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찐리뷰] 부천서 성고문 가해 경찰 "손 댄 적 없다" 뻔뻔한 부인…끝까지 싸운 고 조영래 변호사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속 '그날'의 이야기를, '장트리오' 장 현성-장성규-장도연이 들려주는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본방송을 놓친 분들을 위해, 혹은 방송을 봤지만 다시 그 내용을 곱씹고 싶은 분들을 위해 SBS연예뉴스가 한 방에 정리해 드립니다. 이번에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그날'의 이야기는, 지난 16일 방송된 '나의 변호사' 편입니다. 이야기 친구로는 작사가 김이나, 가수 치타, 개그맨 서경석이 출연했습니다.(리뷰는 '꼬꼬무'의 특성에 맞게, 반말 모드로 진행됩니다.) ▲ 평화시장 여공의 생활을 궁금해하던 남자 때는 1976년 봄, 22살 순애 씨가 버스를 타고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이야. 만날 사람은 바로 이 남자야. 듬직한 체격에 온화한 미소, 그리고 소박하고 털털한 느낌의 남자야. 순애 씨와 이 남자가 만난 지는 벌써 1년째야. 그런데 이 만남에는 '절대 이름을 묻지 말 것', '만남은 일주일에 2번, 수요일과 일요일', '약속시간에서 30분이 지나도 안 오면 기다리지 말고 갈 것'이라는 특이한 조건이 있었어. 무슨 스파이들의 첩보 작전 같지? 그래서 순애 씨는 1년째 만나고 있는 이 남자의 이름을 몰라. 더 수상한 건, 두 사람이 만나는 장소야. 바로, 무덤 앞이었어. &'전 그때 나이가 19~20살이니까. 묘 앞에서 얘기하기가 싫었거든요. 차마 용기가 없어서 '왜 묘 앞에서 만나냐'는 소리는 못 했지만, 묘 앞에서 장시간 앉아서 얘기를 했어요.&' -신순애, 당시 22살 두 사람은 생판 모르는 남의 무덤 앞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어. 남자가 순애 씨에게 원한 건 딱 하나,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달라는 거였어. 남자가 질문을 하면, 순애 씨는 대답했어. 그 질문은 순애 씨의 일과 관련된 것들이었어. &'월급은 얼마 받나&',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나&', &'일하는 곳은 어떻게 생겼나&' 이런 시시콜콜한 것들. 당시 순애 씨는 평화시장 봉제공장에 다니고 있었어. 평화시장 봉제공장은 '닭장'이라 불릴 만큼 환경이 열악한 곳이야. 순애 씨는 13살부터 이곳에서 여공으로 일했어.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허리도 못 펴고 미싱을 돌렸어. 순애 씨는 이 남자를 만나는 날이면 신이 났어. 여공인 자신을 이렇게 궁금해하는 남자는 처음이었거든. 게다가 눈 한 번 안 돌리고 진지하게 경청하는 남자의 태도가 감동이었어. 그런데 어느 날, 남자로부터 소식이 뚝 끊겼어.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러 이 남자가 다시 순애 씨 앞에 나타났어. 그런데 털털했던 모습은 어디 가고,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나타났어. 그리고 이 남자는 순애 씨에게 &'이제 우리 못 볼 거다&'라고 말해. 그러면서 덧붙여. &'저 지금, 자수하러 갑니다&'라고. 그렇게 이름도 모른 채 사라진 이 남자, 과연 정체가 뭘까? 그로부터 10년 후인 1986년 7월. 인천의 한 교도소 접견실에 수의를 입은 누군가가 앉아있어. 이 사람이야. 22 세 권인숙 씨. 창백하고 야윈 모습이 며칠째 잠도 못 잔 거 같아. 그리고 인숙 씨 맞은편에는 한 남자가 앉아있어. 이 남자는 인숙 씨에게 &'괴롭겠지만, 이야기를 자 세히 들려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말해. 앞서 순애 씨한테 이야기를 해달라 한 것처럼. 맞아, 순애 씨와 인숙 씨가 만난 사람은 같은 남자야. 바로 이 사람. 이름은 조영래, 직업은 변호사야. 근데 아까, 순애 씨에게 자수하러 간다고 했잖아? 10년 전에 순애 씨를 만났을 때는, 변호사가 되기 전이야.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유신 반대운동을 하다가, 주동자로 몰려 도피생활 중이었어. 그래서 이름도 밝히지 못하고 순애 씨를 무덤 앞에서 만났던 거야. 교도소 접견실에서 만난 조 변호사가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요청하자 인숙 씨는 이렇게 대답했어. &'제가 당한 일을 폭로하고 싶어요&'라고. 인숙 씨는 무슨 일을 당했길래, 폭로하고 싶다는 걸까? 이 일이 일어난 건 한 달 전이야. ▲ 경찰서 안에서 자행된 끔찍한 악몽 인숙 씨는 자취방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어.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고, 남자 두 명이 들이닥쳤어. 이들은 다짜고짜 방을 막 뒤졌고, 뭔가를 찾아냈어. 그러더니 &'우리랑 좀 같이 가야겠어&'라며 인숙 씨를 어디론가 데려갔어. 