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의사 남자친구에게 정신 잃을 때까지 폭행당해…"대처 아무 문제 없었다"는 동국대 병원

원종진 기자 bell@sbs.co.kr

작성 2018.04.06 16:01 수정 2018.04.06 16:22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의사 남자친구에게 정신 잃을 때까지 폭행당해…"대처 아무 문제 없었다"는 동국대 병원
사귀던 간호사를 혼수상태에 이를때까지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의료기록까지 무단 열람해 여자친구의 진술 내용을 확인한 의사에 대한 보도가 나간 뒤 큰 반향이 있었습니다. 생명을 다루는 의사의 행위라고 믿기 어렵다는 반응과, 병원에서 이처럼 심각한 데이트폭력이 수년 동안 일어났다는 것이 충격적이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 [관련 8뉴스 기사] 의사 남자친구에게 정신 잃을 때까지 폭행…"살해 협박도"

그런데 사건이 벌어졌던 동국대학교 일산병원은 어제(5일) SBS의 보도가 '왜곡'이라는 반박 입장문을 냈습니다. 병원 측은 소속됐던 의사가 저지른 데이트폭력에 대해선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폭력은 '개인 간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이는 징계 사유에 포함하지 않았으며, 의료법 위반에 대해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피해 간호사 보호에도 최선을 다했으며, 수년 동안의 심각한 데이트폭력은 피해 간호사의 '은폐' 때문에 알 수 없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많은 사람의 공분을 일으킨 문제 제기에도 '대처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동국대병원.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동국대병원의 해명이 상식과 논리에 부합하는지 조목조목 따져보겠습니다.

● 폭행, 상해, 의료기록 무단 열람에도 최초 징계는 '견책'

동국대병원은 병원 대응이 '솜방망이'였다는 SBS의 문제제기는 '왜곡'이라고 강변합니다. 먼저 우선 병원 측의 가해 의사 징계 과정을 일자별로 정리해보겠습니다.

<2016년 10월 24일 12시 30분>
병원 내 열린 1차 정보보호위에 가해 의사 의무기록 무단 열람과 관련한 징계 안건 상정

<2016년 11월 22일 12시>
제2차 전공의수련위원회 개최되어 '견책 (시말서 제출)'로 운영지원팀에 인사요청

<2016년 12월 5일>
일산병원 전공의수련위원회 결의와 징계요청에 의해 '견책' 처분 시행
* 견책 기간 동안 전문의 시험 전까지 가해 의사, 다른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전문의 시험 준비 위한 '오프' 처리. '관행적 배려' 받아.

<2016년 12월>
보건복지부, 가해 의사에게 자격정지 2개월 통지.
이후 가해 의사 변호인 통해 자격정지 부당하다는 의견 보건복지부에 제출.

<2017년 1월 5일>
보건복지부, 가해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을 해당 의사의 전문의 시험 이후인 2017.2.24~4.23으로 확정.

<2017년 1월 6일>
해당 의사 전문의 시험 응시, 합격

<2017년 2월 24일>
보건복지부 자격정지 2개월 기간과 같은 기간에 '정직 2개월' 처분.

<2017년 4월 28일>
가해 의사 레지던트 수련 종료.

하나하나 따져보겠습니다. 심각한 데이트 폭행과 여기서 파생된 의무기록 상습 무단열람을 저지른 의사에게 2016년 11월 22일, 병원이 최초로 내린 징계는 '견책'에 불과했습니다. '견책'은 시말서를 제출하면 별다른 제제가 없는 가벼운 징계입니다.

