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다시 추락하는 아베…내각 지지율의 마지노선은?

최호원 기자 bestiger@sbs.co.kr

작성 2018.03.13 15:40 수정 2018.03.13 15:4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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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어제(12일)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 고개를 숙인 모습입니다. 좀처럼 사과를 하지 않은 아베 총리가 대국민 사과에 나설 만큼 궁지에 몰리고 있습니다. 바로 모리토모 스캔들 때문입니다. 모리토모 학원은 유치원생들에게 '일왕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교육칙어를 가르치고 군가를 부르게 하고 '한국·중국은 거짓말쟁이'라고 가르치는 오사카의 극우 사학재단입니다.
지난해 3월 8시 뉴스 '극우 유치원 동영상 보니'극우 유치원 운영하는 모리토모 학원은 초등학교 신설도 추진이 학원은 인근 국유지에 초등학교 신설을 추진하면서 2015년 9월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 여사를 명예교장으로 추대했습니다. 학교 이름도 가명으로 '아베 초등학교'라고 지었습니다. 몇 명의 정치인과도 접촉했습니다. 그러자 재무성이 '알아서' 감정가 9억 5천 600만 엔 짜리 국유지를 1억 3천 400만 엔의 헐값에 매각해줬습니다.
모리토모 학원 이사장 부부와 사진 찍은 아키에 여사(가운데)지난해 봄 특혜 매각 사실이 보도되면서 아베 총리의 내각 지지율은 그해 7월 26%(마이니치 신문 조사)까지 급락했습니다. 알아서 긴다는 '손타쿠'라는 말은 지난해 일본 최대 유행어가 됐습니다. 아베 총리를 도와준 것은 북한이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로 불안감을 느낀 일본 국민들은 지난해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또다시 아베 총리에게 압승을 선사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일 아사히신문이 '재무성이 지난해 5월 국회에 제출했던 국유지 매각 관련 서류들이 조작됐다'고 보도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습니다. 닷새 뒤 재무성 담당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매각 당시 재무성 국장이었던 국세청장이 자진 사임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에 나와 공문서 14건의 조작 사실을 공식 인정했습니다. 재무성은 14건의 문서에서 아키에 여사와 특혜 매각을 도운 전직 각료들의 이름을 모두 삭제했습니다. 표현들도 크게 고쳤습니다.
'아베 총리 부인'이라고 적혀 있는 부분 등을 삭제정부기관이 비리를 덮기 위해 보존기관 30년짜리 중요 공문서를 조작한 겁니다. 일본 국민들은 크게 분노했습니다. 당장 어젯밤 총리 관저 앞에는 수백 명이 모여 '아베 총리 사임!'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했습니다. (2015년 이른바 안보관련법 통과 당시엔 역대 최다인 12만 명이 국회 앞 시위)
어제 총리관저 시위. '아베정권NO' '내각 총사퇴' '분노' '국가적범죄' 등이 적혀있다.아베 정권은 과연 무너질까요? 지난해 7월 26%의 내각 지지율 속에서도 탈출한 아베 총리입니다. 아베 총리 교체의 가능성을 살펴보려면 일본 언론의 여론조사를 잘 읽어야 합니다.

NHK가 바로 어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조사기간  9~11일 1208명 응답)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46%에서 2%p 낮아진 44%였습니다. NHK의 최저는 지난해 7월 35%입니다.(아래 표 참고)
NHK 9-11일 여론조사 '내각 지지한다44%는 낮은 것일까요? 높은 것일까요? 일본은 내각책임제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총리가 국회를 해산시키고 선거를 할 수 있습니다. 즉 여당이 국정 주도권을 갖고 있습니다. 여당은 자체적으로도 계속 여론조사를 실시해 가장 유리한 시점에서 선거를 합니다. 아베 총리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중의원 선거를 실시한 것도 지지율이 더 추락하기 전에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일본 총리 교체 전후 여론조사 변화(이다 마사미치 교수 연구)위 사진은 여론조사 전문가인 일본 메이지대학 이다 마사미치 교수가 2011년 발표한 연구자료입니다. 일본 요시다 총리 제2내각부터 오부치 총리 때까지(1948-98년) 내각 출범 직전과 직후의 지지율 변화(NHK기준)입니다. 총리 교체 직전의 내각지지율 평균은 30%입니다. 이다 교수의 최근 연구결과까지 종합해보면 총리가 교체되는 내각지지율 여론조사의 마지노선은 28.5%였습니다.

