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일주일 새 두 명 도주…'GPS 없는 전자발찌' 이대로 괜찮을까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작성 2018.02.05 12:03 수정 2018.02.12 17:5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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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일주일 새 두 명 도주…GPS 없는 전자발찌 이대로 괜찮을까
지난달 24일 밤늦은 시각, 관악구에서 촬영된 CCTV 화면입니다. 화면 속 남녀는 편의점에서 함께 물건을 산 뒤 모텔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7시간 뒤, 영상 속의 30대 여성은 이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렸습니다.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여성은 옆구리 부분을 다쳤지만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로, 회복 중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흉기를 휘두른 남성은 48살 주 모 씨. 두 차례 청소년 강제 추행 전력이 있는 전과 17범입니다. 전자발찌 부착 대상자입니다. 사건이 발생하기 이미 이틀 전 주 씨는 전자발찌를 찬 채로 대구 집을 떠났습니다. 서울행 무궁화호 화장실 안에서 도구를 이용해 전자발찌를 끊었습니다. 주 씨는 전자발찌 없이 그렇게 나흘 동안 서울을 누비다 사건 이틀 뒤 관악구 신림동의 한 모텔 주변에서 붙잡혔습니다.전자발찌 범행, 여성 폭행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인 지난달 31일. 이번엔 경기 파주시 문산읍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50대 여성이 중년 남성 손님에게 얼굴을 심하게 구타 당했습니다. "문 닫을 시간이 됐으니 나가라"고 했다가 무차별 폭행을 당한 겁니다.

사건 당일 오후 찾아가 본 사건 현장엔 피해 여성의 남편이 와 있었습니다. 남편은 노래방 내부를 정리하고 다친 아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서두르는 발걸음엔 분노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용의자는) 평소 전혀 모르던 사람입니다. 일단 아내 다친 것부터 고치는 게 먼저"라고 말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사건 직후 용의자는 도주했지만, 노래방 내부 CCTV엔 남성의 얼굴이 남아 있었습니다. CCTV 속 얼굴은 전날 밤 위치추적장치를 집에 두고 도주한 전자발찌 부착대상자, 52살 이 모 씨의 얼굴과 흡사했습니다. 강도상해죄로 10년간 복역하고 나온 이 씨는 도주 나흘째인 지난 2일 밤, 경기도 고양의 한 라이브카페에서 술을 마시다 붙잡혔습니다.

● 일주일 새 2명이나…전자발찌, 무엇이 문제일까.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법무부 대구보호관찰소 서부지소와 의정부보호관찰소 고양지소 모두 이들이 여성에게 흉기를 휘두르거나 폭력을 행사할 때까지 이들의 행방을 알지 못했습니다. 일주일 사이 두 명이나 되는 전자감독 대상자가 도주했지만 보호관찰소는 이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던 겁니다.
 
문제는 전자발찌가 '분리형'이라는 데 있습니다. 우리가 '전자발찌'로 알고 있는 기계는 세 개의 기기가 하나의 '세트'로 기능합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발목 부착 장치인 '전자발찌', 휴대전화처럼 소지하고 다니는 휴대용 위치 추적장치, 그리고 주거지에 두며 집에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재택장치'가 그 셋입니다.

그런데 전자 감독 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하는 핵심, 발목 부착장치에는 위치추적 기능이 없습니다. 대신 휴대용 위치추적 장치에만 GPS 기능이 있습니다. 즉, 전자발찌와 함께 이 장치를 지니고 다녀야만 위치추적이 가능합니다.
  
● 즉시 울린 '경보'…왜 놓칠 수밖에 없었나
 
위치추적장치를 집에 두고 나선 전자감독 대상자들의 위치는 이미 추적이 불가능해진 상태.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감시 대상자의 집에 도착했을 땐 이미 한 시간 가까이 지난 뒤였습니다. 이들의 집은 '당연하게도' 텅 빈 상태였습니다.
 
왜 그런지, 실제 주 씨의 도주 당시 대구서부보호관찰소의 대응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   22일 오전 11시 14분, 도주를 결심한 주 씨가 위치추적기를 집에 두고 집 밖으로 나갑니다. 몇 초 사이에 주 씨 발목의 전자발찌와 위치추적기가 5m 이상 떨어지면서 곧바로 경보가 작동했습니다.
  •   경보 발생 직후, 보호관찰소는 무슨 일이 발생한 건지 확인하기 위해 주 씨와의 통화를 시도했지만, 주 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도주할 마음을 먹고 집을 나갔을 가능성이 커진 겁니다. 보호관찰소는 출동을 결정합니다.
  •   오전 11시 26분, 출동 준비를 마친 보호관찰소 직원 두 명이 최종 측정위치인 주 씨의 집으로 출동했습니다. 이미 주 씨가 집을 나간 지 12분이나 흐른 뒤입니다.
  •   34분 뒤인 오후 12시, 주 씨의 빈집에 도착합니다. 두 시간 동안 주 씨의 행적을 찾지만 쉽지 않습니다. 
  •   오후 2시, 소재파악에 실패한 보호관찰소는 경찰에 공조를 요청합니다. 이와 동시에 구인장을 신청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주 씨가 도주한 11시 14분으로부터 세 시간 가까이 흐른 시각입니다.

이미 도주해버린 주 씨를 추적할 수 있는 남은 단서는 CCTV가 전부입니다. CCTV를 통해 주 씨의 발자취를 확인하다 보니, 주 씨보다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주 씨는 대구 집을 떠나 사흘간 서울을 활보했습니다. 흉기에 찔린 피해 여성의 신고가 접수되고 나서야 겨우 그의 행방을 파악할 수 있었고, 도주 나흘째에야 주 씨를 붙잡았습니다.

