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헤르닝은 어떻게 스포츠 빅이벤트를 개최했나?

- 편리한 교통과 숙박에 다양한 즐거움까지…'일석삼조' 하키캠프

이정찬 기자 jaycee@sbs.co.kr

작성 2018.05.07 11:02 수정 2018.05.07 13: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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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헤르닝은 어떻게 스포츠 빅이벤트를 개최했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슈퍼스타가 총출동하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 1부 리그는 전 세계 13억 명이 보는 대형 스포츠이벤트입니다. 올해 개최국은 덴마크. 개최 도시는 코펜하겐과 헤르닝 두 곳입니다. 러시아, 스웨덴 등 A조에 속한 8개국은 코펜하겐, 사상 처음으로 월드챔피언십 1부 리그에 오른 우리나라는 세계 최강 캐나다, 개최국 덴마크 등과 함께 헤르닝에서 예선 경기를 치르고 있습니다.아이스하키 월드챔피언십이 열리고 있는 덴마크 헤르닝의 경기장 주변 모습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홈팀 덴마크 팬은 물론, 국경을 마주한 독일, 북유럽의 노르웨이와 핀란드, 그리고 라트비아, 여기에 북미의 캐나다와 미국 아이스하키 팬들이 헤르닝에 한데 모였습니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에 말입니다. 그렇다고 주변에 큰 도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헤르닝은 코펜하겐에선 300km, ‘레고의 도시’ 빌룬에서도 60km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 조건 중 숙박과 교통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부분 빅이벤트가 대도시에서 열리는 이유입니다. 헤르닝에선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 '하키 캠프 헤르닝'
 
가장 큰 숙제는 숙박이었을 겁니다. 헤르닝에는 큰 호텔이 부족합니다. 당장 우리 대표팀도 경기장에서 40km 떨어진 실케보리에 묵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큰 문제없이 대회를 치를 수 있는 건 박센 경기장의 특별한 환경 덕분입니다. 경기장 주변이 캠핑장입니다. 자연에서 ‘휘게’를 즐기는 많은 덴마크 팬들은 캠핑카를 끌고 이곳에 왔습니다. 남쪽에서 국경을 넘어 온 독일 캠핑족도 적지 않습니다.경기장 바로 뒤 캠핑장하지만 캠핑카가 없는 하키팬이 훨씬 많을 겁니다. 그래서 대회조직위는 묘수를 냈습니다. 경기장 바로 옆 전시장을 실내 캠핑장과 호텔로 꾸민 겁니다. 전시장 한복판에 2~3인용 텐트를 여러 동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한쪽에는 간이 벽을 만들어 그 안을 다양한 크기의 호텔 방처럼 꾸몄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최대 10명이 한 방에 머무는 ‘도미터리’를 만들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시장 중앙의 텐트, 간이 벽으로 공간을 나눠 만든 객실, 최대 10명이 함께 묵을 수 있는 도미터리, 2인실의 내부 모습도미터리는 가장 저렴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침식사를 포함해 1박에 218크로네. 우리 돈 3만 8000원 정도입니다. 기자도 여기 묵고 있습니다. 전원 콘센트 외엔 아무것도 없는 공간입니다. 여기에 에어매트리스를 설치하고 침낭을 덮으면 꽤 아늑한 거처가 됩니다. 친구끼리 온 핀란드 팬, 이제 막 함부르크에서 아이스하키를 배우기 시작한 10살 소년과 그의 아버지, 그리고 자원봉사자 3명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침낭과 에어매트리스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대여 및 판매하고 있습니다. 화장실과 샤워실도 충분히 마련돼 있어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최대 860명이 경기장 주변에서 자고, 씻을 수 있습니다.
 
