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그 아버지에 그 딸'…도마 샛별 떴다!

'도마의 신' 여홍철 교수와 '도마 유망주' 딸 여서정

최희진 기자 chnovel@sbs.co.kr

작성 2018.06.09 11:48 수정 2018.06.09 11: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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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의 신' 여홍철 교수와 '도마 유망주' 딸 여서정한국 여자 기계체조에 오랜만에 대형 유망주가 등장했습니다. 1990년대 남자 기계체조 도마 세계 1인자였던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딸 여서정 선수가 그 주인공입니다. 여홍철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 은메달과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획득했던 한국 기계체조의 간판스타였습니다. 여홍철 교수의 둘째 딸인 여서정 선수는 2002년생으로 현재 경기체고 1학년에 재학 중입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10년 체조를 시작한 여서정은 아버지 여홍철 교수와 여자 기계체조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어머니 김채은 씨의 운동 신경을 물려받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전국 소년체전 중등부에서 금메달 11개를 획득했고, 특히 도마에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시니어 무대 데뷔전이었던 지난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언니들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습니다. 공교롭게도 여서정의 주특기는 아버지, 어머니와 같은 도마 종목입니다. 이정식 여자 기계체조대표팀 감독은 "여서정이 도마에 필요한 탄력과 순발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습니다.

여서정은 현재 도마를 짚고 뛰어 공중에서 앞으로 한 바퀴 반을 비트는 기술을 주 무기로 구사하고 있습니다. 난도 5.8로 고난도 기술에 속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반 바퀴를 더 비틀어 2바퀴를 비트는 '신기술'을 집중 연마하고 있습니다. 연습 때 성공률은 50% 정도인데, 실전에서 성공해서 신기술로 인정받을 경우에 난도가 6.2로 올라가게 됩니다. 현재 전 세계 여자 기계 체조 선수들을 통틀어 도마 종목 최고난도 기술이 6.4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정상급 수준까지 도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정식 감독은 "여서정이 오는 6월 14일부터 포르투갈에서 열리는 챌린지컵에서 신기술을 시도해 국제체조연맹(FIG)에 등재되는 것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여서정은 오늘(9일)부터 이틀간 진천선수촌에서 열리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 출전하는데, 이변이 없는 한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대표에 선발될 것이 확실시됩니다.
'도마의 신' 여홍철 교수와 아내 김채은, 그리고 '도마 유망주' 딸 여서정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진천선수촌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여서정 선수를 아버지 여홍철 교수와 함께 만났습니다. 여 교수는 다른 선수들의 훈련에 방해가 될까 봐 조심스러워하며 일찍 자리를 떴지만, 딸의 훈련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Q) 여서정 선수가 어떻게 체조를 시작하게 됐나요?
-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작했는데 그전에 서정이가 체조를 좀 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히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처음에는 반대했어요. 저도 그렇고 아이 엄마도 그렇고 체조를 했기 때문에 이게 얼마나 힘든지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죠.
 
Q) 시켜보니까 소질이 있던가요?
- 잘하더라고요.(웃음) 몸도 잘 쓰는 편이고, 본인이 너무 좋아해서. '아! 하면 잘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Q) 현재 기량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 아, 저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아요.(웃음) 기술이 많이 올라왔어요. 제가 서정이 나이 때 생각하면 저보다 기술이 한참 위에 있어요.
 
Q)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 장점은 일단 순발력이 있는 것 같고 대체적으로 힘을 잘 쓰는 것 같아요. 특히 도마를 잘하더라고요. 여자 종목 같은 경우는 4종목인데 다리로 할 수 있는 종목이 3종목이에요. 도마, 마루, 평균대인데 서정이 같은 경우에는 하체 쪽에 힘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즐기면서 하더라고요. 저는 그래 본 적이 없는데. 저는 경험이 많이 쌓인 다음에 경기를 즐겼는데 서정이 같은 경우에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때부터 경기를 즐기더라고요. 그래서 '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웃음)
 
Q) 여서정 선수가 선수촌에서 고된 훈련을 하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운 생각도 들지 않나요?
- 저도 선수 때 태릉선수촌에서 10년 정도 생활했는데 힘든 거 잘 알죠. 훈련이 너무 힘들다 보니까 주말이나 쉬는 날 서정이가 집에 오면 최대한 편안하게 쉬게 해주려고 해요. 그래서 체조 이야기도 잘 안 합니다. 굳이 말을 안 해도 본인이 워낙 잘 알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죠. 또 잔소리로 들릴까 봐요.(웃음)
 
Q) 딸이 체조 선수로 잘 성장하는 모습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 대견하죠. 너무 좋아요. 곁에서 지켜보는 아빠로서 대견하고 뿌듯해요.
 
Q) 딸에게 바라는 점?
- 일단 저는 무엇보다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경험상 선수가 아무리 잘 나가더라도 부상 앞에서는 좌절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부상을 안 당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부상 안 당하고 본인의 목표를 성취했으면 하는 바람이죠. 또 자만하지 말고 더 높은 곳을 향해서 열심히 하다 보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옆에서 여홍철 교수의 인터뷰를 듣던 여서정 선수는 아빠의 이어지는 칭찬에 수줍어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목표에 대해서 또박또박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Q) 아빠의 선수 시절 도마 경기 영상 봤나요?
- 네. 영상으로 봤어요. 아주 멋있고 아빠와 똑같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아빠는 어떤 분인가요?
- 밖에서는 유명하고 체조 잘했던 분인데 저는 그냥 아빠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고 그냥 그래요.(웃음)
 
Q) 체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 엄마가 대표팀 코치할 때 선수촌에 따라다니면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것을 보면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한테 졸라서 체조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들고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래도 국가대표가 되어서 선수촌까지 들어왔고 끝까지 열심히 해보고 싶어요. 친구들이랑 놀고 싶기도 하고, 먹는 것도 많이 먹고 싶은데 이걸 이겨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 꾹 참아요.
 
Q) 가장 자신 있는 종목?
 - 도마와 마루예요. 연습할 때 다른 종목에 비해 도마나 마루가 좀 더 잘 되는 기분이 들어요. 하체 쪽이 좋다 보니까 좀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것 같아요.
  
Q) 신기술 연마는 잘 되고 있나요?
- 아직은 불완전한데 좀 더 연습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성공률은 50% 정도예요.
 
Q) 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서 목표는?
- 도마에서 금메달을 따고 싶고, 단체전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어요.
 
Q)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 항상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아빠처럼 올림픽에서 메달도 따고 싶고 한데 아직은 더 많이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앞으로 한국 여자 기계 체조가 더 발전하는 데 앞장섰으면 좋겠어요.
'도마의 신' 여홍철 교수와 '도마 유망주' 딸 여서정'도마의 신' 여홍철 교수와 '도마 유망주' 딸 여서정'도마 유망주' 여서정 양한국 남자 기계체조는 1988년 서울 올림픽 때 박종훈의 도마 동메달을 시작으로 2012년 런던 올림픽 양학선의 도마 금메달까지 7대회 연속 메달을 수확할 만큼 국제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여홍철과 양학선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도 배출했습니다. 하지만 여자 기계체조는 세계 수준과 격차가 크고,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 서선앵(평균대)과 서연희(이단평행봉)가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아시안게임에서도 아직 금메달이 없습니다. 체조계는 여서정이 앞으로 쑥쑥 성장해서 오랜 기간 침체에 빠진 한국 여자 기계체조를 일으켜 세워주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무대가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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