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과 폼페이오, 같은 매파지만 충돌할 운명"

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작성 2018.05.18 13: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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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안보 쌍축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서로 충돌 코스를 밟고 있으며,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손을 들어줄 사람은 볼턴보다는 폼페이오일 것이라고 '예언'한 글이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볼턴이 변수로 부각되기 전인 지난 9일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마스 라이트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에 기고한 장문의 분석 글을 통해 "폼페이오와 볼턴이 (매파로)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개인적 이해관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경쟁 관계가 될 운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볼턴은 국가안보보좌관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대북 핵 협상 불가론을 견지하면서 정권교체나 예방적 군사타격 방법 밖에 없다는 입장이었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 단계에서부터는 '리비아 모델'론으로 선회했습니다.

볼턴은 특히 4월 29일과 지난 13일 폭스뉴스 등과 인터뷰를 통해 리비아 모델론의 본격 판촉에 나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두 인터뷰 시점은 공교롭게도 폼페이오가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한 사실이 알려진 시점에서 멀지 않습니다.

폼페이오의 방북 내용이 알려질 때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비관·회의론이 옅어지는 상황에서 볼턴의 리비아 모델론은 폼페이오가 키우는 기대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했습니다.

지난 13일 일요일엔 볼턴 뿐 아니라 폼페이오도 경쟁하듯 방송 인터뷰에 적극 나섰고, 미국 언론들에선 볼턴과 폼페이오의 북미 정상회담 목표치가 다소 다른 것 같다는 논평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트 연구원은 두 사람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배경, 세계관, 야망'의 차이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올해 54세. 대통령이 되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국무장관의 직무를 어떻게 수행할지 이해하는 열쇠가 여기에 있다. 국무장관 직은 그에게 밝은 정치적 미래를 위한 수단이다. 그는 국무장관 직을 트럼프 시대의 한 장이 아니라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성공담의 한 길목으로 본다. '영웅적 실패'보다는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다자주의적 국제법과 제도에 구애되지 않는 행동의 자유가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을 필생의 이념적 목표로 삼고 있다. 정치인이 아니라 관료인 그에게 국가안보보좌관은 이 목표 실현을 위한 최후의, 그리고 최상의 기회다"

"볼턴은 법 전공자로,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미국의 행동의 자유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와 논리를 찾는 데만 몰두해 있다. 그것이 사후에 초래할 일에 대한 전략적, 지정학적 사고는 절대 하지 않는다."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 후 미국이 무엇을 할 것인가, 북한에 대한 일방적인 군사 공격 후 (이에 반대할) 한국과 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등의 문제는 그의 관심사가 아니다"고 라이트 연구원은 분석했습니다.

볼턴은 지난 2월 언론 기고문에서 대북 예방공격의 근거로, 1837년 캐나다 독립군을 위한 무기 수송용으로 사용된 미국 선박에 대한 영국군의 공격 사건을 장황하게 설명했습니다.

"국제법 학자들에겐 흥미로운 국제법 이론이겠지만, 한반도에서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전략적 이유는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라이트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국제법을 중시하지 않는 공화당 행정부 입장에선 볼턴의 이런 성향이 쓸모가 있었기에 다자외교를 하는 유엔 대사 등으로 중용됐습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는 회고록에서 "볼턴이 내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싸우기 싫어서" 국무부 자리를 주진 않았지만 "볼턴의 유엔 회의론을 고려하면 유엔 대사로선 보수주의자들에게 자산일 수 있고, 나로서도 유엔주재 미국 외교관들의 과도한 다자주의를 바로 잡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볼턴은 "세상 만사를 국제법 분야의 다자주의자 및 진보파들과의 싸움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보면서 국제법과 기구, 제도로 미국의 행동을 속박하려는 나라를 "문제 거리"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냉전이 끝난 시대에 유럽의 질서를 어떻게 새로 형성하고 부상하는 중국과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이며, 중동에서 이란과 사우디 아라비아간 패권 다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지정학적 과제는 그의 관심권 밖이라는 것입니다.

