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회의원 해외 출장 파헤치기 ③ - 의원님, 세금 낭비는 아닌 거 맞죠? (끝까지 판다)

박하정 기자 parkhj@sbs.co.kr

작성 2018.05.11 09:19 수정 2018.05.11 11: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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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닌 것, 그리고 이것이 문제로 불거진 것은 모두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당장 인터넷 검색 창에 ‘국회의원 해외 출장’을 입력하고 시간 순으로 기사를 나열하면 10년도 더 전부터 “‘피감시자’ 돈으로 출장 가는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관행은 오늘날까지 이어졌습니다.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임명과 사퇴에 이르는 과정에서 다시금 이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다면, 특히 김 전 금감원장의 ‘내로남불식’ 발언이 없었다면 늘 그랬듯 이 문제를 관행으로 치부하며 아무 변화 없이 넘어갔을지 모를 일입니다.

김 전 금감원장 사태 이후 SBS 탐사보도부는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국회에서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아 각 부처 산하 기관들에도 동일한 정보를 공개해달라고 청구했습니다. 회신 자료를 취합해,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는 출장을 몇몇 유형으로 묶어볼 수 있었습니다. 피감기관에 대놓고 공문을 보내 출장을 먼저 요청한 의원들도 있었고, 외유성 일정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발견되기도 했으며,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도 이런 출장을 관행처럼 계속해 온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 여러 유형들 가운데 ‘전관예우성 출장’도 있었습니다.

● "전직 장관이 요청하는데 거절할 수 있나요"

지식경제부 장관, 그리고 기획재정부 장관 및 경제부총리를 지낸 최경환 의원이 그 주인공입니다. 최 의원은 지난 2011년 5월에는 한국석유공사 경비 지원으로, 그리고 2016년 7월에는 대외경제정책연구소 경비 지원으로 각각 해외 출장을 떠났습니다. 이때는 모두, 최 의원이 지경부 장관, 그리고 기재부 장관에서 물러나고 몇 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입니다.

먼저 2011년, 한국석유공사 출장 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지경부 장관을 그만둔 지 4개월여 지난 시점에, 최경환 의원실은 한국석유공사에 공문을 보냈습니다. 출장지로는 미국 뉴올리언스와 캐나다 캘거리 두 곳을 못 박았습니다. 전직 지경부 장관으로서 해외 시찰이 필요하다며 경비 지원을 요청한 겁니다. 이 요청에, 한국석유공사는 항공료 1천2백여만 원과 숙박비 1천2백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지난 10년간 한국석유공사에서 해외 현장시찰 등 출장비용을 지원해 준 의원들 가운데, 해당 상임위(지경위 혹은 이후 산자위) 소속이 아니면서, 또 여러 명이 아니라 단독으로 출장을 간 건 최 의원이 유일했습니다. 최 의원의 시찰이 반드시 필요한 일정이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전직 장관이 요청하는데, ‘이제 우리 상임위도 아닌데 안 된다’며 거절하는 것이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최 의원이 아니면 안 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었다거나 일정은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최 의원의 출장 사례는 하나 더 있습니다. 지난 2016년 기재부 장관직 수행을 마친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비 지원을 받아 영국으로 간 출장입니다.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관련 현지 조사가 목적이었습니다. 같은 당 강효상 의원도 동행했습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당시 연구원 담당자가 최경환 의원실로부터 출장 지원 요청을 받았고 이후 기재부로부터도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최경환 의원실에서 연락을 받아 기재부가 연구원으로 연락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겁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국무조정실 산하 기관으로 정무위 피감기관입니다. 그런데 외통위 소속 의원(전직 기재부 장관) 측과 기재부로부터 출장 지원 요청을 받고, 출장 관련 협의를 함께 진행한 겁니다. 영국 중앙은행과 금융그룹 관계자 등을 만났던 4박 6일간의 출장이 끝난 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출장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출장 보고서에는 ‘(출장을) 국회와 기재부의 요청에 따라 최경환 의원, 강효상 의원을 동행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전직 기재부 장관으로서 대외경제정책연구원과 기재부에 영향력을 행사해 출장을 성사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보고서에는 또 영국의 주요 기관이 여름휴가에 돌입함에 따라 섭외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설명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기재부는 2016년 일이라 확인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해 왔고 최경환 의원실 관계자는 출장 과정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변했습니다(최 의원은 현재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구속된 상태입니다). 동행했던 강효상 의원으로부터도 당시 출장을 가게 된 구체적인 과정을 듣고 싶었습니다.

