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에어컨의 두 얼굴…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앗아가기도 하고

안영인 기상전문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7.13 11:4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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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35도 안팎까지 올라가는 폭염에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힌다. 온 몸이 끈적끈적해지는 높은 습도는 불쾌지수를 한없이 끌어 올린다. 사실상 장마가 끝나면서 낮에는 무더위에 폭염, 밤에는 열대야까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날로 심해지는 폭염과 열대야에 에어컨 없이는 이제 하루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시대가 됐다.

사무실이 있는 곳이면 어느 건물이든 하루 종일 에어컨이 돌아가고 집에서도 에어컨을 가동하기는 마찬가지다. 도심에 있는 건물 외벽에는 예외 없이 에어컨 실외기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니 덕지덕지 붙어 있다.

선풍기와 비교할 때 에어컨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강력한 냉방능력이다. 에어컨 덕분에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도 쾌적하게 넘길 수 있다. 에어컨 덕분에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에어컨은 열사병이나 일사병 같은 더윗병을 막아준다. 에어컨이 폭염과 열대야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컨은 전기를 먹는 대표적인 하마다. 보통 가정에서 사용하는 선풍기의 정격 소비전력은 40~50W(와트) 수준이다. 하지만 벽걸이 에어컨의 정격 소비전력은 제품과 방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약 750W(7평)~2,200W(16평) 정도다. 스탠드형 에어컨의 경우 정격 소비전력은 1,900W(17평)~2,600W(25평) 수준이다. 에어컨 한 대 켜는데 적어도 선풍기 10대에서 50대 정도의 전력이 소비되는 것이다.

문제는 에어컨이 어떻게 생산한 전기를 사용하느냐 하는 점이다. 2018년 4월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율을 보면 석탄화력이 전체의 43.1%를 차지해 가장 많고 이어 원자력 26.8%, 가스화력 22.2%, 신재생 5%, 유류화력 1.6%, 수력 1.3% 순이다(자료: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 석탄과 유류, 가스 등 화력발전을 모두 더하면 전체의 2/3인 66.9%나 된다(아래 그림 참조).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율만약 석탄화력에서 생산한 전기를 이용해 에어컨을 가동한다면 어떻게 될까?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지낼 수 있어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추가적으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석탄화력 발전소가 뿜어내는 초미세먼지와 온실가스에 대한 대가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연구팀이 미 동부지역에서 여름철에 급증하는 에어컨 가동으로 대기오염이 얼마나 더 심해지고 그로 인해 조기사망자가 얼마나 더 발생하는지 산출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Abel et al.,2018).

연구결과에 따르면 21세기 중반까지 미국 동부지역에서는 여름철(7월)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현재보다 58.6%(2.5㎍/㎥)까지 높아지고 오존 농도 또한 14.9%(8.06ppb)나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지구온난화로 기후가 변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추가적인 전기 생산 과정에서 나타나는 영향까지 고려할 경우 21세기 중반까지 여름철 초미세먼지 농도는 현재보다 61.1%(2.6㎍/㎥)나 높아지고 오존 농도 또한 15.9%(8.64ppb)나 높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에어컨 가동에 필요한 추가적인 전기 생산 과정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3.8% 높아지고 오존 농도도 6.7%나 높아지는 것이다.

초미세먼지와 오존의 증가는 곧바로 건강에 대한 영향으로 이어진다. 연구팀은 21세기 중반까지 미국 동부지역에서 여름철에 초미세먼지로 인해 매년 13,547명이 추가로 사망하고 3,514명은 오존 때문에 추가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이 가운데 매년 1,000명 정도는 에어컨 가동을 위해 화력발전을 추가로 돌리면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질 때문에 조기에 사망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에어컨이 더윗병으로부터 생명을 지키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들어가는 전기를 추가로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질 때문에 귀한 생명을 잃고 있는 것이다.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추가 사망자를 줄이는 방법은 어렵지만 간단하다. 비용이 추가로 들더라도 석탄이나 석유 같은 화석 연료 대신 바람이나 태양열 같은 친환경 에너지원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현재 5%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원을 이용한 발전을 늘리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에어컨의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에어컨이 전기를 적게 먹게 하는 것이다. 물론 사무실이나 가정, 개인의 에너지 절약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발전량의 66.9%를 화력발전이 담당하고 있고, 특히 43.1%를 석탄화력이 담당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에너지원을 바꾸지 않고 에어컨 효율도 획기적으로 높이지 않는다면 에어컨 사용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초미세먼지는 더욱 더 많이 배출되고 온실가스 또한 더욱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에어컨 보급 증가로 이산화탄소(CO2)보다 1만 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인 냉매(HFC) 사용이 급증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에어컨 보급과 가동이 늘어날수록 조기사망자가 늘어나고 지구온난화 또한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특히 뜨거워지는 지구는 더 많은 에어컨 가동을 부르고 늘어나는 에어컨 가동은 더 많은 초미세먼지 배출과 더욱 급격한 온난화로 또 다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 David W. Abel, Tracey Holloway, Monica Harkey, Paul Meier, Doug Ahl, Vijay S. Limaye, Jonathan A. Patz. Air-quality-related health impacts from climate change and from adaptation of cooling demand for buildings in the eastern United States: An interdisciplinary modeling study. PLOS Medicine, 2018; 15 (7): e1002599 DOI: 10.1371/journal.pmed.100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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