폼페이오는 법대를 나오긴 했으나 육사 출신으로 군 장교로 복무했었고, 항공우주와 석유장비 사업도 하다가 2010년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하원 정보위원과 중앙정보국장을 거쳐 8년 만에 국무장관에 이르기까지 초고속 출세 가도를 달리면서 능수능란한 정치술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대선 때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경쟁자인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했으나 본선 경쟁자인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강경한 입장 덕분에 중앙정보국장으로 발탁됐습니다.

트럼프가 눈엣 가시처럼 여기던 중앙정보국의 수장으로서 트럼프의 대규모 숙청으로부터 조직을 보호하고 안정시키면서도 트럼프에 대한 일일정보 보고로 트럼프와 개인적 관계를 맺는 데도 성공했고,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나 허버트 맥매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에 실패해서 경질됐습니다.

중앙정보국장 시절 폼페이오를 접한 유럽 외교관들은 그가 이란에 매우 강경하면서도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들과도 건설적인 대화가 가능한 인물로 묘사한다고 라이트 연구원은 전했습니다.

의회 인준 과정에서도 폼페이오는 오랜 정적인 힐러리 클린턴과 존 케리 전 국무장관에게까지 손을 내밀고, 청문회에선 북한에 대한 정권 교체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히는 등 신중한 입장을 취해 인준이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손쉽게 관문을 통과했습니다.

라이트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진짜 분열은, 모두가 매파인 상황에서 매파와 비둘기파 간 분열이 아니라 소송자들(litigators)과 기획자들(planners)간 분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소송자들이란, 국가안보 정책 면에서 국내외의 적들을 상대로 "해묵은 원한들을 하나하나 풀어 나가려는" 사람들로, 트럼프와 볼턴이 대표적입니다.

이란 핵협정 같은 다자 협정을 침몰시키고 기후협약 같은 국제적 속박을 벗겨버리며, 그 과정에서 미국의 힘을 과시하고 이어 다음 표적 사냥에 나서는 사람들입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으로 대표되는 기획자들은 매파이면서도 미국의 외교정책이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마라톤이며 묵은 숙제를 푼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는 계획을 가져야 한다며 신중한 처신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예방 공격할 경우 그 이후 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가 어떻게 될 것인가,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이란 핵 프로그램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동맹들과 무역전쟁을 벌인다면 그 이후 동맹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등을 생각하면서, 소송자들이 미국을 출구없는 난국으로 끌고 들어갈 것이라고 걱정한다는 것입니다.

라이트 연구원은 폼페이오가 국무부와 국방부까지 좌지우지하려는 성향인 볼턴과 '사내 정적'이 될 수밖에 없는 관계인 데다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고려해 매티스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볼턴은 싸움꾼이지 주변 사람들과 친화적인 인물이 아니고, 행정부 안팎에서 그를 따르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라이트 연구원은 지적했습니다.

폼페이오와 볼턴이 싸울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트럼프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입니다.

"트럼프가 볼턴의 강경한 어투를 좋아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트럼프와 볼턴 간에 차이가 있다"고 라이트 연구원은 주장했습니다.

트럼프는 실제로 볼턴이 전쟁을 불사한다고 위협하는 정도가 아니라 전쟁을 일으키는 것을 좋아한다고 걱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라이트 연구원은 볼턴이 북한, 러시아 등의 문제에서 "트럼프의 생각을 무조건 이행하려 하지는 않을 공산이 매우 크다"고 봤습니다.

매일 트럼프를 만나는 그가 대통령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기회 면에선 폼페이오보다 유리하지만 "끈질기게 자신의 주장을 펴는 스타일 상 트럼프가 관리·통제되고 있다는 생각에 오래지 않아 질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고, 맥매스터도 그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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