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어느 일본 신입사원의 하루…과로사 위험!

최호원 기자 bestiger@sbs.co.kr

작성 2018.04.12 08:58 수정 2018.04.12 15: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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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신입사원이 "블랙(악덕) 업체에 입사했다"며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입니다. 이달 초 입사 이후 오리엔테이션 때 받은 회사 자료라고 합니다. 제목은 '입사 당시 하루 생활 사이클(참고례)'입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월드리포트] 일본 시공관리업체 사원의 하루…과로사 위험!-표 캡처맨 아래에는 이런 말도 적혀 있습니다. "우리들은 실제로 몸을 움직여 건물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노동력이 필요한 공사는 협력회사, 전문업자에 의뢰합니다. 우리들은 기술력을 살리고, 노동력을 사용해 발주자가 요구한 설비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18살이라는 이 사원은 이 회사가 '시공관리업체'라고 밝혔습니다. 이 트위터는 일본 인터넷에서 큰 화제를 낳았습니다. 자신도 같은 업계에서 일했다는 네티즌들의 답글이 이어졌습니다.
이하 일본 트위터, "7:45 조례하는 곳도 있다""트위터 팔로잉 관계는 아니지만, 한 말씀 실례합니다. 예전에 전기회사 감독이었습니다만, 통상 저런 일정이 맞습니다. 현장에 따라선 7:45에 조례를 하는 곳도 있습니다. 이 정도에 언성을 높이면 준공 전에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어요." 
"지방 업체에서 퇴직했을 때 연수입은 287만엔""같은 건축 시공관리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정신적으로 부서져 결국 퇴직했습니다. 관리인을 늘리면 각기 부담작업과 잔업이 줄어드는데도 그걸 하지 않는 회사는 악덕입니다. 근데, 지방에 살며 많은 잔업 때문에 결국 퇴직했는데, 당시 연수입은 총 287만 엔으로 눈물이 났습니다."
"남편도 24,25시에 퇴근했어요""남편의 전 직장이 현장감독이었는데, 정말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큰 현장이거나 납기가 짧은 현장일 경우 25시, 26시에 귀가해 밥을 먹기도 했습니다. 10년 정도 근무했지만, 결국 단호하게 그만두고 지금은 공장 교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 업계로는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일본 취업에 나서는 우리 젊은이들이 이런 업체에 가지는 않겠지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기업들은 어떨까요? 일부 기업들은 홈페이지 채용란에 사원들의 하루 일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진출하는 IT업체를 찾아봤습니다. 아래는 도쿄에서 열차로 30분쯤 걸리는 사이타마 시의 중소 IT업체(직원 50명)의 사례입니다. '젊은 프로그래머'의 일과입니다.
일본 IT업체 S사 젊은 사원의 하루9시 전에 출근해 조례를 하고, 10시~10시반 정례미팅을 합니다. 이후 12시까지 프로그램 개발. 13시~14시 신입사원 교육, 14시~17시반까지 프로그램 개발. 이후 다음날 준비를 하고 18시 퇴근합니다. 그런데, '중견 프로그래머'로 소개된 경우는 다릅니다. 일본에서 중견이면 경력 10년 전후인데 30대도 많습니다.
같은 S사 중견 사원의 하루8시반 전에 출근해 9시 전에 이미 조례와 미팅을 끝냅니다. 그리고 대부분 소프트웨어 설계개발을 합니다. 서류작업도 합니다. 퇴근은 21시입니다. 중견사원은 근무시간이 적지 않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살펴볼까요? 도쿄의 영상 기기 및 시스템 개발업체 영업직 사원(2013년 입사)입니다.
도쿄 영상기기 개발업체 사원의 하루9시 출근해 9시반 상품들 체크하고 견적서를 준비합니다. 10시반에 외출해 11시 고객을 만나고 판매현장을 조사합니다. 오후 2시반 단골 고객을 방문한 뒤 5시 귀사합니다. 이후 메일을 확인하고 다음날 준비를 한 뒤 7시 퇴근합니다.
모 냉동창고업체 사원의 하루모 냉동창고 운영업체 사원(2015년 입사)의 하루입니다. 7:30 집을 나서 자전거로 8시쯤 회사에 도착합니다. 8시반부터 업무를 시작합니다. 창고 물건들을 점검하고 컨테이너도 직접 둘러봅니다. 업무는 18:30에 끝납니다. 19:00 자택에 도착합니다.

대충 8시~8시반 사이 출근해 7시 전후 퇴근하는군요. 그런데, 모두 나름 좋은 근무환경이라고 내세운 내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실제론 퇴근시간이 더 늦고 심지어 서비스 잔업도 많을 수 있습니다. (서비스 잔업: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초과 근무) 또, 정말 위 표대로 일했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일본 회사 분위기를 생각하면 간단치 않습니다. 개인적인 통화나 이메일 체크를 금지하는 회사도 많습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처럼 1일 8시간, 1주 40시간을 법정 근무시간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초과 근무의 경우 일본은 1주 15시간, 한국은 최대 28시간(주간 12시간+주말 16시간)을 더 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예외조항(36협정)을 이용해 노사합의로 초과 근무를 더 늘려왔습니다.

두 나라는 최근 모두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초과 근무시간을 월 100시간, 연간 720시간으로 못 박은 개정안을 마련했습니다. 처벌조항도 넣었습니다. (현재 내각 결의 단계) 우리나라도 오는 7월 대기업부터 초과 근무시간을 주당 12시간으로 단축합니다. 일본은 과로사를 막으려는 목적이 강하고 우리나라는 일자리 나누기의 의미가 더 강하지 않은가 합니다.
주당 40시간 이상 근무자 비율(국제노동기구 2016년 통계)위 표에서 보듯이 우리 근로자들은 일본보다 더 오래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 단축 결정은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습니다. 이제 로봇도 나오고 인공지능도 나오는 시대입니다. 근로시간을 늘려 생산량을 늘리는 방식은 거의 끝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위 시공관리회사 같은 사례는 더 이상 나오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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