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막판 변수가 될 수 있을까?

정경윤 기자 rousily@sbs.co.kr

작성 2018.07.10 10:24 수정 2018.07.10 14:1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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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도 최저임금은 얼마일까요?

그 답을 들을 날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올해 초 최저시급이 7,530원으로 큰 폭으로 올랐다는 소식을 들은 지 이제 겨우 반년이 지났는데 벌써 내년도 최저임금이라니. 그런데 매년 이맘때쯤 정하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는 유난히 시끄럽습니다. 내년에도 올해만큼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졌으니 더 오르게 될지. 아, 동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노동자들은 당연히 좋겠죠. 월급이 늘어나는 것뿐만이 아니라 노동의 가치가 오르는 것입니다. 가계 소득이 늘면 소비가 그만큼 늘고, 이번 정부가 그토록 고대하던 '소득주도 성장'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월급을 주는 사장님은 더 힘들어질 겁니다. 직원을 줄이게 되겠죠. 상황이 악화되면 문을 닫는 가게가 늘어납니다. 자영업이 지탱하던 우리 경제의 한 축이 흔들리고 덩달아 고용도 불안해집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효과가 선순환이 될지 아니면 악순환이 될지, 아직 올해 성적표를 받아보기도 전에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2019년 우리 사회 정의에 부합하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건, 어찌 보면 정말 피하고 싶은 주관식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란에 불붙은 이유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사회적 단체, 최저임금위원회에는 총 27명 위원들이 있습니다. 사용자 9명, 근로자 9명, 공익위원 9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노-사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그 대표성을 가진 위원들로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한 뒤 위원들 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합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안건은 3가지입니다. 1. 최저임금 단위 (시급 or 주급 or 월급) 2. 적용 업종 3. 최저임금액. 누가 봐도 1번은 이견이 있을 것 같지 않은 사안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3번이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죠. 그런데 이번엔 3번에 앞서 2번 논의에 불이 붙고 있습니다.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올라 '한계에 부딪쳤다'는 사용자 위원들이 유독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 5일, 최저임금위 전원회의에서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이 계기가 됐습니다. 노사가 내년도 최저임금액 협상을 시작할 구체적인 안을 내놓은 그날, 예상은 했지만 깜짝 놀랄만한 안이 나왔습니다.
최저임금1최저임금위원회가 정한 데드라인은 14일입니다. 그러니까 13일까지는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과연 노사 양측은 3천원 넘는 간극을 메우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 및 신경전에 혀를 내두를 무렵 경영계도 나름대로(?)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사실 저로서는 경영계가 '동결'이란 두 글자를 내놓은 것도 놀라운데 노동계가 1만원이 넘는 금액을 제시한 걸 두고 '좀 더 세게 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요구가 빗발쳤다는 겁니다. 물론 이 금액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경영계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마이크는 중소기업중앙회가 잡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쟁쟁한 단체들이 총출동했습니다.
최저임금2"최저임금을 사업별로 차등 적용해야 한다"
"최저임금법에도 사업별 구분 적용에 대한 근거가 있고,
이미 업종별로 최저임금 미만율과 임금 격차가 심해 인상률을 단일화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니까, 어떤 업종은 새로운 최저임금을 적용해서 월급을 주고, 어떤 업종은 기존 금액대로 줘도 된다는 거죠.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닙니다. 최저임금 속도조절론이 나올 무렵, 영세 사업자뿐 아니라 일손이 부족한 지방에서는 그동안 저렴한 인건비로 고용했던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해 왔습니다.

이번 최저임금위 회의에 앞서 차등 적용을 요구하는 경영계는 업종을 보다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전체 산업 평균 이상인 업종, ▲직원 1명당 영업이익과 부가가치가 전체 산업 평균보다 이하인 업종에는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자리엔 없었지만 그동안 차등 적용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소상공인 연합회도 ▲도, 소매업, 숙박업 음식점업 중 사업 규모가 영세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차등화 방안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에는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나와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궁금해졌습니다. 경영계가 말하는 '합리적인 수준'이 대체 뭘까요?
최저임금3● '합리적인 수준', 대체 뭘까요?

편의점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과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다를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일하는 공간의 규모만 달랐지 같은 유통 업계에, 업무의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건 값을 계산하기도 하고, 물건 배치, 정리 작업을 하기도 할 겁니다. 편의점은 대형마트와 달리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것 말고는 근로자 입장에서는 하루 정해진 시간만큼 일하는 데에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둘의 노동의 가치를 다르게 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도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수 의견은 '바람직하지 않다'였습니다. 최저임금을 낮게 적용해야 할 업종의 기준도 불명확하고, 이걸 뒷받침할 근거도 없이 차등 적용을 한다는 건 최저임금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게 결론이었습니다. 영세 사업장일수록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높은데, 이들 업종의 최저임금을 다른 업종보다 낮게 적용한다면 양극화는 더 심해지지 않을까요?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 탈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고 이 악순환이 업종 전체로 퍼져 '낙인 효과'가 생길 겁니다.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경영계의 호소를 무시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최저임금이 인상된 이후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등 서비스 업종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는 지표는 명확합니다. 노동계의 최저임금 최초 제시안을 보고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상공인들의 절박함을 그저 단순한 불평으로 여겨서도 안됩니다. 그런데 그런 절박함과는 거리가 먼 대기업을 대변해 온 경제 단체들도 일제히 한자리에 모여, 영세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대변하는 모습은 뭐랄까… 공감대를 끌어내기에는 어려워 보였습니다. 그리고 차등 적용을 받아들이면 내년도 최저임금은 어느 정도 인상할 수 있다는 태도는 오히려 그 절박함을 반감시키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1989년부터 최저임금을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해 왔습니다. 반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은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국가는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 자체가 없는 대신 노조와 사업주가 단체 협약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미국도 차등 적용을 해오고 있는데, 업종이 아니라 주마다 다르다고 합니다. 우리 경영계가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요구하고 그 주장을 관철하려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힘들다'는 호소보다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개선하고, 그 변화에 따른 구체적인 효과를 토대로 '합리적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노동계도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됐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1만790원'을 감당할 준비가 안됐다는 점을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아직 전원회의에 돌아오지 않은 위원 4명도 노동자들의 권익을 대변할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제시하길 바랍니다. 이번 주,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할 것으로 예상되는 최저임금액 결정 논의가 단순히 금액만 결정하고 끝날 게 아니라 노사 양측의 고통을 이해하고 최저임금 제도를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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