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北·中 봄바람…"사랑은 확인했지만, 표현하긴 힘들어"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8.04.12 10:45 수정 2018.04.16 15: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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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CTV 화면 캡처)중국 CCTV 뉴스가 어제(10일) 북한 관련 뉴스를 하나 전했습니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과거 김일성 주석과 마오쩌둥 주석의 정상회담을 내용으로 한 44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지난 3일에 방송했다는 소식입니다. 이어 8일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1983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방송했다고 전했습니다. 이 뿐 아니라 1일엔 '평양의 약속'이란 북중 합작영화를 방영했고, 6일엔 만수대 방송국에서 중국 영화 '건당위업'을 방영했다고도 전했습니다. CCTV는 이런 북중 우호관계를 내용으로 하는 영상물이 북한에서 방영된 건 지난 2013년 10월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이런 움직임을 뉴스로 판단했다는 건 북중 우호관계 회복을 바라는 북한의 진심을 확인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사실 오랫동안 냉랭한 관계였던 북중이 다시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싶은 건 인지상정 아닐까요? 다만 북한 다큐멘터리 내용을 살펴보면, 김일성과 김정일이 북중 우호 유지를 위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영상물에 담긴 북한의 속뜻을 좀 더 헤아려보자면, 북중 우호관계 회복은 매번 북한의 공이 더 크다는 의미가 되겠죠?
(사진=조선중앙TV 캡처)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의 깜짝 방중 이후 북중간 훈풍 분위기는 분명해 보입니다. 평양으로 떠나는 김 위원장을 배웅하러 숙소까지 찾아온 시진핑 주석의 환한 얼굴은 근래 보기 드문 모습이었습니다. 사실 시 주석은 배웅 뿐 아니라 김 위원장 방중 내내 표정이 무척 좋았습니다. 김 위원장이 깜짝 방중해서 '차이나패싱'에 대한 걱정을 말끔히 지웠으니 그런 표정이 안나올 수가 없겠죠. 중국이 북한의 애정을 가장 확인하고 싶은 시점을 정확히 꿰뚫고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연애고수'란 우스갯 소리가 나돌 정도입니다.

이제 북중간 서로의 애정은 충분히 확인한 거 같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품고 있는 애정이 어떤 모습일지는 현실 속 연인들도 서로 다를 수가 있죠. 북중도 예외는 아닌 거 같습니다. 지금 시점에선 북한의 애정은 '아무런 조건없는 순수한 애정'은 아닌 듯 싶습니다. 조선중앙TV가 연속 방영한 북중 우호 영상물에 담긴 메시지만 봐도 그런 의중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호관계 회복을 위해 우리의 역할이 더 크니, 보답을 해달라"는 듯한 메시지 말입니다.

현실 속 연인들끼리 사랑을 확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선물일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 북한이 중국에 기대하는 선물은 대북제재 완화가 아닐까요? 대북제재의 핵심키를 쥐고 있는 중국이 조금만 고삐를 풀어준다면, 북한 경제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김정은 위원장 방중 이후 북중 접경지역에선 북한에 대한 UN 제재가 느슨해졌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다분히 기대감이 섞인 분위기인 거죠. 특히 북중 접경 지역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런 무역업자들의 기대감이 여러 매체를 통해 북중 접경지역 분위기로 기사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북한 식당 (사진=연합뉴스)중국내 북한식당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소식도 북중간 훈풍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는 보도도 있습니다. 수 백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국경도시를 활보하고 있는 영상도 공개되고 있습니다. 이 영상을 두고 북한에서 신규 인력이 중국으로 파견된 것이라는 설명도 나옵니다. UN 결의로 금지된 북한산 해산물 수입을 풀라는 중국 당국의 지침이 내려졌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중국 공안의 밀무역 단속도 하는 둥 마는 둥 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말이 또 다른 말을 낳으면서, 일부 매체들은 이런 소식들을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 대북제재가 느슨해져선 안된다는 취지의 사설까지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문은 소문일 뿐, 현실은 냉정하게 직시해야겠죠? 일단 북중 교역의 70%가 오가는 단둥시의 중조우의교를 오가는 차량 숫자는 김정은 방중 이후에도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게 현지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중국내 북한 식당도 지난 1월 9일 이전에 공식적으로 북한 지분은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중국 당국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이중 계약을 따로 맺고 있지 않는 한 중국내 북한 식당은 중국인 소유라는 겁니다. 한국 사람이 서울 이태원에 원조 베트남 쌀국수집을 운영하는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겁니다. 북한의 신규 인력이 대폭 늘었다는 영상도 실체를 파악하기엔 내용이 너무 부족합니다. 영상이 촬영됐다는 지역은 북중간 경제특구가 있는 지역이라 평소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많이 오간다는 현지 사정에 밝은 사람의 반론도 있습니다. 우리 주중대사관도 "북한의 신규 노동력이 새로 유입됐다고 볼 만한 정황은 파악된 게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월드리포트] 北中 봄바람…'사랑은 확인했지만, 표현하긴 힘들어-안보리사실 미소가 가득했던 시 주석의 얼굴을 떠올리면, 중국이 웬만하면 제재를 좀 풀어줄 것도 같은데 아직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오히려 대북제재 결의안 이행 의지가 확고하다고 재확인했습니다. 지난 9일엔 새로운 대북제재 실행안까지 내놨습니다. 이렇게 중국이 속마음과는 달리(?) 대북제재를 풀어주지 않고 더 옥죄는 이유를 외교 소식통들은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과의 경쟁 구도 때문입니다. 중국은 북핵문제 외에도 미국과 글로벌 영향력 경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 주석은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국제 질서를 존중하는 틀안에서 새로운 리더를 지향하며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 중국이 UN 결의안을 위반하는 꼼수를 부린다는 건 말 그대로 '스스로 영이 안서는 상황'을 만드는 꼴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몰래 챙겨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겠지만, 그러기엔 중국 스스로 해 온 말을 부정할 수 없다는 얘기죠.

중국의 대북 제재 이행 여부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나라가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특히 북핵 문제에서 '재팬 패싱'을 우려하는 일본은 어느 때보다 감시의 눈길이 부릅뜨고 있습니다. 설사 중국이 이런 감시의 눈길을 피해 해상 밀무역 단속이라도 조금 풀어준다손 치더라도, 북한 경제에 큰 효과를 주긴 어렵습니다.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중간 무역 재개를 선언하지 않는 한 북한의 밀무역 요구를 감당할 수 있는 중국측 업자들이 활동하기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음과 행동이 따로 놀 수 밖에 없는 이런 중국의 상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적어도 이번달 27일로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을 넘어, 5월말, 6월초로 예상되는 북미 정상회담까지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게 외교 소식통들의 전망입니다. 중국은 줄곧 북핵 당사자를 북한과 미국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적어도 북핵 당사자인 남한과 미국의 정상들의 회담 결과를 지켜본 다음에 중국이 다음 입장을 정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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