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절충교역' 확 줄인다…美 무기 무차별 도입 신호탄?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4.17 10:26 수정 2018.04.17 14: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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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절충교역 확 줄인다…美 무기 무차별 도입 신호탄?
방사청이 절충교역 제도를 폐기에 가깝게 대폭 축소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절충교역은 우리나라가 비싼 외국 무기를 살 때, 기술이전이나 국산무기 수출 등으로 대가를 보장 받는 제도입니다. 미국 록히드 마틴으로부터 스텔스 전투기 F-35A를 도입하는 대가로 한국형 전투기 KF-X에 적용할 21가지 기술을 받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국의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을 수입하는 대신, 국산 어뢰 청상어를 수출해 와일드캣에 장착한 것도 절충교역의 일환이었습니다. 

절충교역을 적용하지 않으면 업체들이 제출한 제안서 평가에서 기술이전, 국산무기 수출 등의 항목은 사라집니다. 획기적인 기술을 제공해도, 국산무기를 사줘도 가점이 전혀 없는 겁니다. 무기 수입을 많이 하는 국가 입장에서는 절충교역이 쏠쏠한 제도인데 무기 수입 많이 하는 우리나라가 자발적으로 절충교역을 대폭 줄인다고 하니 좀 의아합니다.

특히 절충교역 축소는 유럽 업체들에게는 직격탄입니다. 유럽 업체들은 핵심기술의 이전과 국산무기 적용 등 절충교역을 후하게 제시해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는데 방사청이 제도를 바꾸면 손발이 묶이게 됩니다. 반면 절충교역을 선호하지 않는 미국 무기업체들은 유럽 업체가 진입 못하는 시장에서 독점을 향유하게 됩니다.

요즘 미국 보잉이 ‘코리아 잭팟(jackpot)’을 기대하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주한미군은 대놓고 우리나라에 10조원대 무기를 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방사청의 절충교역 대폭 축소 방침과 공교롭게도 맥이 통합니다. 절충교역을 대폭 줄이려는 방사청의 목적은 뭘까요?

● 방사청, 절충교역 폐기에 가까운 대폭 축소 추진

방위사업법은 “1천만 달러 이상 무기 도입 사업에는 의무적으로 절충교역을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위사업법 시행령에는 절충교역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작년 1월 “미국의 해외 무기 판매 즉 FMS의 경우 절충교역을 아니해도 된다”는 조항이 추가됐습니다. 방사청은 절충교역 예외 조항에 “일반 상업 거래 방식에서도 절충교역을 아니해도 된다”는 조항을 집어넣을 계획입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절충교역에 따른 기술이전이 잘 이행되지 않았고, 가격 인하 효과도 미미했다”며 “사업별 경제성 분석을 통해 선별적으로 절충교역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방침은 확정됐고 국방개혁 2.0 일정에 맞춰 시행령을 바꿀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시행령 개정은 국회가 아니라 국무회의 소관이라서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방사청의 다른 관계자는 “절충교역 적용 여부를 정무적인 판단에 맡기겠다는 뜻”이라며 “FMS에 이어 일반 상업 거래에서도 사실상 절충교역을 완전히 없앤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촌평했습니다.

그런데 절충교역에 따른 기술이전이 잘 안된 건 보잉과 같은 미국 업체들의 변심과 방사청의 능력 부족에 기인한 바가 큽니다. 기술이전이 지지부진하니 가격 인하 효과도 미미한 겁니다. 방사청이 내놓은 절충교역 대폭 축소의 원인은 결국 미국 업체와 방사청이 제공했는데 제도 축소의 피해는 방사청과 함께 유럽 업체에게 전가됩니다. 그리고 국내 방산업체들은 기술이전, 국산무기 수출 기회를 잃게 됩니다. 

특히 절충교역이 축소되면 동맹 프리미엄이 붙는 미국 무기와 경쟁하기 위해 기술이전과 국산무기 구매와 같은 절충교역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던 유럽 업체들은 절대적으로 불리해집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책임분석관은 “무기 도입에 있어 제안서 평가에 기술이전 등 절충교역 항목이 없어지면 유럽 업체의 경쟁력은 떨어져 사업 참여자체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벌써 이번 정부 첫 외국 무기 도입 사업인 대잠 초계기 사업에서 방사청은 미국 보잉의 P-8 포세이돈을 염두에 두고 절충교역 없는 단독 입찰 방식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국익을 위해 공개경쟁해야 한다”는 한국국방연구원 KIDA의 공식 연구 결과에도 요지부동입니다. 방사청은 가격도 깎고 기술이전도 받을 수 있는 절충교역 경쟁 방식을 버리고 스스로 협상력을 낮추겠다는 겁니다.

● 미국 무기 ‘잭팟’ 터지나
주한미군 전략 다이제스트 중주한미군은 최근 이례적으로 전략 다이제스트라는 문건을 통해 우리나라가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무기의 리스트를 홈페이지에 올려 놨습니다. P-8 포세이돈, 해상작전헬기, 함정용 요격체계 SM-3와 SM-6 등입니다. 사업계획이 확정되지도 않은 무기체계까지 포함해서 우리나라가 미국 무기를 도입한다고 주한미군이 단정한 겁니다.

보잉은 표정관리에 들어갔습니다. 대잠초계기와 아파치 헬기 40대, 공중경보기, F-15K 성능개량사업, 대통령 전용기 사업까지 싹쓸이를 노리고 있습니다. 물경(勿驚) 10조원에 달하는 사업입니다.

해당 사업에 절충교역을 적용하지 않으면 보잉의 10조원 꿈은 손쉽게 현실이 됩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보잉은 본격적인 절충교역을 할 생각조차 없다”며 “보잉의 자신감의 근거가 방사청의 절충교역 대폭 축소 방침과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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