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SBS·JTBC 위수령 공방…언중위 '불성립' 결론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6.06 13:53 수정 2018.06.06 13: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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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SBS와 JTBC는 이른바 ‘촛불 위수령 검토’의 진위를 놓고 보도 공방을 벌였습니다. JTBC는 “작년 탄핵 촛불 집회 당시에 국방부가 특정 지역에 병력을 출동시키는 위수령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있었는데 실제로 국방부가 병력 출동 문제를 검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SBS는 “국방부가 병력 출동 문제를 검토한 것은 이철희 민주당 의원의 질의와 관련해 제도 자체를 들여다 본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습니다.

SBS와 JTBC는 3월 20일부터 26일까지 일주일 간 메인 뉴스를 통해 유례없는 팩트 경쟁을 펼쳤고 JTBC 손석희 앵커는 3월 26일 뉴스에서 “앞으로 이 문제는 언론중재위원회의 판단을 구하기로 했습니다”라며 위수령 보도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JTBC는 지난 4월 30일 “SBS의 보도로 인해 명예와 신뢰도에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입었는 바, 정정보도를 구한다”며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했습니다.

언론중재위는 지난 달 15일과 어제(5일) 두 차례 조정기일에 심의를 벌인 결과, 조정 불성립을 결정했습니다. 조정 불성립은 “당사자 간 합의 불능 등 조정에 적합하지 아니한 현저한 사유가 인정될 때” 내려지는 결정입니다. JTBC는 1차적으로는 SBS의 정정 보도, 적어도 반론 보도를 바랐지만 SBS는 언론중재위 결정에 따라 정정 보도는 물론 반론 보도도 할 일이 없습니다.

● 다시 보는 SBS와 JTBC의 위수령 공방
JTBC의 '위수령' 보도
JTBC의 위수령 보도를 이끌어낸 이철희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라 당시 상황을 먼저 살펴 보겠습니다.

① 2016년 11월 23일 : 이철희→국방부,  ‘위수령에 대한 입장’ 등 자료 요구
② 2017년 1월 13일 : 합참→이철희, “위수령 폐기 여부 심층 검토” 답변
③ 2017년 2월 14일 : 이철희→국방부, “위수령 폐지에 대한 국방부 입장” 서면질의
④ 2017년 2월 17일 : 국방부→이철희, “관련부서 의견수렴ㆍ심층연구 통해 검토” 답변
⑤ 2017년 2월 23일 : 이철희→국방부, 위수령 관련 국방부 보고 요구
⑥ 2017년 2월 20~24일 : 국방부, <위수령의 이해> <병력출동 검토> 문건 작성
⑦ 2017년 3월 13일 : 국방부→이철희, 위수령 개요 및 쟁점ㆍ검토결과ㆍ계획 등 보고

국방부는 작년 2월 20~24일 사이에 ‘위수령의 이해’, ‘병력출동 관련 문제 검토’ 등 두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JTBC는 두 문건의 작성, 즉 ⑥번 사안이 ①~⑦번과 전혀 관계가 없는, 별도의 행위로 봤습니다. 정리하면 JTBC 주장은 “두 문건이 이철희 의원실의 서면 질의, 자료 요구와 상관없이 만들어졌다”입니다. JTBC는 “문건이 작성된 시기가 촛불 집회 기간”이라며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기각되면 집회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올 때”라고 보도했습니다. JTBC는 탄핵 심판이 기각되면 촛불 집회 규모가 커질테고 이에 대비해 군이 병력 출동을 검토했다는 쪽으로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JTBC는 “이철희 의원이 위수령 폐지 의견만을 물었는데 국방부는 병력 출동 문제 전반을 들여다 봤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철희 의원의 인터뷰를 인용해 “아무리 좋게 봐도 다른 맥락이 있지 않을까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SBS는 두 문건이 작성된 ①~⑦번 전체의 맥락에 주목했습니다. SBS는 문건을 작성한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문건 작성을 지시한 한민구 당시 국방장관을 인용해 “이철희 의원의 질의와 관련하여 위수령과 이에 따른 병력 출동 절차의 제도적 측면을 검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SBS는 이철희 의원이 두 문건을 입수한 경위도 되짚었습니다. 사실, 촛불 위수령 의혹은 JTBC가 보도하기 2주 전인, 지난 3월 8일 군인권센터에서 제기됐습니다. 군인권센터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철희 의원의 국방부에 대한 위수령 폐지 의견 질의 사실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은 군인권센터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3월 8일 당일 이철희 의원실에 두 문건을 전달했습니다. 문건을 이철희 의원에게 직접 건넨 현역 장교는 “숨길 의도가 있었으면 문건을 갖다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국방부는 문건을 숨길 의도가 없었습니다. 그날 두 문건은 이철희 의원실 뿐 아니라 청와대 국방비서관, 국정상황실에도 전달됐습니다. 청와대도 문건을 훑어봤을텐데 아무런 문제도 삼지 않았습니다. 국방부 감사관실도 국방부, 합참, 수방사, 특전사에 대한 관련자 조사, 기록물 열람, 컴퓨터 파일 조회 등을 통해 “병력 투입이나 무력 진압 관련 논의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나 진술은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국방부의 공식 의견도 JTBC와 이철희 의원의 주장을 기각한 겁니다. 무엇보다 위수령은 서울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이 요청해야 육군이 발동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 언론중재위 '불성립' 결정

SBS와 JTBC는 언론중재위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어제 두 번째 조정 기일의 쟁점은 SBS가 JTBC 입장을 담은 반론을 보도할지 여부였습니다. 정정 보도 여부는 아예 조정 테이블 위에 올라오지도 못했습니다.

SBS 측은 “JTBC가 충분히 스스로 자사 뉴스를 통해 반론을 펼쳤기 때문에 SBS는 별도로 반론 보도를 해줄 이유가 없다”며 “기존 판례에서도 이런 경우에는 반론의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JTBC 측은 “언론사도 반론보도를 청구할 주체가 될 수 있다는 판례가 있다”며 “SBS는 반론 보도를 해야 한다”고 맞받았습니다. SBS 측은 “반론을 못 실어주는 근본적인 이유는 판례를 떠나 JTBC가 잘못된 보도, 왜곡 보도를 했기 때문”이라고 맞섰습니다.

언론중재위는 양측의 주장을 듣고 불성립 결론을 내렸습니다. 언론중재위의 불성립 결정에 따라 SBS는 'JTBC의 보도가 맞았다'는 정정 보도는 물론, JTBC의 입장을 담은 반론 보도도 할 필요가 없습니다. JTBC가 언론중재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못하겠다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JTBC와 이철희 의원은 ‘촛불 위수령’을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 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맞습니다. 합리적 의심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 국회의원 같은 책임 있는 기관이라면 합리적 의심에 그쳐서는 안 됩니다. 보도는 합리적 의심을 입증할 수 있는 치밀한 검증을 거친 뒤 확신이 섰을 때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더욱이 이번 합리적 의심의 대상은 내란 모의 음모에 버금가는 촛불 무력 진압 의혹이었습니다. 이런 사안을 합리적 의심만으로 공표하는 게 과연 합리적 행동이었는지 면밀히 되돌아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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