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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버려라!" 판관 포청천이 호통치자 섬이 생겼다 [스프]

[종횡만리, 성시인문(縱橫萬里 城市人文) ⑦] 과거 포청천의 고을에서 이젠 전기차의 생산기지로 - 짜오칭(肇慶)

한재혁 중국본색 드라마 속 포청천. 출처 : 바이두
30년 전 국내 지상파 방송에서 방영되어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판관(判官) 포청천(包靑天)'이 최근 케이블과 OTT를 통해 재방영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90년대 타이완에서 제작된 옛 추억 속의 드라마는 지금 보면 촌스럽기도 하고 단순한 권선징악의 스토리지만, 사리사욕 없이 공정하게 악의 무리들을 찾아내 징벌하는 주인공 포청천의 모습은 세월과 공간을 넘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속시원한 공감을 만들어낸다.

포청천의 우물(包公井,빠오꿍징). 출처 : 바이두
우리가 포청천으로 알고 있는 이의 본명은 포증(包拯, 빠오쩡)으로, 원래는 안훼이 허페이(合肥) 사람이다. 중국에서는 포공(包公, 빠오꿍)이라는 명칭으로 더 익숙하다. 송나라 초인 1027년 28세에 과거에 합격하여 장시(江西) 지역의 벼슬을 받았으나, 연로하신 부모님 곁을 떠날 수 없다 하여 부모님 곁을 지키다 돌아가신 후에야 관직에 나간다.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 남부 지역의 짜오칭(肇慶)에는 1041년 지부(知府)의 직위로 부임하였다.

당시에 두안저우(端州)라고 불리던 짜오칭은 고급 벼루인 두안얜(端硯)을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벼루는 문방사우(文房四友) 중 하나로 중국 사대부들에게는 꼭 필요한 문구이자 그 재질과 조각 등을 통해 자신의 품격을 드러내는 수단이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옛날부터 깐수(甘肅), 안훼이(安徽), 샨시(山西)와 함께 광둥(廣東)에서 생산되는 벼루를 4대 벼루로 평가하는데, 그중 두안쩌우의 두안얜을 단연 최고로 꼽는다. 먹이 잘 갈리고 부드러우며 여름이나 겨울이나 먹물이 잘 마르거나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한다.

포증의 부임 전부터 두안저우는 벼루를 황궁에 진상하였다. 포증의 전임 지부를 비롯한 그 지역의 관료들은 실제 진상 수량의 수십 배를 거둬들인 후 중앙 정부의 권세가들에게 본인들의 청탁을 위해 사용하여 백성들의 원성이 높았다. 포증은 부임 직후부터 벼루 생산량을 공물 수량에 맞춰 생산케 하고 공물용 벼루는 단 한 개도 손대지 않았다.

3년 후 이임할 때 포증이 배를 타고 짜오칭을 떠나는데 도중에 링양샤(羚羊峽)라는 협곡에 이르자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먹구름이 몰려오고 강물이 요동쳤다. 포증은 하늘이 노하신 징조라며 배를 수색하게 하였다. 결국 한 부하가 지인으로 받은 벼루 하나를 숨기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강물에 버리게 하였더니 곧 날씨가 개이고 풍랑이 잦아져 떠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벼루를 버린 곳에는 작은 육지가 하나 생겼고, 후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전하며 현재는 이곳을 벼루섬(硯洲島, 얜저우다오)이라고 부른다.

3년간 짜오칭에 지부로 지내는 기간 동안 포증은 민생 개선에도 힘써 백성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과거 지역 주민들이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여 위생과 건강 문제가 많았는데, 포증의 지시로 여러 곳에 우물을 파서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현재까지도 7군데 우물이 포공정(包公井, 빠오꿍징)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다. 민간에서는 포증이 요괴들을 잡아 이 우물 속에 가두었다는 이야기도 회자된다.

