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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옥수수를 뜯어라'…가상악기와 AI 교과서 시대에 떠올리는 그 음색 그 기억 [스프]

[취향저격] (글 : 임희윤 음악평론가)

하모니카 하모니카
[MV] 박종성 - 그대 내게 다시

'도-라-시♭-라-솔-시'

싸리비로 마음결 쓸어내듯 애잔한 음색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습니다. 나도 몰래 '그대~ 내게~ 다시~' 하는 원곡 가사도 나지막이 따라 불렀지요. 지난달 12일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이 발표한 새 음반 '그대, 다시'의 첫 곡 '그대 내게 다시'의 첫 소절을 들으면서 말이에요. 원곡은 1992년 변진섭 5집에 실려 있었죠.

어린 시절만 해도 하모니카는 흔한 악기였습니다. 해질녘, 하늘이 붉어지면 동네 여기저기서 하모니카 소리가 정답게 담과 창 사이를 넘어 들려왔지요. 손바닥만 한 크기에 생각보다 큰 음량, 들숨과 날숨 모두 음표가 되고 선율과 화성마저 순식간에 넘나드는 이 신묘한 악기의 음향은 음악 이론을 몰라도 어린 마음을 깊게 파고들었습니다.

스프 취향저격
김광석 - 이등병의 편지

단소나 리코더 같은 단선율 악기로는 뭔가 부족했습니다. 피아노는 또 너무 거대하고 어려웠죠. 소리나는 옥수수, 하모니카는 다루기 만만하면서도 음색은 풍성하고 케이스까지 있어 멋스러웠습니다. 평소엔 집안 어딘가에 소품처럼 전시했다가 '이거 사실 나 불 줄 아는데' 하며 꺼내 연주하는 '플렉스'까지 가능했죠. 그래선지 '엉아'나 동생 녀석의 보물 1호, 선물 1순위로도 꼽혔습니다.

머리가 더 커질 무렵이었을 거예요. 김광석의 하모니카를 접했어요. '이등병의 편지'를 여는 한 줄기 갈바람 같은 음표 무더기가 동네에 지던 땅거미의 색채를 불러냈죠. 과거에 대한 그리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같은 것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들숨 하나, 날숨 하나에 담겨 폭풍처럼 가슴에 불어왔습니다. 휘휘 섞여 폭풍 쳤습니다.

요즘엔 웬일인지 하모니카가 잘 안 보이네요. 소리도 뜸하고요. 그러고 보면 바야흐로 가상 악기 전성시대입니다. 그래도 생존했습니다. 1970년대 신시사이저의 보급 이래 시퀀서(sequencer)와 미디(MIDI)의 시대까지 지나오면서도 아날로그 악기는 살아남았지요.

특히나 기타라는 악기는 컴퓨터로 재현하기 힘든, 손맛 나는 악기의 최후 보루처럼 여겨졌어요. 현(鉉)의 간섭 효과, 특유의 노이즈와 배음(倍音) 등이 가히 복잡계 물리학처럼 얽힌 기타 사운드의 특성만큼은, 키보드 눌러 소환하기 힘든 특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근년에 평론가들까지 깜빡 속인 노이즈 록(noise rock) 밴드 '파란노을'의 예에서 보듯, 가상 악기 기술은 전기기타의 굉음까지 컴퓨터로 그럴듯하게 모사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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