● 놀고, 먹고, 즐기고…진정한 캠핑
 
도미터리를 예약하고 걱정도 있었습니다. ‘밤늦도록 파티를 즐기는 아이스하키 팬들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경기장 옆 전시장은 크게 4개 동으로 나뉩니다. 경기장 바로 옆 ‘팬 존’이 있고 이곳을 지나면 ‘하키 캠프’의 입구 격인 ‘인포 센터’가 나옵니다. 캠핑 용품 대여소, 편의점을 비롯해 전체 캠프를 관리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리고 캠프에 머무는 사람들이 파티를 열고 간단한 음식을 먹고 마실 수 있는 ‘파티 존’,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자는 곳, ‘슬리핑 존’이 가장 안쪽, 경기장과 먼 곳에 있습니다. 이 네 구역이 엄격히 구분돼 있습니다. 자정이 되면 슬리핑 존에선 대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팬 존'에선 다양한 공연이 끊이지 않습니다.물론 ‘팬 존’은 다릅니다. 밤낮이 없습니다. 캠프장에 머무는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팬이 어우러지는 공간입니다. 중앙 무대에선 다양한 공연이 이어집니다. 놀 거리도 다양한데 특히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가족 팬들이 즐기기 좋습니다. 여러 방법으로 하키를 체험하고, 하키에 관심이 없는 어린이도 그림 그리기와 에어하키 등 자연스럽게 하키를 주제로 놀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이 인상적입니다.팬존에는 특히 어린이들 놀거리가 다양했습니다. 
먹거리도 빼 놓을 수 없겠죠. 팬 존 안팎에서 다양한 음식을 팝니다. 특히 경기장 앞 푸드 트럭에서 파는 감자 튀김과 햄버거, 파스타 등이 인기입니다. 화덕에서 굽는 피자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 교통 - 셔틀버스
 
교통도 캠프를 거점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덴마크의 대중 교통비는 우리와 비교해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택시로 3km 이동하는 데 우리 돈 1만8000원 정도가 들더군요. 열차도 싸지 않습니다. 헤르닝에서 대표팀 숙소가 있는 실케보리까지는 가는 열차표 가격이 대략 13000원 입니다. 시내 버스가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인데, 기본요금이 3500원 정도입니다.공항과 하키 캠프를 오가는 '하키 버스' 다행히 빌룬 공항과 하키 캠프 사이 셔틀 버스가 운행돼 해외 여행객도 쉽게 찾아 올 수 있었습니다. 캠프와 헤르닝 시내를 오가는 무료 셔틀 버스도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15분 간격으로 운행됩니다. 경기가 끝난 뒤 시내에서 뒤풀이를 하려는 팬들로 셔틀 버스는 늘 시끌벅적합니다.
 
● "친구가 되는 공간"

이 하키 캠프를 기획한 아스트리드 안더레아센 디렉터는 “덴마크에는 자연에서 즐기는 음악이나 문화 페스티벌이 많다”며 “우리의 큰 자랑거리 중 하나인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교통, 숙박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초점을 두기 보다는 8개 나라 아이스하키 팬이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려 했다”고 덧붙였습니다.하키 캠프를 기획한 안데리안센 디렉터가 SBS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모습저 역시 하키 캠프에 머물며 많은 친구를 사귀었습니다. 핀란드에서 온 대학생 청년, 독일에서 온 할아버지, 라트비아에서 가족과 함께 주말을 보내러 온 제 또래 가장 등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하키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한국이 월드챔피언십 데뷔전을 치른 지난 5일은 어린이날이었지요. 이곳에선 우리의 광복절이었습니다. 덴마크가 1945년 독일을 물리친 날입니다. 4일 밤 개막전에서 독일을 연장 접전 끝에 물리친 덴마크 하키 팬에겐 무척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밤늦도록 하키와 어린이, 그리고 2차 대전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최근 한반도 정세 이야기까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생각을 나눴습니다.
 
다시 도미터리로 돌아와 눈을 감으면서는 ‘그동안 교통과 숙박 문제로 국제 대회 유치에 고민이 많았던 우리 중소도시도 헤르닝을 참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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