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부진 탈출 김효주 "아주 묘한 느낌…우승이 곧 잡힐 것 같아요"

김영성 기자 yskim@sbs.co.kr

작성 2018.06.05 16: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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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부진 탈출 김효주  "아주 묘한 느낌…우승이 곧 잡힐 것 같아요"
"US여자오픈 준우승으로 자신감 회복…확실히 샷 감 돌아와"
"우승 경쟁 쭈타누깐은 매너 좋은 선수…연장전서 오랜만에 긴장감 느껴"
"다음에 우승하면 한국 가서 꼭 자동차 살 것"

2018 US여자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준우승을 차지한 김효주는 대회가 끝나자마자 두 살 위 친언니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몸을 맡긴 채 앨라배마에서 애틀랜타 공항으로 이동한 뒤 비행기 편으로 뉴저지에 있는 지인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한 주 휴식을 취할 예정이라는 그녀는 자동차에서 짐을 내리다가 기자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특유의 밝고 명랑한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고 인터뷰 중간 중간 깔깔 웃기도 하면서 오랜만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었습니다.

Q) 오랜만에 우승 경쟁을 했는데 연장전에서 긴장이 좀 됐나?
"제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할 거라고는 아예 생각조차 못했어요. 그냥 샷 감, 퍼트감은 좋아서 4라운드까지 긴장하지 않고 치다보니 타수가 점점 줄었고, 오랜만에 상위권에는 들겠구나 했죠. 에리야 쭈타누깐이 전반까지 워낙 많은 타수(7타) 차로 앞서 가서 연장전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스코어 카드 내고 TV로 보니까 쭈타누깐이 마지막 홀에도 보기를 하고 동타가 되더라고요. 어, 이건 뭐지? 이런 기분으로 연장전에 나갔던 것 같아요. 그때 배가 너무 고파져서 매 홀 에너지바 한 개씩 먹으면서 쳤어요. 연장 첫 홀에서는 전혀 긴장이 안됐어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하다보니까 7m 중거리 버디 퍼트가 쏙 들어가더라고요. 그런데 한 타 앞선 상황에서 연장 두 번째 홀에 가니까 티샷 하기 전에 갑자기 확 몰려왔어요.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프레셔(pressure)였어요."
김효주와 에리야 쭈타누깐Q) 긴장은 쭈타누깐이 더 많이 한 것 같던데?
"그랬나요? 저는 제 플레이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상대가 긴장하는지 어떤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저는 긴장하면 몸에 힘이 좀 들어가요. 그래서 자꾸 벙커에 빠지더라고요. 벙커에서도 파 세이브 잘 하는 편인데 연장 네 번째 홀에서 파 퍼트할 때 정말 많이 떨렸어요. 꼭 넣어야 하는데… 퍼터를 뒤로 뺐다가 공을 맞히는 데 살짝 닫혀 맞았어요. 아쉬웠지만 정말 오랜만에 재미있고 흥분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연장 첫 홀에서 김효주 선수가 먼저 긴 버디 퍼트 넣었을 때 쭈타누깐이 박수를 쳐주던데?
"와, 쭈타누깐은 진짜 멋진 선수더라고요. 제 버디 퍼트가 홀에 들어가는 순간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웃으면서 '나이스 버디!' 라고 해주는 거에요. 정말 팽팽한 연장 승부에서 그런 매너 보기 어렵거든요. 쭈타누깐이 저랑 1995년생 동갑인데 그렇게 성숙하고 신사적인 플레이는 저도 많이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스윙의 교과서'로 불렸던 김효주는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였습니다. 2014년 KLPGA투어에서 5승을 거두며 한 시즌 최고 상금 12억원을 돌파했고 그 해 프랑스에서 열렸던 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 비회원으로 출전해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이듬해 LPGA 무대로 직행했습니다.

