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北 핵물질 여전히 생산…인내하되 질질 끌지 않을 것"

폼페이오 국무장관, 美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손석민 기자 hermes@sbs.co.kr

작성 2018.07.30 09: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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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 수장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25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했다. 이 청문회는 크게 두 정상회담, 즉 6.12 북미 정상회담과 7.16 미러 정상회담 결과를 따져 묻기 위한 자리였다. 의회 입장에서는 미국에 위협적인 두 나라와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푸틴 대통령과 무슨 거래(deal)를 주고 받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수 밖에 없을 법, 두 정상회담에 모두 관여한 폼페이오 장관을 둘러싼 의원들의 추궁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매서웠다. 이날 청문회는 특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미국의 입장과 향후 협상 전략이 어떨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됐다.

● 비핵화 협상의 기조 : "인내하지만 질질 끌지 않아"

폼페이오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우리는 인내하는 외교(patient diplomacy)를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헛되이 질질 끌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런 입장을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비핵화까지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 효력이 유지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폼페이오 장관은 "앞에 놓은 길은 쉽지 않지만 더 안전한 세계와 북한을 위한 더 밝은 미래에 대한 우리의 바람을 계속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비핵화를 마친다는 게 여전히 목표냐?"는 가드너 동아태소위원장의 질문에는 "그렇다. 빠를수록 좋다"고 답했다. 북한의 본질적 변화가 없는 한 제재는 계속될 것이며, 오래 기다리지는 않을 테니 북한 스스로 올바른 길을 선택하라는 압박의 메시지다.

● 비핵화의 정의(definition) : "CVID=PVID=FFVD"

폼페이오 장관 스스로가 CVID, PVID, FFVD 등 여러 용어를 혼재해 쓰는 바람에 혼란스럽다는 지적을 받은 비핵화의 정의에 대해 그동안 쓰여진 용어들이 모두 같은 뜻이라고 정리했다. 미국의 기본 원칙인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나 북미 정상회담 전 본인이 제시한 PVID(영구적이며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나 북미 회담 후 협상 국면에서 다소 완곡하게 변용한 FFVD(최종적이고 전적이며 검증가능한 비핵화, 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모두가 일맥상통한다는 취지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목표는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비핵화 시간표 논의할 것● 북한의 여전한 핵활동 : "핵분열성 물질 생산"

청문회에서 눈에 띈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의 메시지를 곳곳에 배치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계속해서 핵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평안북도 영변 이외에도 평양 주변 강선에서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 활동을 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핵분열성(fissile) 물질과 핵무기용(nuclear bomb) 물질을 생산하고 있느냐"는 민주당 마키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 그들은 계속해서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여전히 핵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느냐"는 가드너 소위원장의 질의에는 "다른 장소에서 답변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프로그램이 진전했느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했다. 기밀 정보인지를 고려해 즉답을 피한 걸로 보인다.
● 비핵화 협상의 범위 : "핵무기에 생화학무기도 포함"

협상의 범위에 대한 답변에서도 압박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를 제거할 때까지 우리의 제재, 유엔의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파괴무기에는 핵무기는 물론 생화학 무기도 포함된다. 이 개념은 대북 초강경파인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취임 후 북미 회담 전 비핵화 범위로 제시한 건데, 협상파인 폼페이오 장관이 대량파괴무기를 언급한 것은 북미 회담 이후 처음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 김영철 부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생화학무기(CBW)에 대해 논의했다는 사실도 털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의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은 비핵화의 일부분이고, 북한은 비핵화에 어떤 게 수반되는 지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부연 설명했다.

● 의원들의 평가 : "북한에 대한 우려 여전"

청문회를 마친 의원들은 미국의소리(VOD)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의문을 해소하지 못했고, 폼페이오 장관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박한 점수를 줬다. 공화당 루비오 의원은 "북한의 요구가 진지한 것인지, 아니면 충분한 제재 완화만 얻으려 단계적 양보를 하며 시간만 끄는 것인지 우려된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같은 당 플레이크 의원은 "싱가포르 회담에서 이뤄진 확고한 약속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어떤 답변도 얻지 못했다"고 말했다.

민주당 간사인 마키 의원 역시 "북한이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 프로그램을 실제로 폐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쿤스 민주당 의원도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생각하는 비핵화 정의를 북한이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이행하기로 약속했다는 자신의 견해만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청문회 도중 여러 차례 답변 내용이 기밀 정보인지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북한과 향후 협상을 의식해 답변 내용을 가려서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측면이 의원들에게 실망스럽다는 인상을 준 듯 했다. 그럼에도 북미 회담 이후 가장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의 답변(핵활동 확인, 비핵화 기조와 범위 등등)을 여러 차례 쏟아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6월27일 상원 세출위 청문회에서는 "진행되고 있는 협의의 세부 사항을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며 "그것은 적당하지도 않고, 솔직히 말해 우리가 바라는 최종 상태를 달성하는 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었다. 그런 폼페이오가 한달 만에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인 이유, 그 역시 본격적인 협상을 서두르라는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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