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난민 이슈의 파괴력…청와대 청원 1위로

'난민법 폐지' 청원에 청와대는 어떤 답을 내놓을까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작성 2018.07.05 09:29 수정 2018.07.05 16: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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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함께 찾아온 '세계의 고민' 난민 이슈가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청와대 국민 청원의 참여 1위 청원이 바뀌었다. '제주도 불법 난민 신청 문제에 따른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 허가 폐지/개헌 청원합니다'(줄여서 '난민법 폐지' 청원)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문을 연 국민 청원 게시판엔 그동안 22만 건 넘는 청원이 쏟아졌다. 청와대가 정한 기준인 '20만 명 이상 참여'를 충족해 청와대가 청원에 답한 건수는 36건, 20만 명 이상을 달성했지만 아직 답변이 이뤄지지 않은 청원은 현재 5건인데 이 중에 유일하게 한 달의 청원 기간이 끝나지 않은 청원이 바로 '난민법 폐지' 청원이다. 청원 기간이 아직 8일 남았다.

이 청원은 지난 6월 13일 6.13 지방선거 투표일에 올라왔는데 당시부터 청원 참여자 수가 범상치 않았다. 7월 5일 오전 9시 현재 참여자 수는 61만 8천여 명, 역대 1위이다. 이전까지 1위는 지난해 12월 청원 마감했던 '조두순 출소 반대'였다. 61만 5,354명 참여. 2위는 지난 3월 마감했던 '김보름, 박지우 선수의 자격 박탈과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 61만 4,127명이 참여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자체의 역사가 길진 않지만 '난민법 폐지'의 1위 등극은 그중에서도 이례적인 기록인 셈이다.

기준을 달성한 청원에 대해 답변은 언제 이뤄질까. '조두순 출소 반대' 청원에 대한 답변은 마감 다음 날 나왔다. 청와대 민정수석 비서관이 "현행법으로는 불가"하다고 답했다. '적폐 빙상연맹의 엄중 처벌' 청원에 대해서는 청원이 마감되기 전에, 보름이나 앞서 교육문화비서관이 "주무 부처 통해 점검해보겠다"고 답변했다. 평창 올림픽 와중에 벌어진 상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만큼 뜨거웠던 이슈였기에 그랬던 것 같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의 빙상연맹에 대한 특정감사가 실시됐다. 5월 23일 발표된 감사 결과,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그간 제기됐던 의혹처럼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수사 의뢰, 징계 요구 등 후속 조치가 이뤄졌다.

이런 전례로 볼 때 '난민법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도 참여자 수나, 속도로만 보면 7월 13일 청원 기간 마감 이전에 나올 수 있겠지만 답변의 수위와 내용을 놓고 청와대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국민 청원의 기대에 부응하는 방향의 답변이 나올까, 아니면 그렇지 않을까. 어제(4일)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에서도 "현재로선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라고 말한 만큼 지금 답변의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 있는 단서는 있다. 지난 6월 29일 법무부는 관계기관 및 제주도가 참여한 외국인정책실무위원회를 열고 대책을 발표했다.

이때 법무부가 낸 보도자료를 보면 '난민 문제에 대한 기본 방향'이라는 소제목 아래 "우리나라는…난민협약과 난민법 상의 요건을 갖춘 진정한 난민을 보호해야 할 국제법 및 국내법의 의무가 있습니다…국제적인 책무를 이행하면서도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난민 보호가 국제법 국내법상 대한민국의 의무라는 점을 명시한 것이다. 그러면서 대응방안으로 제시한 건 '난민제도 악용을 막기 위해 난민법 개정 추진', '난민심사 전문성 강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 '난민심판원 신설해 이의제기 절차 간소화', '난민인정자 등 교육 강화'이다.

대응방안의 첫머리에 '악용 방지를 위한 법 개정 추진'을 놓은 걸 보면 찬반이 극명히 엇갈리는 난민 이슈를 놓고 나름 줄타기를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온정주의적이거나 과도한 혐오감을 보이는 걸 자제해달라,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내용 유포에 현혹되지 말라"고 덧붙였다.

난민법 자체는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이 2009년 대표 발의했다. 논의를 거쳐 2011년 말 통과됐고 2013년 7월부터 시행됐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통과된 법이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시행된 것이다. 난민 반대를 주장하면서 현 정부를 지지하는 어떤 이들은, 난민법 또한 전 정권의 적폐라며 문재인 정부가 청산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던 독일, 그리고 메르켈 총리도 흔들리고 있다. 난민으로 인한 갈등이 확산되면서 EU 회원국 간 충돌 양상까지 빚어졌고 합동난민심사센터 설립과 역내 난민 이동 금지로 간신히 봉합했지만 언제 다시 파열음이 날지 모른다. 세계의 고민이자 세계의 난제인 난민 이슈에 한국은 이제서야 한 발 들여놓은 셈이다.

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난민을 수용할 수 있을까, 이제서야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할 때다. 임기 1년이 지난 시점에도 지지율 70%를 넘나드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남북문제 못지않게 중요할 수 있는 이 문제의 해법을 찾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까? 조만간 나올 청와대의 답변이 정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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