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MB 청와대 '제2롯데월드 문건'①] 드러난 靑 시나리오…노골적 주도·개입

전병남 기자 nam@sbs.co.kr

작성 2018.03.02 11:02 수정 2018.03.02 11: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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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MB 청와대 제2롯데월드 문건①] 드러난 靑 시나리오…노골적 주도·개입
"2003년 말쯤의 일입니다. 제2 롯데월드를 건설하면 2만 8천개 정도의 일자리가 생긴다는 거에요. 노무현 대통령께서 '그 정도 일자리가 생기면 한번 해볼 만하지 않느냐'고 해 검토를 시작했습니다. 활주로 각도 변경을 포함한 상정 가능한 모든 방식을 훑었습니다. 불가능했습니다. 서울공항의 안보상 기능이 심각하게 상실되더라고요. 도저히 안 되는 거에요."

이종석 당시 청와대 NSC 사무차장의 이 말은 5년 뒤 정반대의 현실로 나타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제2롯데월드 건설이 일사천리로 추진됐고, 결국 완공된 겁니다.

● 청와대가 직접 만든, 제2 롯데월드 건설 시나리오

궁금했습니다. 정치적 이유도 아닌 안보상의 문제로 10여 년간 보류된 제2 롯데월드 건설이 정권이 바뀐 뒤 속전속결로 진행된 이유 말입니다. 실마리는 청와대 내부 문건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첫해인 2008년 12월 15일, 청와대 국방비서관실은 '제2 롯데월드 건설추진 관련 여론관리방안'이란 문건을 작성합니다. SBS가 확보해 단독 보도한 이 문건은, 이명박 정부가 제2 롯데월드 건설에 직접 개입했다는 걸 입증해 줄 첫 증거입니다. 청와대가 생산한 공식 문서라는 점에서 가치는 더 큽니다.

▶ [단독][제2롯데월드①] MB 청와대, '제2롯데월드 건설' 시나리오 만들었다

내용을 보죠. 문건엔 3단계로 나눈 추진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1단계는 '정부와 롯데의 비공식 협의'입니다. 문건 작성 당일인 12월 15일부터 이틀 동안 이뤄진다고 적시됐습니다. 참고로 이 시기는 롯데가 제2 롯데월드 건설을 위한 공식 행정 절차를 밟기 한참 전입니다.

2단계는 12월 19일부터 22일까지입니다. 이때엔 롯데가 행정협의조정위에 재심을 요청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3단계는 12월 23일부터 31일까지로 행정협의조정위 심의와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청와대가 제2 롯데월드 건설을 기획하고, 허가를 위한 시간표를 제시한 셈입니다.

● 靑, 단계마다 구체적 방안 제시…문건대로 착착 진행
이명박 전 대통령, 제2 롯데월드, 관리 대응 메뉴얼1단계 "정부·롯데 비공식 협의, Low Key 유지하라"

1단계는 일종의 비밀 회동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청와대는 문건에서 "정부와 사업자 간 협의의 시기이므로 Low Key를 유지하라"고 지시합니다. 언론에 이 비밀 회동이 새어나갈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며,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국방부, 공군이 제2 롯데월드 사업에 대해서 "다각적 검토 중"이란 일관되고 일치된 입장을 유지하라고 당부합니다.

중요한 건 청와대가 롯데와의 비밀회동에서 논의한 내용입니다. 청와대는 우선 서울공항 활주로 변경 각도를 이전 정부때 검토했던 6도 안팎에서 3도로 줄여주면서 롯데의 부담이 3,400억 원에서 1,100여억 원으로 줄었음을 부각합니다. 사실 2007년 검토 당시엔 1조 2,000억 원으로 추산되기도 했던 부분입니다. 특혜를 줬음을 강조하는 건데,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마지막 기회"라고까지 언급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당시 상황에서, 롯데에 건설을 종용하는 듯한 취지로 해석됩니다. "조기 수용을 설득한다"면서 "소요 재원을 엔화로 충당함에 따라 현 엔화강세로 인해 신속한 의사결정 시 혜택을 보는 측면"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롯데의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발언까지 거론하는 데 "신 회장이 평소 '죽기 전 고국에 명물하나 지어놓고 가겠다'고 언급했음을 인용한다"고 까지 적었습니다. 당시 이명박 정부 청와대가 롯데에 각종 특혜 제공을 약속하며 건설 사업을 주도했음이 문건 곳곳에서 분명하게 확인됐습니다.

▶ [단독][제2롯데월드①] MB정부가 '롯데 컨설팅'? "엔화 쓰면 이익…전폭 지원"

2단계 "사안별로 언론을 활용"

행정 절차가 본격화되는 이 시기를 청와대는 '정부 내부 최종 결정 과정'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사안별로 언론을 활용할 것을 주문합니다. 정부 내 이견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입단속의 필요성까지 거론합니다. '언론 가이드'를 만들라는 주문도 함께 나옵니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는 제2 롯데월드 사업이 "지난 14년간 문민·국민·참여 정부를 거치면서 지속 검토된 사안인 점을 부각해 특혜 논란에 대응하라"는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합니다. 특혜의혹이 쏟아질 게 뻔한 상황이 부담스러웠던 걸까요.

3단계 "제2 롯데월드 필요성, 적극 홍보하라"

이 부분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3단계는 행정협의조정위 심의를 완료한 직후를 가정해 준비됐습니다. 정부의 결정 이후 선제적으로 홍보 조치를 취하라는 게 핵심입니다. 방점은 역시 '활주로 각도 변경으로 인한 안보적 우려'와 '롯데 특혜'에 찍혔습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언론 기고나 칼럼을 통해서 제2 롯데월드의 필요성을 적극홍보하라는, 마치 롯데 홍보실이 해야 할 듯한 일을 청와대가 대신 나선 부분입니다.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경제적 효과를 부각하라는 치밀한 지시까지 내립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아예 방향까지 잡아줍니다.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항공기와 관제장비 발달로 일본·대만·홍콩 등 인구가 조밀한 국가들은 현재 비행안전구역을 변형하여 운영하고 있는 추세" "외자 1.5조 원 사업비 유치, 공사 중 연 250만 명 일자리 창출, 완공 후 2.3만 명 고정직업군으로 세계적인 '랜드마크' 국력상징 등"

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상적인 청와대의 업무로 보이시나요.

실제 제2 롯데월드 건설은 문건에 나온 시나리오대로 진행됐습니다. 2단계였던 행정협의조정위 재심 상정 요청은 2008년 12월 31일에 이뤄졌습니다. 3단계였던 제2 롯데월드 건설 최종 결정은 이듬해 3월 31일 확정됩니다. 그리고 2009년 6월, 공군본부와 롯데물산은 '제2롯데월드 신축관련 서울기지 비행안전 및 작전운영 여건 보장을 위한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비공식 협의 내용이 마치 오랜 논의의 결과물인 듯 포장된 겁니다.   

▶ [제2롯데월드②] 청와대-롯데 '비밀회동' 이후…문건대로 일사천리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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