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시진핑 개헌에 반대한 2명은 안전한가?"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8.03.15 11:0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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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중국 헌법이 개정됐습니다. 중국의 형식상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헌법수정안이 통과된 거죠. 주지의 사실이겠습니다만, 이번 헌법 수정안의 내용은 이른바 '시진핑 사상'의 삽입과 국가주석 3연임 제한규정 폐지 등입니다.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개헌이라는 평가를 받는 개헌입니다. 지금 압도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시 주석이 마음만 먹으면 장기집권 구상을 실현하는 게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제도상 장애물은 미리 제거해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듯합니다.

이번 개헌은 시진핑 주석 본인이 직접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래선지 중국 내 최고 지도부인 상무위원들은 물론 언론매체, 관변학자들이 한결같이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반면 개헌반대 의견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고, 종종 SNS상 올라오는 반대 의견은 금세 삭제되기 일쑤였습니다. 당국은 장기 집권과 연관된 검색어를 철저하게 차단했고, 비판 패러디물을 퍼뜨린 사람을 구속하기도 했습니다. 한마디로 시 주석이 추진한 일에 찍소리 하지 말라는 얘기입니다. 이런 게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제도의 모습인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월드리포트]'시진핑 개헌에 반대한 2명은 안전한가?이런 분위기 속에도 개헌의 형식적인 절차는 진행됐습니다. 전국에서 뽑힌 2,964명 대표단의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거죠. 하지만 전인대 대표단 표결 절차는 '자동거수기', '고무도장'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부결된 적이 없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이번 전인대 표결 방식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민망하기 그지 없는 수준입니다.

따닥따닥 붙어 있는 각자의 자리에 앉아 A4용지 크기의 커다란 투표 용지에 찬성, 반대란에 기표해야 합니다. 별도의 기표소도 없고, 자리마다 최소한의 가림막도 없습니다. 심지어 TV 중계 카메라까지 돌고 있습니다. 기표를 마친 뒤 투표 용지를 접을 수도 없습니다. 투표함에 용지를 반듯하게 편 상태로 넣어야 합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공개투표라고 봐야겠죠. 시 주석이 찬성 표기한 투표 용지도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을 정도니까요.

이쯤 되면 개헌안 통과 여부보다 반대표가 얼마나 나올지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는 투표인단 2,964명 중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 찬성률이 무려 99.8%입니다. 중국 매체들은 압도적인 찬성에 대한 호평 일색이었지만, 정작 온라인상 반응은 반대 2표, 기권 3표에 불과한 사실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역대 어느 투표보다도 현저하게 적은 반대표 수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실망한 대중들의 관심은 반대표를 행사한 2명에게 집중됐습니다. 네티즌들은 "반대표를 던진 2명은 괜찮은가? 안전한가?"라며 그들의 신변을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월드리포트]'시진핑 개헌에 반대한 2명은 안전한가?반대표를 던진 2명이 누구인지, 왜 반대표를 던졌는지를 전한 중국 내 언론은 아직까지 전무합니다. 궁금할만도 한데, 언론매체들은 이들에 대해선 관심조차 두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오직 SNS 상이나 해외매체들의 토론 공간에서만 논의가 진행될 뿐이었습니다.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반대표를 행사한 2명을 '진정한 용사'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본인이 노출되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당 중앙의 밀어부치기에 맞선 건 정치 보복을 각오한, '특별히 소중한' 반대표라는 겁니다. 반대표를 행사한 이들을 영웅으로 칭송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의 의견도 개진됐습니다. 이들 반대표마저 당 중앙에서 사전에 정해준 거라는 의견입니다. 자칫 눈치 없이 찬성표 100%가 나오는 민망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 당 중앙에서 미리 특정인에게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지시했다는 얘깁니다. 이런 음모론을 믿는 네티진들은 2명의 반대표를 "당이 수치스러움을 가리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폄훼했습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할까 싶은 이런 의견은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일반인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학자들이나 지식인들이 많이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2명의 반대표가 '진정한 용사'인지, '당 중앙의 지시'였는지는 현재로선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SNS상 논쟁도 진실을 밝혀줄 순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반대표에 대한 이런 엇갈린 시선이야말로 중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중국인들의 근본적인 불신이 그대로 노출된 점이라는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헌법이 개정되는 과정마저도 당 중앙의 불도저같은 추진력만 보일 뿐, 정작 국민의 다양한 여론이 수렴될 수 있는 틈은 조금도 허락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 주석에 대한 충성도를 중심으로 전인대 대표단을 선발할 때부터 이런 불신은 예견된 것으로 봐야 할 듯합니다. 지금이라도 관영 매체들이 나서서 2명의 반대표가 진정한 용사라는 사실을 밝혀야 중국인들이 그나마라도 위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걸 밝힐 수 없는 상황일 수 있겠다 싶은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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