동국대병원은 '폭행'은 '개인 사이에 벌어진 일'이고, 병원 안에서의 폭력은 없었기 때문에 징계사유에 포함하는 것이 법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병원 내 구름다리에서도 가해 의사의 폭행이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합니다. '폭행'이 병원 안에서 일어났지만 가해 의사 징계 과정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폭행과 이로 인한 상해가 징계사유에서 제외됐다 하더라도, 의사가 자신이 진료하지도 않은 환자의 의료기록을 상습적 무단 열람했는데도 최초 징계는 시말서 제출에 그쳤습니다. 동국대병원 측이 밝힌 징계 과정과 결과는 내부 의료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의사 남자친구, 간호사 여자친구 무차별 상습 폭행, 병원 나몰라라● 견책 처분 받은 뒤 전공의 시험 배려…병원 측 "관행적 배려다"

솜방망이 처벌만이 아닙니다. '견책' 처분만 내려진 상황에서 해당 의사는 전공의 시험 준비를 위해 근무에서 제외되는 '배려'까지 받게 됩니다. 이에 대해 동국대병원 측은 의료계에서 관행적으로 레지던트 4년 차들에게 하는 '관행적 배려'라며 무슨 문제냐는 입장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근무하는 레지던트 4년 차에게 이뤄지는 의료계의 관행적 배려를 문제 삼고 싶은 마음은 조금도 없습니다. 핵심은 상습적 폭행과 의료법 위반을 저질러도 이런 '관행적 배려'의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병원이 중징계했다는 '정직 2개월' 조치는 가해 의사가 솜방망이 처벌과 배려를 모두 받은 뒤 전문의에 합격하고 나서야 내려집니다. 가해 의사는 2016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자격정지 2개월' 예정 통보를 받게 됩니다. 하지만 2017년 1월 전문의 시험을 응시해야 했던 가해 의사는 변호사를 선임해 의견서를 제출했고, 결국 전문의 자격시험 이후인 2017년 2월부터 자격정지를 받습니다.

병원은 자격정지가 전문의 시험 이후로 미뤄진 다음에야, 공교롭게 자격정지 기간에 딱 맞춰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립니다. 최초 징계 시행 시 견책만 내리고 시험공부 시간도 다 배려해준 뒤, 자격정지 기간과 꼭 맞게 '정직 2개월' 처분이 내려진 겁니다. 이에 대해 피해자는 그때도, 지금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하지만 병원 측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가해 의사에게 시험 볼 권리도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 피해자는 2차, 3차 가해 당했다는데…병원은 "'안내'하고 '배려'했다"

병원 측은 입장문에서 피해 간호사에게 근무 조정을 하고 상담과 위로 면담을 진행했다며 간호사를 충분히 배려했다고 주장합니다. 또 폭행과 의료법 위반에 대한 경찰 신고도 '안내' 했다고 말합니다. 입장문을 접한 피해 간호사는 한동안 울음을 참지 못하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피해자는 정신을 잃을 정도로 맞아 응급실에 실려 온 적이 여러 번이고, 골절 등 크고 작은 상해로 병원 치료를 받은 적은 더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속된 폭행과 협박, 가해의사의 의료기록 감시 등에 놓였던 피해자가 두려움 속에 피해 사실을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는 정신적 속박 상태에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병원은 이런 과정을 피해자의 '은폐'라고 표현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상습 폭행이 2년여 동안 병원에선 '개인적인 일'로 치부된 셈입니다. 

병원 측이 면담과 위로를 진행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피해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오히려 폭언이 있었다는 녹취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보호에 소홀하고 압박했으면서도, 이를 면담하고 위로했다고 하는 건 왜곡이라며 피해자는 분노했습니다.

SBS는 동국대학교 병원장이 내부망에 올린 글을 입수했는데, 이 글에서 병원장은 '자존감 훼손'이라고 썼습니다. 피해자를 위로했다는 병원 측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병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또 피해 간호사가 퇴사 뒤 재취업을 의뢰했다는 얘기도 내부망에 올리고 대외협력팀의 전화 응대를 통해 외부에 흘리고 있습니다. 피해 간호사는 "동국대병원 재취업 의뢰는 전혀 사실 무근이며 허위 사실 유포는 2차 가해"라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심각한 데이트 폭력과, 피해 여성 보호는 한번의 문제제기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문제제기를 '왜곡'으로 치부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3차 가해가 이어진다면 말입니다.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페이지 최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