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쉽] 주4일제 하면 회사가 망할까?…'월화수목토토토'를 위한 실험들이 말하는 것
...하는 생각으로 앤드류 반즈는 자신의 회사에 주4일제를 도입했다. 반즈는 인사 전문 사이트인 SHRM과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했더니 직원들 스스로 시간낭비를 없애고 일에 집중하더라. 그래서 성과가 더 났다.&'고 말했다. 주2일 쉬던 직장인이 3일을 쉬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 혜택이 사라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일을 열심히 할 강한 동기로 작용하며, 또 그래야 한다는 말이다. 주4일제 실험이 실패하는 경우 그런데, 시범 운영중에는 4일만 일하고도 회사가 잘 돌아가다가, 점차 성과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미국 라스베가스에 있는 매트리스 비교 검색 사이트 '슬럼버 야드'는 직원 12명의 스타트업이지만 업계 1위 기업이다. 이 회사는 2018년, 두달 동안 주4일 근무제를 시범 실시했다. 회사 사정상 근무시간을 줄일 수는 없고 사람을 더 뽑을 수도 없어, 1일 근무를 8시간에서 10시간으로 늘리고, 대신 하루를 더 쉬는 형태로 근무했다. 그래도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사실에 직원들은 흥분했고, 매우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좋았다. 회사 공동설립자인 맷 로스는 SHRM 인터뷰에서 &'처음엔 다들 이거 홈런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시일이 지날수록 직원들의 긴장이 풀어지기 시작했다. 모여서 잡담하거나 딴짓하는 시간이 길어졌고, 회사가 제공하는 각종 간식류 소비가 늘었다. 성과는 나빠지는데 부식비가 한달에 500달러 가까이 불어나자, 견디지 못하고 회사는 원래의 8시간 5일 근무제로 복귀했다. '호손 효과(Hawthorne effect)'가 작용해, 시범실시 기간에만 반짝 성과가 날 수도 있다. 호손 효과란, 자신의 행동이 관찰되고 있음을 인지할 때, 자신의 행동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조정 또는 순화시키는 반응을 뜻한다. 어떤 직장에서 주4일제를 시범 실시할 경우, 직원들이 '시범'의 성공을 위해 처음에는 매우 열심히 일하다가 4일제가 일상이 되고 시간이 흐르면 평소 수준의 근무 집중도로 돌아가버릴 수 있다. 고용주 측 입장에 선 전문가들은, 이런 호손 효과로 나타난 시범 결과에 현혹돼 섣불리 주4일제를 실시했다간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출근했다고 다 열심히 일하나? - 직장인의 시간 소비 실태는 5일에 하던 일을 4일에 해내려면 시간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원들은 어떤 이유로 시간을 낭비하게 될까? 인사전문기업 크로노스가 8개국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인도, 멕시코) 3천여 명의 전일제(1일8시간 주5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이들 중 45%는, 방해받지 않고 집중해서 일한다면 하루 일 마치는데 5시간 반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 37%의 응답자는, 사실 주 40시간이라는 시간이 업무를 완수하기에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업무와 별 관계도 없고 조직의 성과에도 별 도움을 못 주는 잡일 때문에 일터에서 시간을 까먹게 된다는 답변은 86%에 달했다. 그런 잡일로 날리는 시간이 하루 1시간 이상이라는 답변은 41%였다. 직장에서 시간을 허비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장 많았던 답변은 '남이 저지른 문제의 뒤치다꺼리(22%)' ,행정 잡무(17%) , 불필요한 회의(11%), 이메일(11% -우리나라로 치면 '카톡'을 포함해 생각해야 한다), 고객에게 시달림(11%)등이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세대별로 다른 특성이 나타났다고 한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남이 저지른 문제의 뒷수습'이라는 답변이 26%로 높게 나타난 반면, 젠지(GenZ)세대에서는 직원간의 갈등(9%)이라는 답변이 높게 나왔다.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소셜미디어(10%)를 꼽았다. 국가나 업종, 기업규모, 세대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어느 직장에서나 상황은 비슷하지 않을까. 중요한 가치를 창출하는 일에 직원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시간 낭비 요인을 줄이는 것이 주4일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준비라는 시사점을 준다. 주4일제를 도입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들 주4일제를 잘 정착시킨 회사들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충주의 화장품 제조회사 에네스티는 10년 넘게 4일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회사 규모도 커졌지만, 처음부터 안정적으로 정착됐던 건 아니라고 한다. 4일제 전환 초기에는 출ㆍ퇴근시간을 오전 8시 30분, 오후 6시 30분으로 늘려 근무시간을 연장하고. 2년 간은 임금도 동결했다는 것이다. 