인숙 씨가 도착한 곳은 부천 경찰서. 남자들의 정체는 형사였어. 형사들이 인숙 씨의 방에서 찾아낸 건, 인숙 씨의 주민등록증과 이력서였어. 그런데 주민등록증과 이력서가 좀 이상해. 사진은 인숙 씨 사진인데, 이름은 '김 현숙'으로 되어있어. 주민번호, 주소, 학력, 다 가짜야. 그동안 인숙 씨는 남의 신분으로 살아온 거야. 왜 이런 신분 세탁을 한 걸까? 가짜 김 현숙, 인숙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어. &'그때는 위장취업자라는 게 국가 정부의 경계심이 아주 크게 올라왔던 때예요. '위장 취업한 사람들이 누굴까' 그걸 찾아내는 과정이 아주 요란했었고요. 그때 신분조회를 다 해보는 그런 분위기였거든요.&' -권인숙, 現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한마디로 신분을 속이고 취업을 한 거지. 인숙 씨의 진짜 학력은 중졸이 아니고 대학 중퇴야. 그것도 서울대. 근데 왜 일부러 스펙을 낮춘 걸까. 공장에 취직하려고 한 거야. 인숙 씨는 운동권 학생이었거든. 당시엔 학생 신분을 버리고 노동 현장에 뛰어드는 운동권이 많았어. 야학을 열거나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했어. 공장 사장님들은 이런 사람들이 반가울 수가 없지. 당시 분위기는 노동자를 선동하는 불순 세력, 빨갱이라 생각했어. 그래서 업주들도, 정권도, 학생 출신 노동자를 솎아내려 혈안이 되어있었어. 이런 상황에 이력서에 '대학생'이라 썼다? 당연히 취업이 안되지. 그래서 신분 세탁을 하는 거야. 공문서, 사문서를 위조한 거니 이건 당연히 불법이야. 인숙 씨는 남의 신분증으로 공장에 취업했다고 경찰에 순순히 자백했어. 자백했으니 검찰로 넘겨지거나, 운이 좋으면 훈방조치도 가능해. 그런데 그다음 날, 더 강도 높은 심문이 이어졌어. 경찰은 인숙 씨에게 자꾸 선배들, 친구들 이름을 대라고 강요했어. 대답이 제대로 안 나오니 폭력까지 휘둘러. 뺨을 때리고 주먹으로 사정없이 구타했어.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인숙 씨를 미끼로 거물을 잡으려는 거야. 이때는 1986년이야, 87년 6월 민주항쟁이 일어나기 1년 전이야. 민주화의 함성이 점점 높아지고 위기를 느낀 전두환 정권의 탄압도 무자비하던 시절이야. 인숙 씨가 체포되기 한 달 전에는 '인천 5.3 민주항쟁'이라는 대규모 시위도 있었어. 수백 명이 잡혀서 고문당했고, 전국에 시위 주동자 검거령이 내려졌어. 경찰 내부에서는 '다른 어떤 범죄보다 우선해서 수사해라', '주동자 검거하면 특진에 표창까지 내린다'는 말이 돌았어. 그러니 경찰들은 검거를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지. 인숙 씨를 통해서 '인천 5.3 항쟁' 핵심 인물들을 찾으려고 한 거야. 인숙 씨가 경찰서 보호소에 갇힌 지 3일째 되던 6월 6일 새벽 4시. 형사가 인숙 씨를 부르더니 대뜸 따라오래. 갔더니 새벽인데 경찰들이 모여있어. 분위기가 뭔가 살벌해. 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인숙 씨를 노려봐. 경찰 서장이어. &'권양, 수사에 이렇게 협조 안 해서 되겠어?&'라며 잔뜩 짜증난 목소리로 말하더니 휙 나가버려. 그러더니 완장을 찬 또 다른 형사가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자네가 맡아서 해&'라고 지시했어. 거기엔 이 남자가 서 있었어. 문귀동, 계급은 경장이야. &'어떤 종류의 사람하고 비교해도 아주 무서운 인상의 얼굴이 시커멓고 눈도 굉장히 무섭게 생겨서.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질 만큼 압도하는 뭔가가 있었던 그런 외모의 사람이었어요.&' -권인숙 국회의원 문 경장은 인숙 씨를 다른 방으로 데려갔어. 방안에는 단 둘뿐이야. 문 경장은 인숙 씨에게 &'5.3 인천사태 관련자 누구 알아?&'라고 추궁했어. 인숙 씨는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했어.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인숙 씨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 하지만 아무리 모른다고 해도 소용없었어. 문 경장은 안 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어. 그리고 일어나서 인숙 씨 앞으로 왔어. 인숙 씨는 몸이 덜덜 떨려. 잔뜩 겁에 질렸어. 문 경장은 인숙 씨에게 &'남방을 벗어&'라고 시켰어. 인숙 씨는 시키는 대로 남방을 벗었어. 흰색 반팔 티셔츠만 입은 차림이야. 그 후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났어. 문 경장이 인숙 씨가 입고 있던 티셔츠와 속옷을 들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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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3.17 |
방송/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