먼저 강 의원은 전 과정을 설명해야 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도 이후 다시 이뤄진 통화에서는, 당시 출장이 최 의원의 제안으로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 브렉시트가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출장 역시 갑자기 이뤄진 것이었고, 의정 및 입법 활동에 반드시 필요한 출장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출장을 전관예우성 출장이라고 볼 수도 있다면서도, 브렉시트는 당시 최 의원이 소속됐던 외통위 소관사항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만큼, 국회의원에게 소속 상임위 피감기관 돈으로만 출장을 가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강 의원은 그러면서, 이번 보도가 전파 낭비이고, 점수를 매긴다면 과락이라고 말했습니다.

● 의원님들, 세금 낭비는 아닌 거 맞죠?
전관예우 출장과 공공기관장의 선심성 출장을 고발한다강 의원으로부터 ‘전파 낭비’이자 ‘과락’이라는 평가를 받은 해당 기사는 앞서 말했듯 ‘전관예우성 출장’(해당 기사에는 최 의원 주도의 출장에 더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의 정무위 소속 의원 해외 출장 경비 지원 사례가 보여주는 공공기관장의 ‘선심성 출장’ 내용도 포함하고 있습니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강 의원도 말했다시피, 최 의원이 주도한 두 번의 출장은 설명한 대로 ‘전관예우성’ 출장이라고 볼 여지가 많습니다. 의원실의 개별적인 요청으로 기관이 출장을 준비하고 그 과정에서 장관으로 몸 담았던 부처가 직접 나섰던 움직임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에 관해 SBS 탐사보도부는 3일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를 했었는데, 다른 사례들의 경우도 단순히 ‘국회의원이 외국에 나갔다’고 해서 비판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국전력이나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경우에는 특히 그 명목과 취지에 걸맞은 출장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런 국회의원들의 출장들을 짚어보자고 이야기하는 건 출장 지원 비용이 국민의 세금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피감기관 혹은 다른 부처 산하 기관에서 부담했던 의원들의 출장비용을 앞으로 국회에서 전액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의식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국회가 아닌 곳의 예산으로 국회의원들이 출장을 간다면, 다른 기관 돈으로 출장을 가는 것이니만큼 더욱 엄격하게 점검해 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두가 국회 예산이라면 그 국회 예산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점검해야 합니다. 많은 언론이 국회의원의 해외 출장을 두고 공무상 반드시 필요한 출장이었는지, 반드시 그 기관이 지원했어야 하는 것이었는지, 지원을 요청하는 과정이 바람직했는지, 지원 규모는 적정했는지, 가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등을 꼼꼼하게 챙겨보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이 점검은 언론이 사후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관련 기관이 스스로 해 나가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정세균 국회의장도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활동 신고 등에 관한 규정, 국회의원의 직무상 국외활동 신고 등에 관한 지침 등을 제·개정하는 대책을 내놨을 겁니다. 보도가 전파낭비였다는 의원님뿐 아니라, 앞으로 숱한 해외 출장을 다니며 공무를 보게 될 모든 의원들이 매 출장을 앞두고 '지금 이 출장, 세금 낭비는 아닌가'를 떠올려 봤으면 좋겠습니다. 

▶ [취재파일] 국회의원 해외 출장 파헤치기 ① - 청탁금지법도 막지 못한 '관행' (끝까지 판다)
▶ [취재파일] 국회의원 해외 출장 파헤치기 ② - 누구를 위하여 해외 출장을 떠나나? (끝까지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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