중소제조업 특성상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연차를 쓰면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 다 함께 연차를 쓰는 공동연차(7일)를 도입해, 설이나 추석 연휴 앞뒤로 하루씩 더 쉬도록 했다. 에듀윌은 사람을 더 뽑았다. 주4일제 시행 전 470명이던 에듀윌 직원은 현재 780명 수준으로 늘었다. 2019년 1월 회사에서 주4일제 시행 방침을 공지하면서 추가 소요 인원을 부서별로 파악했고, 실제로 더 뽑았다고 한다. 누가 언제 쉬는지, 휴무 일정과 업무진행상황을 공유하고 불필요한 잡일을 줄이는 등, 업무 체계 합리화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일본MS는 주4일제 실험 자체 평가에서 아래와 같은 점들이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4일제 전환을 생각하는 조직이 있다면 사전에 고민해봐야 할 내용들이다. ① 사원은 &'다양한 일 방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부응해야 한다. ② (스마트하고 유연한 근무를 위한 도구를)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었던 사원/부서와 그렇지 못했던 사원/부서의 격차가 나타났다. 이를 해소해야 한다. ③ 아직 일부 매니저/부문에서 일하는 방법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④ 우리 회사의 근무일수 축소 챌린지가 고객에게 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원/부문이 있었다. 고객에게도 이 챌린지를 공유하려고 긍정적으로 시도하는 사원/부문도 있었다. 주5일제는 '자연법칙' 아니다...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 노동시간을 더 줄이면 큰일 나는 것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주5일 40시간제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진화의 한 과정일 뿐이다. 산업화 이후 노동시간은 꾸준히 줄어왔지만 그로 인해 경제가 망하는 일은 한번도 벌어지지 않았다. 사실, 산업 역사상 노동시간 축소의 가장 큰 계기를 제공한 사람은 희대의 자본가, 자동차왕 헨리 포드였다. 그는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가져야 포드 자동차를 더 많이 살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노동시간 단축과 급여 인상에 선구적으로 앞장섰다. 고객의 구매력이 커져야 산업이 클 수 있다는 포드의 통찰은 자본주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다.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이 통찰은 여전히 유효하다. 지금까지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대부분 기업 또는 자본이 가져갔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직원의 실질임금 상승폭은 기업의 성장 또는 대주주들의 자산증식 폭에 훨씬 못 미친다. 주4일제 요구는, 이제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그 몫을 좀 더 나눠달라는 뜻이다. 섣부른 법제화는 금물...'근무의 유연성'부터 해결해야 다만, 새로운 제도는 뜻이 좋더라도, 도입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에 무리가 간다는 걸 이번 정부의 경제정책들이 이미 보여줬다. 주4일제가 인기있는 정치적 상품으로 소비되다 경직된 제도로 섣불리 법제화된다면, 갑이 을에게 노동시간을 외주화하는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근로계층간의 양극화는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몇 시간 일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성과를 냈느냐에 따라 보상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가 조정되어야 보다 많은 기업들의 참여가 가능하다는 문제도 있다. 해외 논의들을 보면, 4일제 전환을 하는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논의를 하지, 4일제를 못하는 회사들을 어떻게 벌줄까 하는 논의는 하지 않는다. 4일제를 선택한 직장 안에서도 대부분 '가능한 부서 또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주4일 플랜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재택근무 확대나 유연 출퇴근 같은 다른 옵션을 제시한 경우가 많았다. 이게 중요하다. 국내 기업 현실상 근로 일수 단축이 어렵다면, 직원들에게 유연성과 자율성이라도 늘려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기업은 업무 프로세스 합리화, 효율화라는 성과까지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이너 : 명하은, 박정하)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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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6 |
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