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어겨가며 개조…장애인들은 못 쓰는 장애인 화장실

강민우 기자 khanporter@sbs.co.kr

작성 2018.04.17 21:14 수정 2018.04.17 22: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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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가족사랑화장실이 있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의 장애인 화장실을 고쳐서 만든 것인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은 편의는 고려되지 않아 장애인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강민우 기자가 기동 취재했습니다.

<기자>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에 들어선 지체장애 1급 김춘봉 씨. 변기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듯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를 반복합니다. 손잡이를 잡아야만 변기에 앉을 수 있는데, 손이 잘 닿질 않습니다.

[굉장히 위험하죠. 이게…]

휴게소의 장애인 화장실을 개조해 가족 단위 이용객들을 위한 화장실로 바꾸면서 생긴 일입니다.

안을 들여다보면 이렇게 아이들을 위한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시설들 때문에 장애인들이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지체 장애인들은 변기 바로 옆에 휠체어를 붙여야만 옮겨 앉을 수 있습니다. 바싹 붙이지 못하면, 옮겨 앉다가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장실 변기 측면에는 반드시 75cm 이상의 공간을 둬야만 합니다. 한 휴게소의 변기 옆 공간을 재봤더니 30cm도 되지 않습니다. 취재팀이 찾은 화장실 네 곳 가운데 규정을 지킨 곳은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족단위 이용객들과 함께 쓰다 보니 정작 장애인들이 급할 때는 문이 잠겨 있어서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박종태/장애인 권익지킴이 : 휠체어 탄 장애인들은 배뇨나 배변 기능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장애인들처럼 오랫동안 참지 못해서 바지에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 도로공사가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만든 가족사랑 화장실은 모두 193곳. 장애인들이 불편하건 말건, 법 규정도 제대로 안 지킨 채 장애인 화장실을 뜯어고쳐 놓은 겁니다.

뒤늦게 한국도로공사는 전수 조사를 통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춘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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