이다 교수는 그전인 33~34% 수준을 '위험 수역'으로 표현했습니다. 지난해 7월 NHK의 35%는 굉장히 위험했던 겁니다. 현재 44%도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후지TV와 산케이 신문의 공동 여론조사(10~11일)에선 내각 지지율이 전달 51%에서 무려 6%p나 떨어진 45%를 기록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 조사(9~11일)도 전달 54%에서 6%P 떨어진 48%입니다. 더욱이 재무성의 문서조작 시인으로 폭탄은 이제 막 터진 상태입니다. 서류 조작을 지시한 직원과 조작을 한 사람, 서류에서 새롭게 드러나는 사실들…. 그리고 모리토모 학원에 대한 오사카지검 특수부의 수사결과까지 나올 경우 여론은 더욱 악화될 수 있습니다. 요미우리 신문은 "전통적 아베 지지층인 여성과 노인의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고 지적했습니다.(아래 표 참고)
요미우리 내각지지율 조사(9-11일/홈페이지 그래프) 여성, 노인, 무당파 급락.우선은 내각지지율이 위험수역인 33~34%까지 떨어질 것인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런데, 아베 총리에게는 시간이 없습니다. 당장 9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승리해야 총리 자리도 유지하고 임기도 3년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미 일본 언론들의 차기 총리감 여론조사에서 당내 이시바 전 방위장관에게 2%p 차로 쫓기고 있습니다. 즉, 빨리 국민들의 관심을 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당장 쓸 수 있는 것은 북한 카드입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5월 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난다고 발표하자마자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갖고 그전인 4월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서둘러 남북-북미 대화 분위기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하려는 겁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대북 핵폐기 사찰 초기 비용을 일본이 제공하겠다"고 선수도 쳤습니다.

두 번째는 자신이 직접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하겠다고 나서는 카드입니다.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북·미-남북 대화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신이 북·일 정상회담까지 제안하는 겁니다. 납북자 문제는 일본 국내 정치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기 때문에 당장 모리토모 학원 뉴스를 한 방에 날릴 수 있습니다. 4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제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사임하냐'는 기자 질문에 미소로 답한 아소 다로 재무장관세 번째는 국내에서 자신의 오른팔인 아소 다로 재무상(77세)을 교체하는 카드입니다. 일본은 파벌 정치입니다. 9월 총재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주요 파벌들의 지원을 받아야 합니다. 아소 장관이 이끄는 아소 파벌(59명)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임을 거부하는 아소 장관을 설득하고 또 설득해 사임하도록 하면 급한 불을 끌 수 있습니다. 대신 아소 파벌의 또 다른 정치인을 재무상에 임명해 아소파 각료 수(3명)를 유지해주거나 심지어 한 자리를 늘려줄 수도 있습니다. 총재선거 때 지지를 유지해주는 조건으로 말이죠.
9월 자민당 총재선거 파벌지지표(니혼케이자이신문)아베 총리의 추락. 내각 지지율 33~34%의 위험수역에 이를 것인지, 그리고 정말 교체 수준인 28.5%의 마지노선까지 떨어질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럼 자민-공명당 연립정권 자체가 교체될 가능성은 없나요? 거의 없습니다. 어제 NHK 여론조사 정당지지율을 보면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각각 36.2%와 3.1%입니다. 그런데, 야당들은 가장 높은 입헌민주당이 10.2% 공산당이 2.6% 민진당이 1.2%에 그치고 있습니다. 결국 아베 총리가 물러나더라도 진보적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가 아닌, 또 다른 자민당 보수 정치인으로 총재 교체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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