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리설주-김여정, 북한판 '여인천하' 시대 오나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8.04.16 11:26 수정 2018.04.16 14: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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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가 김정은 없이 독자 행보에 나섰다. 북한을 방문 중인 중국 예술단의 첫 공연을 고위간부들을 데리고 관람한 것이다. 조선중앙TV가 15일 방송한 리설주의 공연 관람 모습을 보면 리설주가 김정은에 버금가는 대우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리설주는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 등 중국 인사들이 도열해있는 곳에 나타나 차례로 악수를 한 뒤 자리를 옮겨 조그만 탁자를 사이에 두고 쑹 부장과 환담했다. 김정은이 외국 사절을 만나 환담하는 것과 같은 모양새다. 공연장에 들어서자 관객들의 박수가 쏟아졌고, 리설주는 박수를 받으며 귀빈석의 한 가운데에 앉았다. 김정은이 참석했다면 김정은이 앉을 자리이다.

조선중앙TV는 공연이 시작된 뒤에도 리설주에 포커스를 맞췄다. 리설주가 쑹타오와 대화하는 모습이나 박수를 치는 모습, 공연이 끝나고 출연진에게 손을 흔드는 모습 등을 클로즈업해서 방송했다. 그야말로 리설주를 위한 방송 편집이었다.

북한은 또, 리설주에게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처음으로 붙이기 시작했다.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께서는"이라는 말이 북한 매체들을 통해 보도됐다. 지난 2월 리설주에게 '여사'라는 호칭을 불인데 이어 '존경하는'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리설주 혼자 독자적인 정치일정을 소화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리설주● 北 최고지도자 부인 독자 행보는 45년여만에 처음

북한 최고지도자의 부인이 독자적으로 정치 행보를 한 것은 1970년대초 이후 45년여만이다. 고위층 탈북자들의 말에 따르면, 김일성의 부인 김성애가 1969-1971년 무렵 독자적으로 현지지도를 한 적이 있다고 한다. 탁아소 같은 곳을 현지지도했는데 이런 김성애의 활동 모습이 노동신문 1면에 실리곤 했다고 한다.

당시 김성애의 활동이 부각되고 위상이 높아지면서 평양에서는 김일성의 후계자로 김성애의 친아들인 김평일이 결정됐다는 설이 파다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일과의 권력투쟁에서 김성애가 패하면서 김성애의 활동 모습은 북한 매체에서 사라졌고 김성애는 잊혀진 인물로 조용히 살다 생을 마쳤다. 김정일의 이복동생인 김평일이 유럽 지역 공관에서 사실상 유배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김성애 이후 45년여만에 리설주가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보였다는 것은 리설주의 활동이 대폭 확대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지금까지는 김정은의 대외활동에 함께 함으로써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 정도에 그쳤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김여정도 독자 행보 나서

북한에서 리설주 외에 또 한 사람 주목해볼 여성이 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다. 김여정이 실세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쑹 부장의 방북 과정에서 김여정 또한 예전에 없던 행보를 보였다. 13일 쑹타오 일행이 머물고 있는 숙소를 김여정이 방문했는데, 고위인사를 수행하는 형식이 아니라 김여정이 독자적으로 쑹타오 일행을 격려하는 방문을 한 것이다. 조선중앙TV는 김여정이 중국예술단의 숙소를 방문해 쑹타오와 환담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편집해 방송했다.

과거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가 당 경공업부장 등으로 활동한 적이 있지만, 김경희는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수행하는 모습 등으로만 공개됐을 뿐 김경희 독자적으로 대외행보를 하는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공개된 적은 없다. 북한 매체가 김경희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적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 매체들은 이번에 처음으로 김여정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 보도를 내보냈다. 김여정이 앞으로 더욱 정치활동의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것을 예고한 것이다.
北대미특사 김여정 검토'● 북한판 '여인천하' 시대 열리나

리설주와 김여정, 두 여성은 김정은의 부인과 여동생으로 지금까지도 북한에서는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그런데 두 여성이 이번에 거의 동시에 독자적인 정치 행보에 나서기 시작했다. 두 여성의 위세가 북한에서 더욱 대단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김정은을 원톱으로 하되, 북한판 '여인천하'가 펼쳐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부인과 여동생에게 힘을 실어주는 김정은식 정치. 김정은의 가족정치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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