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특사 방북 '깜짝' 성과…성급한 낙관론은 금물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18.03.07 11:05 수정 2018.03.07 14:2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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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는 자유한국당 일각에서조차 "기대 이상의 전향적인 성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획기적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3차 남북 정상회담을 코앞으로 당겨왔고 북한이 그토록 중단을 요구하던 한·미 연합훈련도 예년처럼 한들 북한이 시비 걸지 않기로 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 같은 대형 도발뿐 아니라 대남 재래식 공격도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핵과 미사일 동결 조치입니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체제 안정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습니다. 

이번 특사단의 방북 성과로 성사된 3차 남북 정상회담이 보다 진전된 북한 비핵화 방안을 이끌어내고 북미 비핵화 대화로 발전하리란 기대가 높습니다. 하지만 지난 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 94년 제네바 협정, 2006년 영변 핵시설 가동 중단 약속도 당시로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낙관론이 팽배했지만 말의 성찬으로 끝났습니다.

미국의 공화당 정권은 북한과의 대화에 인색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부시 부자(父子)보다 더 괴팍해서 차려진 밥상을 곱게 받을지 의문입니다. 유난히 북한과 김정은을 불신하는 트럼프는 이번 특사단이 전하는 김정은의 말들을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겁니다.

누구도 특사단의 방북 결과가 액면 그대로 김정은의 진솔한 뜻이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특사단 방북 결과가 화려해 보이지만 기명 문서로 된 남북 공동 발표도 아닙니다. 경계를 계속 유지해야 할 때입니다. 방북 결과에 대한 다양하고 깊은 해석을 통해 경우의 수를 늘려 대책을 풍성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명 문서 없는 구두 약속…아직은 믿을 수 없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김정은 입에서 비핵화가 나왔다고 해서 희망을 가져서는 안된다"고 경고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방북 결과는 공동 발표도 아니고 우리 특사단의 일방적인 구두 발표"라며 "문서로 된 약속도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데 하물며 일방의 구두 발표는 말해 무엇하겠는가"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도 김정은과 특사단의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 김정은이 특사단과 회동하는 동영상과 사진을 신속하게 보도하는 유례없는 '속도전'을 선보였지만 '한미 연합훈련 이해' 나 '미사일, 핵 실험 일시 중단' 같은 언급은 없습니다. 특사단이 전한 김정은의 말이 구두선으로 그칠 가능성도 짚고 있어야 합니다.
[취재파일] 특사 방북 '깜짝' 결과…김정은의 숨은 의도는 없나미국으로부터 북핵의 몸값을 최대한 많이 받아내야 하는 북한에게 남북 대화가 간절한 한국 정부는 좋은 먹잇감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남북 군사회담에 정통한 한 예비역 장성은 "참 낯선 용어이지만 북한은 '남북 공조'를 통해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났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 민족끼리'는 합심하고 미국은 멀리하자는, '한·미 균열' 노림수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한·미 연합훈련의 예년 수준 실시를 '이해'한다는 김정은의 우호적인 표현과 남측에 대해 재래식, 핵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남 평화 공세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고 이 장성은 말했습니다.

● '예고'됐던 정상회담…북·미 대화는 첩첩산중

남북 정상회담 개최설은 작년부터 파다했습니다.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접촉이 시작될 때만 해도 '11월 정상회담'이 회자됐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시점은 앞당겨졌습니다. 결국 방북 특사단은 어제 방북 보따리에서 '4월 말 판문점 정상회담'을 풀어 놓았습니다.

청와대 인사들과 가까운 한 학자는 "정상회담까지는 청와대가 일찍이 예상한 경로"라며 "판문점 정상회담은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소소한 과정일 뿐"이라고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북미 비핵화 대화의 장이 설 수도 있고 긴장의 한반도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 비핵화 대화로 가는, 아슬아슬한 외나무다리인 셈입니다.
[취재파일] 특사 방북 '깜짝' 결과…김정은의 숨은 의도는 없나김정은은 리설주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단을 반갑게 맞았고 면담 때도 쾌활하고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어제 조선중앙TV로 보도된 김정은은 보통국가의 지도자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가끔식 탈권위적인 인상까지 풍겼습니다. 충분히 대화할 만한 인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최종적 대화 상대는 천하의 미국이고, 궁극적 대화 목표는 북한 정권의 생명줄인 핵의 완전한 폐기입니다. 갈 길은 첩첩산중입니다. 낙관은 지금 국면에서 경계 1순위입니다. 군 핵심 관계자는 "군이 이완되기 딱 좋은 시절인데 군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더욱 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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