● 출동 지체? 법무부 "매뉴얼 대로 했다"

12분이나 걸린 출동 지체 논란에 보호관찰소 측은 "매뉴얼 대로 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대상자가 실제 도주한 것인지 확인 작업을 거쳤기 때문에 시간이 좀 더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보호관찰소에서 즉시 감독 대상자의 집으로 출동하는 '훼손경보'와는 달리, 이 같은 '감응범위 이탈' 경보는 작동 시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보면 "실수였다"고 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감응범위 이탈 경보가 하루에도 수천 건씩 발생하다 보니, 신속대응팀은 출동 전에 먼저 대상자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에서 몇 분의 시간이 흘러갑니다.
 
이렇게 몇 분을 보낸 뒤 출동해, 감독 대상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그가 사라지고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고양에 있는 보호관찰소에서 파주에 있는 감독 대상자의 집까지 직접 이동해보니 차로 30분 넘게 걸렸습니다. 다른 곳으로 도망가거나 가까운 곳에 숨어 보호관찰소나 경찰을 따돌릴 수도 있는 시간입니다. 이들이 도주하는 동안 보호관찰소는 길 위에서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갑갑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 결국 '인력 부족' 문제… "경찰과 공조 강화" 목소리도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이윤호 교수는 결국 문제는 '인력부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전자발찌의 감응 범위 이탈을 감지했다고 칩시다. 누가 그렇게 빠르게 현장에 출동해서 그를 다시 붙잡고, 전자발찌를 채운 뒤 연행할까요, 누가 하죠?"

우리나라 보호관찰소 직원 한 명은 평균적으로 관리 대상자 19명을 감시해야 합니다. 직원 1명당 10명 수준인 선진국과 두 배 가까이 차이 납니다. 실제, 경기도 내 전자감독대상자는 600여 명에 달하는 반면 전자감독 전담 직원은 35명에 불과합니다.

동시에 경찰과의 긴밀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번 두 사건의 경우에도 보호관찰소 직원이 경찰에 공조를 요청하기까지 30분에서 2시간 반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감응범위 이탈이나 전자발찌 훼손 경보가 즉각적으로 경찰과 공유된다면 보다 가까이 있는 파출소나 지구대 경찰관이 훨씬 더 빨리 현장에 출동하고 체포할 수 있겠죠. 그런 공조 제도나 체제를 정비하는 게 일단 현 상황에서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이에 더해, 규정을 위반하는 전자감독 대상자에 대한 법 집행을 위해서는 경찰과의 정보 공유, 공조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 '일체형 전자발찌' 도입… 실효성은?

전자발찌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자 법무부는 "2008년 도입 당시엔 해당 기기가 최신형이었다. 나름의 장점이 있어 도입한 기기"라면서도, 올 하반기부터 GPS기능이 탑재된 '일체형 전자발찌'를 순차적으로 보급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재범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전자발찌 제도는 미국에서 '전자감시를 통한 가택구금(House Arrest with Electronic Monitoring)'의 목적으로 본격 도입됐습니다. 교도소 과밀수용에 대한 대안 가운데 하나로, 가택구금을 통해 미결수들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었습니다. 단순 가택구금의 목적으로는 적합할지 몰라도 재범예방은 여전히 쉽지 않은 목표입니다.
 
이윤호/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재범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목적으로 전자발찌를 도입했는데, 전자발찌는 행동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눈도 없고 손도 없단 말이에요. 관제센터에선 이들의 위치만 알고 뿐, 그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정해진 장소에 있다는 건 알지만, 그 위치와 장소에서 살인이나 성폭행 등의 범행을 저지르는지에 대해선 알 수가 없는 거죠."

 
실제로 2011년 15명, 2012년 21명, 2013년 30명, 2014년 48명, 2015년 53명, 2016년 69명, 지난해엔 77명이 전자발찌를 찬 채로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성폭력 전자발찌 (사진=연합뉴스TV/연합뉴스)● '똑똑해지는 전자발찌'…가능할까?

법무부는 전자발찌에 과거의 범죄수법이나 이동패턴 등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주변 정보나 과거 행동을 바탕으로 범죄 징후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데 초점을 맞춘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또한 도입도 전에 인권침해 논란과 함께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전자발찌가 주변의 세세한 정보를 모두 수집하는 것 자체가 이들의 일상생활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인권 침해 소지가 있습니다. 또 기기가 비명 소리나 높아지는 심박수 등과 같은 정보가 실제 범죄와 관련된 것인지 정확히 구분해낼 수 있을지도 문제입니다. 잦은 경보 오작동과 같은 부작용이 야기하는 행정력 낭비 문제도 '지능형 전자발찌'가 넘어야 할 산입니다.
 

● '눈 가리고 아웅'…실질적 대안 고민할 때
 
취재 중 만난 법무부 보호관찰소 직원은 전자발찌의 경보 작동과 관련, 세부적인 사실은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이런 내용은 언론에 노출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자감독 대상자들이 전자발찌의 허점을 알면 도주하는 일이 더 많이 생길 겁니다. 사실, 부착 대상자들이 도주하는 일이 일주일새 두 건이나 일어난 것도 며칠 전 SBS의 전자발찌 보도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순간 사회부 기자로서의 제 역할을 고민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고민이 길진 않았습니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전자발찌의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는 판에, "전자발찌에 GPS 기능이 없다"는 사실을 쉬쉬한다고 해서 전자감독 대상자들이 그 허점을 모른 척 해줄 지 의문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 말고, 이제 '재범 방지'라는 전자발찌의 목적 달성을 위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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