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시진핑 평창행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8.02.03 09:05 수정 2018.02.03 15: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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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일주일 앞둔 2일, 중국 외교부는 한정(韓正) 상무위원을 평창올림픽 개막식에 파견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외교부발로 이미 17일 전에 전해진 소식인지라, 중국의 뒤늦은 발표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듭니다. 때맞춰 우리 외교부에선 평창 올림픽에 참석할 각국 정상급 인사들의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미국에선 펜스 부통령이, 일본에선 아베 총리가 참석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고, 대신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딸 이방카의 이름이 보이지 않습니다.

중국은 한정 상무위원의 개막식 참석이 확정됐지만, 시진핑 주석의 방한 여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여전한 거 같습니다. 시 주석이 폐막식이라도 참석할 가능성이 없느냐는 거죠. 우리 외교부 측은 "적절한 시기에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시 주석의 방한 가능성이 있는 거 같은, 뭔가 협의가 막 진행 중인 거 같은 뉘앙스를 풍기는 답변입니다. 결론이야 어찌 나던간에 우리 정부가 시 주석의 평창행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습니다.

최근 베이징 외교가에선 시 주석의 평창행과 관련한 헤프닝이 있었습니다. 한 베이징 고위 외교소식통이 "시 주석의 평창행이 사실상 어렵다"고 말해버린 겁니다. 3월 초 예정된 중국의 정치행사 때문이라는 이유도 설명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불과 10분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시 주석 대신 특별대표로 상무위원이 평창에 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한참 설명하던 그가 앉은 자리에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꼴이 됐습니다. 명색이 외교 고위 소식통 입장에선 보통 민망한 일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만큼 시 주석의 평창행 무산을 기정사실화한 본인의 발언이 매우 부담스러웠다는 얘깁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중국이 동·하계 올림픽에 상무위원급을 파견한 전례가 없습니다". 우리 정부는 이런 말을 하면서 한 정 상무위원의 평창행을 특별하게 평가했습니다.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 파견한 적이 있다는 반론에도 "당시 중국과 러시아의 특별한 상황 때문"이라고 폄훼하면서까지 말입니다. 사실 중국 현지 분위기도 한정 상무위원이 40명을 이끌고 평창 개막식에 참석하는 건 "중국 정부가 성의를 보일만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자신의 특별대표라고 지칭한 것을 보면, 그만큼 한정 상무위원에 무게를 실어줌과 동시에 본인은 평창에 가기 어렵다는 의사 표시를 한 거라고 봐야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시 주석의 평창행을 여전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럴만한 이유는 여러 군데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을 사드 갈등의 종지부를 찍는 이벤트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독일에서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이은 시 주석의 한국 방문이야말로 한중 관계 회복의 마지막 퍼즐이라는 거죠. 하지만 현실은 사드 문제를 바라보는 한중간 시선은 여전히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원만한 해결'에, 중국은 '적절한 조치'에 방점을 두는 입장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사드 갈등 해법을 위한 단계적 이벤트는 상대에게 일방적이란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되레 중국의 사드 강경론자를 자극할 수 있는 우려도 듭니다.

시 주석이 한국에 온다면 사드 갈등 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한국행을 주저하는 중국인들의 부담감을 대폭 줄여줄 거란 기대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한중 관계가 어느 정도 풀렸다고 보는데도, 요우커의 한국행 단체관광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건 '먼저 나서지 않는다'는 중국인들의 심리에 기인하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절대 권력자인 시 주석이 한국 땅을 밟는다면, 중국인들의 한국행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충분히 불식시킬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롯데같은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얼음장같은 분위기가 누그러지는 상황도 기대할 수 있겠죠.

문재인 대통령의 여러 차례 걸친 시진핑 주석에 대한 방한 요청도 정부가 시 주석의 평창행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입니다. 독일에서도, 베이징에서도,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도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공개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그만큼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려는 의도지만, 동시에 우리 공무원들에겐 반드시 완수해야 할 지상과제가 돼버렸습니다. 적어도 공무원 입장에선 내 입으론 시 주석 방한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절대 할 수 없는 상황이 되버린거죠. 시 주석 본인이 불참 의사를 명확히 밝히기 전까진 평창행을 계속 타진할 수 밖에 상황인 겁니다. 
'시진핑 사상' 中 헌법에 명시시 주석의 평창행 가능성은 냉정하게 어느 정도로 봐야 할까요? 폐막식까지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어 확언하긴 어렵지만, 현재로선 희박하다고 보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방한 요청에 "자신이 노력해보고, 못 가는 상황이면 고위인사를 보내겠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그런 시 주석이 한 정 상무위원을 보내기로 한 것은 결국 자신은 못 간다고 의사 표현을 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한정은 개막식에 오는 거니까 시 주석은 폐막식에 오라는 얘기는..글쎄요?

베이징 사정에 밝은 또 다른 외교소식통도 "시 주석의 평창행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동계올림픽 차기 개최 도시인 베이징 시장과 플러스 알파 인사가 폐막식에 오는 게 최선이라고 했습니다. 다만 플러스 알파가 누가 될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 주석의 폐막식 참가 요구가 플러스 알파 인사의 급을 높일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는거 아니냐고 되물었습니다. 황당한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부작용도 분명히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구촌 축제를 함께 즐기자는 순수한 의도 뿐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너무 진하게 배여 있어 보입니다. 우리 스스로 시 주석 참석에 너무 부담감을 떠안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우리가 충분히 축하를 받았는데, 스스로 기대치를 너무 높여서 축하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 되지는 않을까요? 거기에 상대방이 분명한 의사 표현을 했는데, 그걸 애써 못 본 체하고 계속 졸라대는 모양새도 적절한 외교술은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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