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트럼프-김정은, '비핵화 대화' 이어줄 묘수는?

남승모 기자 smnam@sbs.co.kr

작성 2018.03.03 13:46 수정 2018.03.05 19:5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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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후 처음으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30분간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당시 남북 간에 논의했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북한 김여정 특사의 답방 형식으로 대북 특사를 조만간 파견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북 특사 파견 계획을 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특사가 다녀온 뒤 활동내용을 자신에게도 알려달라고 말한 걸로 전해졌습니다. 두 정상은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해 이를 한반도의 비핵화로 이어 나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로 하고 앞으로 진행될 남북 대화의 진전에 대해서도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습니다.

● 최우선 임무는 북·미 대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 파견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이뤄지는 이번 대북특사 파견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중대 변수가 될 걸로 보입니다. 특히 김 위원장이 특사로 자신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내려보냈을 정도로 북측도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 우리 정부에는 기회이자 위기가 될 거란 전망입니다.

대북 특사의 최우선 임무는 역시나 북·미 대화 추진입니다. 지난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우리 측 접촉을 통해, 또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북·미 간 실무자급 접촉이 있었다면 그 부분까지 포함해 북한 측이 북·미 대화의 조건과 관련해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미국과 대화할 충분한 의사가 있다고 밝혔던 만큼 대화 그 자체보다는 북한 측의 조건 혹은 요구 사항이 핵심이 될 걸로 보입니다.

특히나 1인 지배 체제인 북한 정권의 특성상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만나 의중을 확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국이 북한의 대화 의지를 믿게 하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기도 합니다. 우리로서는 일단 경색된 국면을 풀기 위해서라도 '대화의 시작' 자체가 중요하다고 보고 어떤 방식으로든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에 응하도록 설득할 가능성이 큽니다.

● 美 대화 조건, '확실한 비핵화'

우리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이번 국면의 열쇠를 쥐고 있는 건 미국과 북한입니다. 목표가 '북·미 대화 성사'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미국과 북한 모두 일단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다들 '대화는 할 수 있다'는데… 정작 대화가 안 되는 이유는 뭘까요? 네, '무엇을 위한 대화'이냐… 바로 이점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적절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마크 내퍼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설명했습니다. 내퍼 대사대리는 "우리는 비핵화라고 하는 명시된 목표가 없는, 북한의 지속적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의 시간벌기용으로 끝날 (북·미) 대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소중한 시간과 대화 기회를 비핵화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하고 싶다는 북한의 의지를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무역전쟁 이기기 쉬워 반발 확산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트럼프 정부는 북핵 문제를 언급할 때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지난 94년 제네바 합의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동결대가로 1,000MWe급 경수로 2기를 제공하고 대체에너지로 연간 중유 연 50만t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완전 복귀와 모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사찰 허용, 핵활동의 전면 동결은 물론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까지 약속했습니다. 클린턴 대통령이 방북을 계획하면서 마침표를 찍는가 싶었던 북핵 문제는, 그러나 미국의 정권 교체와 뒤이은 9·11 테러로 급반전 됐습니다.  결국 지금도 가장 이상적 형태로 여겨지는 제네바 합의는 7년여 만에 깨졌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이런 식의 시간 낭비에 그칠 수 있는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겁니다. 확실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경우에 한해 대화에 응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곧 펜스 부통령이 언급했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전제로 합니다.

● 北 대화 조건, 非 비핵화

그렇다면 북한이 말하는 대화는 무엇일까요? 북한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지난 2016년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으로서 침략적인 적대세력이 핵으로 우리의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국제사회 앞에 지닌 핵전파 방지의무를 성실히 리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말하는 북·미 대화는 핵폐기 같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바탕으로 한 핵군축 협상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북한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다 실패한 이라크 후세인 정권이나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말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이를 근거로 북한이 핵을 완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북핵실험● '비핵화'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

하지만 접점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핵심은 '비핵화'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비핵화 개념에 대한 일종의 전략적 모호성입니다. 핵무기를 미국의 주장대로 완전히 없앨지, 아니면 북한 생각대로 줄이는 수준이 될지 미리 정하지 않고 일단 비핵화라는 큰 틀 아래 핵무기 문제를 의제로 북·미가 마주 앉게 하는 방법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비핵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미국에게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라고 촉구하는 이유입니다.

물론 북·미가 이렇게 협상을 시작한다고 해서 지난 94년 같은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북한이 이미 핵과 미사일 완성단계에 진입한 상태여서 문제 해결이 휠씬 어려워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야 하는 건 북한이나 미국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정부의 중재 노력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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