그런데 김효주에게 LPGA 투어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말이 안 통하고 음식이 입에 안 맞는데다 매주 비행기나 자동차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하니 근육량이 줄어 체중이 빠지면서 샷의 비거리가 짧아져 기대했던 만큼의 성적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2015년 파운더스컵 우승 이후 2016년 1월 개막전(퓨어실크 바하마클래식)에서 우승한 것이 LPGA 통산 3승째였고 이후 오랜 부진에 빠져 좀처럼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정상 체중 회복한 김효주Q) 볼이 다시 통통해졌는데 정상 체중을 회복한건가?
"네. 요즘은 잘 먹고 근육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60kg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어요. 어느 기사에서 보니까 제가 65kg 나가다가 작년에 50kg 초반대까지 체중이 떨어졌다고 하는데(웃음) 제 몸무게는 62kg을 넘어본 적도, 57kg 이하로 떨어져 본 적도 없어요. 작년에 너무 힘들 때는 57~8kg 나가다가 지금은 다시 근육량 늘리고 살을 찌워서 60kg 된 거죠."

Q) 체중이 줄었을 때 샷도 같이 망가졌었는데 관계가 있나?
"확실히 몸에 근육이 빠지니까 공을 칠 때 힘도 안 실리고 그러다보니 공을 더 보내려고 스윙 자세도 틀어지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원래 드로(draw) 구질인데 아이언 샷이 자꾸 오른쪽으로 가는 거에요. 어드레스할 때 몸이 공과 너무 가깝게 섰고, 그러다보니 백스윙 때 클럽을 바깥쪽으로 빼면서 클럽 헤드가 닫혀서 올라간거죠. 그래서 지난 동계 훈련 때 많이 먹고 근육량도 늘리면서 틀어진 스윙을 바로 잡았어요."

김효주는 장타자가 아닙니다. 힘으로 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유연성으로 정확하게 치는 교타자입니다. 2014년 국내투어에서 5승을 올렸을 때도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가 256. 4야드로 당시 KLPGA 투어에서 21위에 불과했습니다. 이 마저도 미국에서는 비거리가 더 줄었습니다. 올시즌 LPGA 투어에서 그녀의 평균 드라이브 샷 거리는 246. 4야드로 120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Q) 샷 감이 돌아오면서 비거리도 회복됐나?
"요즘 드라이버 샷은 예전처럼 250~255야드 정도 치는 것 같아요. 반가운 것은 아이언 샷 거리가 좀 늘었어요. 최근 새 클럽으로 교체했는데 손에 딱 맞고 타구감도 좋아요. 전에는 7번 아이언 치면 캐리(carry)로 130m 날아갔었는데 요즘은 135~140m는 가니까 세컨 샷이 편해졌어요."

김효주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열린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마친 뒤 그동안 항상 함께 다녔던 아버지로부터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쉬고 있던 친언니를 매니저로 '스카우트' 했습니다.

Q) 언니를 매니저로 두니 좋은가?
"제가 샷이 잘 안 맞고 스트레스 받을 때 언니한테 뭐든지 다 털어놓을 수 있어서 좋아요. 언니가 운전도 해주고 비행기 예약부터 자동차 렌트, 숙박 예약까지 다 해줘요. 최운정 언니의 매니저한테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이번 US여자오픈 준우승 상금이 생각보다 엄청 많던데(54만 달러) 고생한 언니한테 멋진 선물 사 줄 거에요.(웃음)"

Q) 한국에 계신 아버지와는 통화했나?
"US여자오픈 끝나고 공항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통화했어요. 아빠가 '볼 살이 올라오니 보기 좋다'면서 더 많이 먹고 살 좀 더 찌우라고 하셨어요. 식욕도 돌아왔는데 이번 주에 언니랑 맛있는 것 많이 먹으러 다닐 거에요."

김효주는 이번 주 열리는 숍라이트 LPGA 클래식은 건너 뛰고 다음주 메이어 LPGA 클래식부터 다시 우승 사냥에 나섭니다. 2년 5개월 동안 우승 소식이 없는 그녀에게 US여자오픈 준우승을 계기로 다시 자신감을 찾았냐고 묻자, 엉뚱하게도 자동차 얘기를 꺼냈습니다.

"저 이번에 우승했으면 한국 들어가려고 했어요. 오랜만에 부모님도 뵙고, 무엇보다 차를 한 대 꼭 사고 싶었어요. 다음에 우승하면 꼭 자동차 예쁜 걸로 살 거에요. 샷 감은 진짜 많이 살아난 것 같아요. 느낌이 정말 좋아요. 이 기분,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지금 제 안에 '아주 묘한 느낌'이 있어요. 예전에 우승 많이 할 때 느꼈던 자신감 같은 것? 아무튼 응원 많이 해주세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드는 생각.
'곧 차 한 대 사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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