(6,7,8월) 기상전망 (사진=기상청)폭염 시작을 불과 11일 앞둔 지난 6월 28일 기상청이 발표한 7월 9일~8월 5일까지의 1개월 전망에서도 곧 다가올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언급이나 설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첫째 주에는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둘째 주 셋째 주에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다고 예상하고 있지만 기상청은 이것이 1주 평균 기온이 평년 대비 높거나 비슷할 확률을 나타낸 것이지 기록적인 폭염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아래 그림 참조). 물론 1개월, 3개월 전망에서 설명 자료나 보도 자료 같은 다른 방법을 통해서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사전 설명은 없었다. 결국 기후과학국에서 생산하는 기상 전망에서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정보를 전혀 얻을 수 없었던 것이다.
1개월(7.9~8.5) 기상전망 (사진=기상청)기상청의 폭염에 대한 예보는 10일까지의 기상을 전망하는 중기예보나 3일 동안의 동네예보에서 나타난다. 기상청은 7월 8일 중기예보에서 12일(목)부터 낮 최고 기온이 33도 내외로 오르고, 밤에는 열대야가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 시점에도 다가오는 폭염이 기록적인 폭염일지 극단적인 폭염일지,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다. 단순히 폭염에 대한 예상을 한 줄 언급했을 뿐이다. 같은 날(8일)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도 장마에 대해 집중적인 설명을 하고 있을 뿐 폭염에 대해서는 한 줄 짧게 언급만 하고 있다. 다가오는 기록적인 폭염을 경고하는 것보다 사실상 끝난 장마를 정리하는 데 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나 추정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상청은 10일에서야 비로소 중기예보에서 전국 내륙지방으로 폭염 예보를 확대하고 이어 12일에 서울 포함한 전국에 폭염 예보를 한다. 기상청은 10일부터는 내부적으로 폭염 TF팀을 만들어 폭염을 집중분석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충청과 남부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이다. 기록적인 폭염이 코앞에 다가온 뒤에야 비로소 폭염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한 것이다. 올여름 폭염에 대한 집중적인 설명 자료는 폭염이 1주일 이상 이어진 뒤인 17일에나 나왔다.

폭염은 시간적으로 중기예보(10일) 기간을 훨씬 넘어선다. 올여름 폭염도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경우 한 달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지역적으로도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나타난다. 하지만 기상청의 현 예보 생산과 전달 시스템에서 중기예보 기간(10일)을 넘어서는 기간(11일~3개월)에 대한 폭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기록적인 폭염 또는 극단적인 폭염에 대한 정보를 미리미리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현재 1개월 전망과 3개월 전망이 예보기간별로 평년과 비교해 낮다 비슷하다 높다 3구간으로 나눠 확률예보를 하고 있어 기록적이거나 극단적인 현상에 대해서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말로 바꾸어 얘기하면 현재의 1개월 전망과 3개월 전망에서는 극단적인 현상에 대해 반드시 예측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만큼 굳이 그에 대한 답을 만들 필요도 없다는 뜻이 된다. 또한 중기예보를 넘어서는 기간에 대해서는 예측 신뢰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기상청이 현재의 예보자료 생산과 전달 방식을 유지하고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올여름과 같은 기록적인 폭염이 또다시 오더라도 주간 단위로 예보하는 1개월 전망 또는 월간 단위로 예보하는 3개월 전망에서는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 폭염은 날씨(weather)인 동시에 기후(climate)
- 예보시스템 개선 없이 기록적인 폭염·한파·가뭄 예측 불가

폭염은 국지적인 집중호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국지적인 집중호우는 말 그대로 좁은 지역에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발생하는 재난이라면 폭염은 광범위한 지역에 그리고 하루 이틀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지는 재난이다. 때문에 피해도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그만큼 크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28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2천 42명으로 이 가운데 27명이 사망했다. 미국의 경우도 기상 재난 가운데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이 바로 폭염이다. 미국 기상청(NWS)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평균 134명이 폭염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폭염이 시작된 지 이미 20일 이상 지났지만 폭염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폭염은 하루하루 이어진다는 점에서 분명 매일매일 날씨 예보에서 담당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이번 폭염에서 보듯이 하루 이틀이 아니라 한 달 이상 길게 이어질 가능성도 있고 북반구 여러 곳에서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단순히 하루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월간예보, 계절예보, 기후예측에서도 분명히 다뤄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이다. 단순히 일기예보가 아니라 기록적이고 극단적인 기후를 예측할 수 있는 기술 향상과 시스템 개선이 필수적이라는 뜻이다. 세계기상기구도 북반구 곳곳에서 나타나는 올여름 폭염을 단순히 날씨가 아니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한 바 있다. 단순한 날씨가 아니라 기후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기록적인 폭염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다름 아닌 폭염 예보를 폭염이 발생하기 전에 가능한 한 최대한 일찍 그리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기록적인 폭염을 피해 계획을 세우고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고 온열질환에 대한 대비도 미리미리 할 수 있다. 기상청의 현재 예보시스템이 기록적인 폭염을 사전에 정확하게 예측하는데 적절한 시스템인지 또 기상청이 기록적인 폭염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처음부터 다시 한 번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기록적인 폭염에 대한 예측과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수 없는 예보시스템은 기록적인 한파나 가뭄, 폭우에 대한 정보 또한 제공할 수 없다.

<참고문헌>
* WMO, July sees extreme precipitation and hest.
* 기상청, 개인 교신

* 위 내용은 7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폭염 진단 및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포럼'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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