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어디 우리 회사 직원 좀 없을까요?"…어느 중소업체 사장의 절규

이기성 기자 keatslee@sbs.co.kr

작성 2018.03.11 10:40 수정 2018.03.28 16: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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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발안공단에서 조그만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 모씨(59세)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직원 충원 문제 때문이다. 직원을 뽑아놓으면 얼마 안 돼 그만두고 하는 바람에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정도가 된 것이다. 길어야 몇 달, 짧으면 3주 만에 퇴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합성수지 제조업과 인쇄업을 겸하고 있는 정 씨 회사는 전 직원이 12명으로 비교적 단출한 규모지만 내실 있고 꾸준히 성장하는 업체로 업계에선 평가받고 있다. 사업 확장하면서 공장에 신규 라인까지 설치했는데 일할 사람 구하는 게 큰 문제였다. 신입 사원 연봉이 3천3백만원으로 동종 업계의 2천6, 7백만원에 비해 20% 넘게 많은데다 나이, 학력 제한을 아주 완화했는데도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대라고 하는데 정 씨에겐 먼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경기도 화성시 발안산업단지 (조성 당시 모습, 2006년 완공)인터넷에 낸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보고 가뭄에 콩 나듯 입사 지원자가 찾아 오기는 했다. 하지만 근무조건을 따져 묻는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심지어 이 회사는 왜 이렇게 이직률이 높으냐는 역질문을 받는 등 사장인 자신이 오히려 취업 면접을 보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까다롭게 면접까지 당했지만(?) 문제는 직원 충원에 번번이 실패했다는 거다.

정 씨는 인터넷 위주의 소극적 구인 방법에서 벗어나 직접 발로 뛰어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해병대를 제대한 강점(?)을 살려 인근 해병대 사령부의 전역장병취업 지원관을 찾아갔다. 회사에 대해 설명한 후 전역이 임박한 장병들 중 구직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꼭 소개해 달라며 신신당부하고 돌아왔다.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지금까지 감감무소식…… 이번에는 인근 대학을 방문해 취업담당교수에게 명함 주고 사정을 이야기했다. 6개월쯤 지나 연락이 오긴 왔으나 황당하게도 그 교수 딸 결혼식 참석을 부탁하는 청첩장이었다.

정 씨는 결국 졸업 후 직장 구한다며 놀고 있거나 진로 모색 중인 친인척 자녀를 어렵게 찾아 어르고 달래서 직원으로 들여놓긴 했지만 또 언제 그만둔다고 할지 몰라 조마조마하고 있다. 희한한 건 인근에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하청업체들이 있는데 구인 어려움을 전혀 겪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공고 내면 지원자들이 금방 찾아와서 채용이 쉽다고 한다. 그것도 비 정규직 사원을 뽑는데도 사람들이 몰린다는 거다. 정 씨 회사는 물론 정규직 사원을 뽑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을까? 정 씨는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정 씨 회사는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는 교대 근무 특성상 직원들이 일이 끝난 후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게 가장 큰 약점이었다. 발안공단 산업단지를 오가는 버스가 있지만 오후 6, 7시면 끊긴다. 평일에는 퇴근 후 부근 도시로 나가 술을 한 잔 하는 것 같은 개인적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 주말이나 돼야 여유가 생기는 이런 구조에 대해 ‘유배 생활’ 아니냐며 젊은이들이 오기 꺼린다는 것이다. 반면 하청업체들이 있는 단지엔 자동차회사에서 통근차를 운영해 주고 있어 이런 문제가 해소되고 있다. 출퇴근 편의는 물론 퇴근 후 개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게 지원자들의 관심을 끄는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전경국내 유수 대기업에서 20년 가까이 직장생활 하다 뜻한 바가 있어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정 씨는 이렇게 말한다.

“15년 전인 2003년, 다니던 회사 대리점 형태로 조그맣게 독립했습니다. 고생 많이 하고 주위 도움도 받고 해서 사업을 조금씩 키워서 여기까지 왔죠. 대기업만큼은 안되지만 봉급도 더 주고 나름 직원 대우에도 신경 썼습니다. 중소업체의 고질적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친인척 중심 회사경영을 배제하고 장차 회사를 직원들에게 맡기는 사원사장제를 공언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때와 달리 직장관, 직업관이 크게 바뀌고 있는 거 같아요. 젊었을 때 몇 년 맘 단단히 먹고 고생해서 기술 배워놓으면 직장에서 대우받고 독립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은데……”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작업 공정 중에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돼 있는 게 있어요. 자기 차례가 되면 시간에 맞춰 일을 해줘야 문제가 안 생기는데 신입 직원이 휴대폰을 보느라 자꾸 타이밍을 놓치는 겁니다. 요즘 젊은이들 휴대폰을 끼고 살지 않습니까? 조장이 몇 번 주의를 줬는데도 안 고쳐지니까 일 할 때는 휴대폰을 작업장 입구에 맡기고 들어가라고 했는가 봅니다. 그 직원이 사장실까지 뛰어 올라와서 사생활 침해라고 따진 뒤 퇴사해버렸습니다. 신입으로 들어온 지 3주 만에 일어난 일입니다. 한국에서 중소업체 꾸려가기 참 어려워요……”

최근 실시 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을 고르는 기준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지 잘 나타나 있다. 직장인 천여 명을 대상으로 물었는데 응답자 대부분이 연봉보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Work and Life Balance)을 더 중요한 조건으로 꼽았다. 돈을 조금 덜 받더라도 퇴근 후 저녁이 있는 삶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조사에서 눈여겨볼 결과가 하나 더 있다. 공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퇴근 시간이 훨씬 늦고 야근도 잦다는 사실이다. 청년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회피하는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청년 일자리 대책에 투입한 예산만 10조원이 넘는다. 그리고 역대 정부마다 청년실업해결책으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 것이 중소기업 활성화였다. 전체 기업의 99%, 노동자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하지만 청년실업률은 계속 높아지고 중소기업 인력난은 풀릴 기미가 없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고용노동부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부족인력은 2011년 23만 7천명에서 2016년 26만명으로 해마다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자리 대책들이 제대로 작동을 안 했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잘못된 대책들이었거나 아니면 둘 다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동연 부총리는 최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예산, 세제, 금융, 규제개혁을 포함한 모든 가용한 정책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3월 9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청년일자리 정책 발언 중인 김동연 부총리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기피하는 이유로 낮은 임금과 복지 수준, 업무환경 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을 꼽을 수 있다. 이 문제 해결 없이 일자리 수만 늘려봐야 청년 실업률은 높아지고 중소기업 인력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만 더 가중될 뿐이다.

이런 현상을 현장에서 절감하고 있는 정 씨는 이렇게 털어 놓는다.

“현재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새로운 일자리 늘리는 데 모든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눈에 크게 띄지는 않지만 기존 제도를 개선한다든지 비효율적 관행을 고치든지 하면 세금 쏟아 붓지 않고도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예를 들면 지금 오후 6, 7시면 끊기는 발안공단 버스 운행 연장 문제 같은 거다.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공단 안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퇴근 후에도 움직일 수 있도록 공영 버스를 20, 30분 간격으로 자정 무렵까지 운영해 준다든지 하면 산업단지 안에 있는 중소기업들 인력 충원도 쉬워지고 장기적으로 실업률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현장을 꼼꼼하게 들여다보면 적은 비용을 들인 실효성 큰 개선책이 적지 않다. 정부가 보여지는 수치에만 너무 매달리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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