짜오칭의 유명 관광지이자 역대 수많은 문인들이 찾았던 명승지 칠성암(七星庵, 치싱얜)에는 포증의 유일한 서예 석각이 남아있다. 포증은 사실상의 첫 부임지인 짜오칭을 떠난 후 드라마에 주로 나오는 카이펑(開封)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관직을 맡았으며, 중국에서는 그의 청렴함과 애민 정신을 기리며 심지어 신(神)으로까지 모시고 참배하기도 한다.

대학자인 린위탕(林語堂)은 중국의 역사 인물 중 복이 많은 인물로 황제(黃帝), 주공(周公)과 포증을 꼽으면서, 그를 서양의 셜록 홈스와 비견키도 했다. 포증의 고향 안훼이에 있는 사당(包孝肅公祠)에는 그의 '청렴과 충정이 짜오칭에서 시작되었다(淸忠初積著端州)'고 적고 있다.

한재혁 중국본색 짜오칭 시내에 핀 바우히니아 꽃. 출처 : 바이두
짜오칭은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산수(山水)가 수려한 지역으로 꼽힌다. 남방의 따뜻한 기후와 아열대성 나무와 꽃들, 그리고 깨끗한 공기를 찾아 최근 들어 국내 관광객들이 자유여행, 힐링여행을 즐기러 많이 찾는다. 산속이나 호숫가에 한적한 펜션이나 호텔형 민박도 많다. 앞에서 포증이 벼루를 버려 벼루섬이 되었다는 얜저우다오(硯洲島)도 아름다운 풍광으로 젊은 층들이 많이 찾는 유명 레저 관광지가 되었다.

(좌) 벼루섬(砚洲岛,얜저우다오), (우) 짜오칭의 한 펜션. 출처 : 바이두
조용하고 한가로운 관광지로만 보이는 짜오칭이지만, 시내 기술개발구(肇慶高新區)에 가보게 되면 전혀 색다른 광경에 놀라게 된다. 차로 도로를 한참을 달려도 끝이 잘 보이지 않는 엄청난 크기의 전기자동차 제조공장과 바로 옆에는 역시 대규모의 배터리 생산공장이 들어서 있다. 샤오펑(小鵬, xpeng)과 CATL(寧德時代)의 공장이다. 서로 바로 옆에 건설되어 시너지 효과를 거둔다. 인근에는 70여 개의 협력업체도 있다.

이런 사례는 광둥성 내에 여러 곳이 더 있다. 얼마 전 하늘을 나는 전기차까지 선보인 샤오펑은 2017년부터 짜오칭에 투자해 왔으며 2022년 이곳에서만 13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했다. CATL은 2022년 5월부터 짜오칭에서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하였으며, 중국 내 13번째 생산기지이다. 2023년 생산액은 1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신에너지 자동차(新能源汽車) 산업은 짜오칭의 최대 중점산업(頭號工程)이다. 동시에 공급체인(供應鏈) 확장 및 유관 산업 발전을 이끌어 내고 있는데, 이를 남방의 대표적 식물이자 가지를 여러 개 떨어뜨려 뿌리로 생장해 번성하는 나무인 용수(榕樹, 롱슈)에 빚대어 '용수효과(榕樹效應)'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짜오칭의 이러한 움직임은 전통적으로 다른 광둥성 지역에 비해 뒤처진 첨단 및 서비스 산업 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짜오칭은 링난(嶺南) 문화와 광푸(廣府) 문화의 발상지 중 하나다. 송나라 때는 지방조직인 부(肇慶府)가 설치되었고, 명청 시기에는 양광총독의 주재지(兩廣總督府)이기도 했다. 송나라 때 만들어진 구청(古城)과 함께 치싱얜(七星庵), 후디에구(胡蝶谷) 등 기암괴석과 산과 계곡, 동굴 등 '작은 계림(小桂林, 샤오구이린)'이라고 불리며 특이한 지형의 관광지가 많다.

치싱얜(七星岩) 외경과 서예 석각. 출처 : 바이두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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