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현충원 어지럽힌 쓰레기…호국보훈의 달 민망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8.06.14 16:1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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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대전 현충원은 계룡산 근처 갑하산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면적은 330만㎡로 무려 10만 위를 안장할 수 있는 규모다. 서울 현충원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1979년 묘역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첫 안장은 1982년에 시작됐고, 3년 뒤 1985년에 현충원이 완공됐다. 대전현충원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12만5천여 위가 모셔져 있다. 순국선열은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독립 유공자분들을 말하고, 호국영령은 6·25전쟁과 같이 나라의 부름을 받고 싸우다가 희생된 분들을 가리킨다. 현충원에 안장된 분들은 8만4천위에 이르고 시신을 찾지 못한 4만1천위는 현충탑에 위패로 모셔져 있다.
[취재파일] 현충원 어지럽힌 쓰레기…호국보훈의 달 민망현충일과 6·25날이 들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원 묘역은 1년 내내 참배객들이 줄을 잇고 있지만 6월은 특히 붐빈다. 현충일에는 하루 동안 참배객 8만여 명이 다녀간다고 한다. 그런데 엄숙한 추모 공간이 6월이면 쓰레기로 어지럽혀지고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성묘 쓰레기가 많이 나올 수도 있지만 도가 지나친 게 문제다.

현충일을 코앞에 둔 6월 첫 주말과 휴일 뒤 묘역을 찾아갔다. 환경미화직원들이 청소차를 몰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쓰레기통마다 가득 쌓인 성묘쓰레기를 치우느라 정신이 없다. 유리병과 깡통 같은 재활용쓰레기와 조화 등 일반 쓰레기를 따로 버리도록 구분해 뒀지만 온갖 쓰레기가 뒤섞여 뒤죽박죽이다. 검은 비닐봉투에 먹고 버린 음식물까지 가득하다. 날씨가 더워져 초파리가 들끓고 개미도 바글바글 꼬였다. 역한 냄새까지 풍겨 청소하는 직원들을 더 힘들게 만들었다. 종량제 봉투는 아예 찾아볼 수조차 없다.
[취재파일] 현충원 어지럽힌 쓰레기…호국보훈의 달 민망더 기가 막힌 것은 곳곳에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이다. 풀밭과 나무아래에 몰래 무단 투기해 놓은 것들이 상당했다. 햇반 용기와 기저귀, 수박껍질까지 마치 이곳이 유원지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성묘를 한 뒤 묘비에 두고 가는 쓰레기도 골칫거리다. 방치된 음식은 제때 치우지 않으면 썩기도 하고 들짐승까지 몰려든다. 묘역을 돌보는 자원봉사자들도 두고 간 성묘쓰레기 치우기가 고역이라고 말했다.
[취재파일] 현충원 어지럽힌 쓰레기…호국보훈의 달 민망현충원에 쓰레기통이 설치된 장소는 50곳에 이른다. 묘역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져온 쓰레기는 되가져가는 게 맞지만 그럴 수 없다면 쓰레기통에라도 버리는 게 최소한 도리인데 일부 참배객들은 양심을 아무 데나 버리고 있다. 현충원은 보다 못해 묘역 주변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안내 현수막을 100여 개나 내걸었다. 하지만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취재파일] 현충원 어지럽힌 쓰레기…호국보훈의 달 민망대전현충원의 쓰레기 발생량은 2012년 156t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88t으로 32t이나 늘었다. 쓰레기 처리 비용도 2천600만 원에서 3천600만 원으로 증가했다. 묘역에 꽂아두는 조화 뿐 아니라 가정 생활쓰레기, 관광버스 도시락 등 무단 투기 쓰레기도 갈수록 늘고 있다고 현충원은 밝혔다. 다양한 모양과 색깔로 만든 조화도 처리하기가 골칫거리다. 꽃을 떠받치는 줄기가 철사로 돼 있어서 쓰레기 소각장에 반입이 안 된다. 천조각과 플라스틱, 철사를 일일이 분리배출 해야 한다.
[취재파일] 현충원 어지럽힌 쓰레기…호국보훈의 달 민망대전현충원은 서울현충원에 이어 포화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1만6천위만 안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지난달 중순 7묘역을 준공했다. 현재 안장 수요로 미루어 3~4년 지나면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된다. 더 이상 묘역을 확장할 공간은 없다. 현충원은 안장 대신 납골당을 짓기로 하고 내년에 5만기를 안치할 수 있는 충혼당 건립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현충원에 모시는 호국영령이나 의사상자, 국가유공자 등이 늘면 참배객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쓰레기가 걱정이다, 나라사랑과 희생정신을 배우는 역사교육의 장소이자 경건한 추념의 공간이 어지럽혀져서는 안 된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 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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