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예전에는 미세먼지 없었다?…80~90년대는 더 심했다

안영인 기상전문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8.04.09 15:01 수정 2018.04.10 14: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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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예전에는 미세먼지 없었다?…80~90년대는 더 심했다
"올림픽을 앞둔 우리 환경, 참 많이 좋아졌죠. 깨끗해진 공기, 물도 맑아지고요. 주변도 산뜻해졌어요. 그런데 잠깐만…'매연을 내뿜는 버스, 경고!',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 경고! 환경을 더럽히는 반칙들이에요."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둔 지난 1985년 TV에 방영된 공익광고 <환경 보전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 1985년 공익광고 '환경 보전편' 보러가기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늘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최근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미세먼지가 언제부터 심해진 것일까?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고 푸른 하늘을 늘 볼 수 있었을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예전'을 언제로 볼 것인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우선 50대 이상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이나 젊은 시절을 보낸 196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는 우리나라 미세먼지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려주는 구체적이고 공식적인 관측 자료는 없다. 다만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은 있다. 대표적으로 미세먼지를 내뿜는 자동차 등록 대수를 보면 1960년대는 약 3만 대, 70년대는 12만 6천여 대에 불과했다(환경보전, 1982).

2017년 말 현재 국토교통부에 등록된 자동차 대수가 2천252만 8천 295대인 것과 비교하면 60~70년대는 말 그대로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자동차 구경하기가 힘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미세먼지를 내뿜는 화력발전소도 몇 기밖에 없고 산업체도 당연히 적었으니 미세먼지가 적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늘 푸른 하늘을 보며 자랐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개발 속도가 붙은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 들어서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소득은 늘어났지만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공익광고에 대기오염 문제가 등장한 것은 어찌 보면 1980년대는 대기오염이 그만큼 심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이 심해지면서 실제로 정부는 1984년부터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먼지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미세먼지(PM10 또는 PM2.5)를 측정한 것이 아니라 먼지의 크기와 관계없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모든 먼지의 총량(총먼지, TSP: Total Suspended Particle)을 측정했다. 대기 중 총먼지는 1984년 관측을 시작해 2000년까지 이어졌다. 서울에서 지금과 같은 미세먼지(PM10)를 관측하기 시작한 1995년부터다.

환경부의 한국환경연감 자료를 보면 관측 첫해인 1984년 서울의 연평균 총먼지는 210㎍/㎥이었고 1985년에는 216㎍/㎥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린 1986년부터는 먼지가 줄기 시작해 올림픽이 열린 1988년에는 179㎍/㎥를 기록했고, 이후에는 더욱 급격하게 먼지가 감소해 1994년에는 78㎍/㎥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은 없지만 1980년대 중반 이후 대기 중 먼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대기오염 물질은 제외하고 먼지만 볼 경우 90년대보다 80년대가 먼지가 더 심했던 것은 분명하다. 80년대보다 90년대가 공기질이 더 좋은 것이다.
연도별 서울 총먼지(TSP) 농도미세먼지(PM10)를 측정하기 시작한 90년대 중반 이후는 공기질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대부분 지역의 경우 2000년대 들어 미세먼지(PM10) 측정을 시작했지만 서울의 경우는 1995년부터 미세먼지를 측정했다. 초미세먼지(PM2.5)의 경우도 전국적으로는 2015년부터 관측을 시작했지만 서울의 경우는 2002년부터 관측을 시작했다.

1995년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PM10) 농도는 78㎍/㎥이었다. 2천년대 초까지 70㎍/㎥ 안팎을 오르내리던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후 빠른 속도로 줄어들어 2012년에는 관측사상 가장 낮은 41㎍/㎥를 기록한다. 이후 2017년까지는 다시 조금 늘어나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지만 45㎍/㎥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보면 1990년대 중반 이후 미세먼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다(아래 그림 참조). 2002년부터 관측을 시작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보더라도 최근 들어 25㎍/㎥ 안팎에서 주춤하고는 있지만 2000년대 초반보다는 농도가 크게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관측한 값인 만큼 국내에서 발생한 먼지뿐 아니라 중국발 먼지까지도 당연히 포함된 것이다. 결국 다른 대기오염 물질은 제외하고 미세먼지만 볼 경우 1990년대 중반 이후 대기질은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연도별 서울 미세먼지(PM10, PM2.5) 농도"미세먼지가 예전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늘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는데…" 라는 말은 1960년대를 생각한다면 틀림이 없을 것이다. 1970년대를 생각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예전'을 1980년대나 1990년대, 2000년대 초라고 생각한다면 먼지 관측 기록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다른 대기오염 물질을 제외하고 대기 중 먼지만을 기준으로 볼 때 총먼지(TSP) 측정을 시작한 1984년부터 현재까지는 전반적으로 대기질이 좋아졌다고 보는 것이 옳다. 80~90년대, 심지어 2000년대 들어서도 지금보다 먼지가 더 심했다.

그렇다면 왜 많은 사람들이 최근 들어, 아니 요즘 들어 미세먼지가 부쩍 심해졌다고 느끼는 것일까? 말 그대로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 단순히 느끼는 것이라면 과학적으로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 부분은 다음번 [취재파일]에서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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