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6명 중 1명 '음주 상태'…응급실 25분 더 체류"

권태훈 기자 rhorse@sbs.co.kr

작성 2018.04.17 06: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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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사고를 당한 응급환자일지라도, 술에 취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응급환자보다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이 평균 25분 더 길어져 다른 환자의 진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박정호·신상도 교수, 동탄성심병원 박주옥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8∼2011년 비교적 가벼운 '경도 손상'으로 국내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은 9만5천807명을 대상으로 음주 여부와 이에 따른 체류시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습니다.

이 조사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실험 응급의학'(Clinical and Experimental Emergency Medicine) 최근호에 발표됐습니다.

논문을 보면 조사 대상 응급실 손상 환자 중 술에 취한 경우가 17%(1만6천249명)를 차지했는데, 응급실 환자 6명 중 1명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응급실을 찾는 셈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고를 당해 응급실을 찾게 되면 술을 마시지 않은 환자보다 응급실 체류시간이 길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음주 환자의 평균 응급실 체류시간이 119분으로 비음주 환자의 94분보다 27%(25분) 더 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연구팀은 이처럼 음주 상태에서 사고를 당하면 손상 자체를 추가로 일으킬 위험이 커지는 데다 환자들이 몰리는 응급실에서 체류시간이 길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다른 응급환자들이 치료받을 기회가 줄어드는 등 응급실에 미치는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이런 경향은 음주 교통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경우에 가장 두드러졌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입니다.

박정호 교수는 "환자가 술에 취해 있으면 경증 손상일지라도 상태를 평가하고 처치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면서 "환자 평가가 제대로 안 될 경우 이미징이나 혈액검사처럼 더 비싸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상도 교수는 "환자가 술에서 깨지 않아 중증도가 과추정되면 결국은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응급실 과밀화 측면에서 볼 때 지금까지는 음주 환자의 응급실 방문이 과소평가된 측면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재평가와 함께 대안 마련을 위한 추가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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