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다시 뜨겁게!] 멕시코의 '황금세대'…8강을 넘어 '엘도라도'를 위해

이정찬 기자 jaycee@sbs.co.kr

작성 2018.06.01 15: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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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황금은 한(恨)의 결정체일지도 모릅니다. 1848년 과달루페 이달고 조약으로 끝난 미국과 전쟁. 이 조약에 따라 멕시코는 캘리포니아 등 영토 절반가량을 미국에 넘겨줍니다. 공교롭게 이 무렵 캘리포니아에서 금맥이 발견되고, 이듬해 골드러시가 시작됩니다. 골드러시는 미국 서부 발전사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전 세계 정보 통신 기술의 심장, 실리콘밸리가 그곳에 자리했죠. 황금이 조금만 일찍 발견됐다면, 혹은 미국과 전쟁에서 멕시코가 캘리포니아만 지켰더라도 지금 두 나라의 모습은 사뭇 달랐을 겁니다.
멕시코의 축구의 황금 세대들그래서 멕시코 축구 '황금세대'를 바라보는 자국 팬들의 마음이 더 애틋하고 간절한지도 모릅니다. 2005년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 월드컵 정상에서 금빛 트로피를 들어올린 1988년생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건 1989년생들이 바로 멕시코 축구의 황금 세대입니다. 축구 선수의 전성기를 30세 정도로 봤을 때, 이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 지금이 유례없는 황금기일 수 있습니다. 이제 이들이 러시아에서 멕시코 팬들의 '월드컵 한풀이'에 나섭니다.

● 2012년 진짜 금맥을 캤다!

멕시코 '황금세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습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멕시코와 우리는 함께 B조에 속했습니다. 태극전사와 첫 경기를 득점 없이 비긴 멕시코는 이후 승승장구했습니다. 가봉과 스위스를 격파했고 결승까지 내달렸습니다.

결승전 상대는 준결승에서 우리를 3대0으로 완파한 '네이마르'의 팀 브라질이었습니다. 멕시코의 완승으로 끝났습니다. 오리베 페랄타가 전반 1분 만에 균형을 깨더니 후반 30분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브라질은 후반 추가 시간 헐크가 한 골을 만회하는 데 그쳤습니다.
멕시코는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을 제외한 모든 상대팀에 승리를 거두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현재 대표팀의 척추라인을 구성하고 있는 중앙 수비수 디에고 레예스-중앙 미드필더 엑토르 에레라-최전방의 지오바니 도스산토스와 페랄타, 라울 히메네스 모두 런던올림픽 한국전에 나섰던 이들입니다. 이들은 러시아월드컵 북중미 예선에서 6승 3무 1패,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일찌감치 본선행을 결정지었습니다.

● 월드컵 8강 한(恨) 풀까?

멕시코 황금세대에 주어진 숙제는 월드컵 '8강 한'을 푸는 겁니다.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가 월드컵 무대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8강입니다. 1970년과 1986년 두 차례 올랐는데 모두 자국에서 열린 대회였습니다. 그 뒤론 단 한 번도 8강 무대를 밟지 못합니다. 1994년 미국 대회 이후 6회 연속 조별예선을 통과하며 '16강 진출 본능'을 발휘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조별리그에서는 잘하다가도 토너먼트에서는 무너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토너먼트 정상에 선 경험이 있는 '황금세대'라면 다를 거라 기대가 컸기에 2016 코파 아메리카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코파아메리카에선 2승 1무, C조 1위로 8강에 오르고도 칠레에 무려 7골을 내주며 무너졌습니다. 지난해 컨페드컵에서도 조별예선 2승 1무로 4강에 올랐지만 주축 선수들을 뺀 독일에 4 대 1로 완패했습니다.

도박사들의 예측도 이를 반영합니다. 유럽 대부분 베팅 사이트에서 멕시코는 16강 진출 확률이 독일에 이어 F조에서 두 번째로 높게 평가받지만 우승 확률은 개최국 러시아보다 낮은 14위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8강 진출이 쉽지 않다고 본 겁니다.

● 오소리오 감독의 지략, 치차리토의 경험, 로사노의 잠재력
황금 세대를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는 오소리오 감독과 치차리토, 그리고 샛별 로사노(왼쪽 위부터 시계반대방향)멕시코 축구 팬들은 '황금 세대'를 제대로 빛나게 할 변수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콜롬비아 출신 사령탑 카를로스 오소리오 감독입니다. 25세에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뒤 미국, 잉글랜드에서 축구 과학을 공부한 학구파입니다. 전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무엇보다 상대 분석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쓰는데 최종예선에선 두 경기 연속 같은 전형을 쓴 적이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했습니다.

'치차리토'로 불리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는 그라운드에서 팀을 이끌 리더로 꼽힙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레버쿠젠(독일) 등 유럽 빅리그 빅클럽에서 활약한 베테랑입니다. 큰 경기 경험과 여전한 골감각은 기복이 심한 멕시코에 큰 힘이 될 전망입니다.

마지막 변수는 샛별 로사노입니다. 19살에 자국 리그에서 프로 데뷔해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으로 이적했습니다. 바로 주전 자리를 꿰찼습니다. 최종예선에서도 4골을 넣어 멕시코 최다 득점자가 됐습니다.

이들의 활약이 황금세대와 잘 어우러진다면 이번 여름 멕시코는 마침내 한을 풀고 '엘도라도(황금의 나라)'로 불릴 수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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