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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들이 최소한의 소득세도 내지 않는 이유, 세금을 걷는 방법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It's Time to Tax the Billionaires, by Gabriel Zuc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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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쥐크망은 파리경제대학과 UC 버클리의 경제학과 교수다.
 

1960년대,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냈다. 부자들에게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건 불평등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로,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푸드 스탬프 등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의 갑부들은 미국의 부 대부분을 독식하고 있다. 카네기나 록펠러가 살던 도금 시대(Gilded Age)보다도 부의 집중도가 높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부자들에게 적용된 세율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은 소득의 23%만 세금으로 낸다.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현재 부자들은 노동 계급보다 더 낮은 실효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
최근까지 갑부들이 세금을 얼마나 잘 내는지, 혹은 갖은 방법을 동원해 세금을 덜 내거나 안 내는지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의 금고를 채우고 비우는 세금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정당한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금에 관해 공개된 통계 자료는 설명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지난 몇 년간, 나는 다른 학자들과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연구 논문을 펴내고  을 썼다. 아직 많은 나라의 데이터를 모으지는 못했지만, 이미 확보한 자료에서 갑부들은 꾸준히 자기들이 내야 할 몫의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2016년 네덜란드에서 평균적인 납세자들은 소득의 45%를 세금으로 냈다. 그런데 억만장자에게 적용된 세율은 17%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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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들이 버는 돈에 비해 세금은 가장 덜 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아주 간단히 답하면 이렇다. 우리는 대개 봉급 생활자지만, 제프 베조스 같은 거물들은 이미 쌓아놓은 자기 재산으로 먹고 살기 때문이다. 베조스가 아직 아마존의 CEO였던 2019년, 그의 연봉은  8만 1,840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베조스는 2023년 한 해 300억 달러의 이윤을 내는 기업  아마존의 지분 10%를 소유하고 있다.

만약 아마존이 기업의 이익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돌려준다면, 베조스는 어마어마한 세금을 내야 한다. 배당금으로 받은 소득은 소득세 부과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존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버크셔 해서웨이나 테슬라도 마찬가지다. 대신 이 회사들은 계속해서 이윤을 회사에 재투자하고, 주주들은 계속해서 더 부유해진다.

베조스나 워런 버핏, 일론 머스크가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이들이 버는 돈 가운데 소득세를 매길 수 있는 소득은 아주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자산을 담보로 많은 돈을 빌려 엄청난 것들을 사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테슬라 주식을 담보로 130억 달러 규모의 비과세 대출을 받아  트위터를 인수했다.

2021년 7월 20일, 제프 베조스(가운데)가 블루 오리진 뉴 셰퍼드 로켓을 타고 우주를 비행한 뒤 지구로 돌아와 기자회견장으로 가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미국 말고 다른 나라에서 세금을 피하는 건 더 쉽다.

세계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를 예로 들어 보자. 세계 최대 럭셔리 브랜드인 LVMH의 창업자이자 CEO인  아르노의 주식은 공식적으로는 그가 소유한 지주회사가 소유하고 있다. 2023년 아르노의 지주회사는 LVMH의 배당금으로만 30억 달러를 받았다. 유럽의 다른 많은 나라와 마찬가지로  프랑스는 이런 배당금에 거의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서류상으로는 배당금을 받는 주체가 회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노는 지주회사 이름으로 돈을 쓰는 한 이 배당금을 마치 자기 개인 계좌에 있는 돈처럼 마음껏 쓸 수 있다.  자선단체에 기부하든 자신의  초호화 요트를 유지, 보수하는 데 쓰든 다른  회사를 더 사들이는 데 쓰든 상관없다.

예전에 부자들은 소득의 주요 원천이던 기업의 이익에 막대한 세금을 내야 했다. 또 그들이 상속인에게 물려주는 재산에는 상속세가 부과됐다. 그러나 법인세와 상속세 세율은 지난 반세기 동안 꾸준히 낮아졌다. 2018년 미국은 법인세 상한을 기존 35%에서 21%로 낮췄다. 이미 상속세는 사실상 사라진 뒤였다. 미국 가계 자산에 대비해 정부가 거둬들이는  세수는 1970년대와 비교했을 때 1/4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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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갑부에게 세금을 더 걷는 데 따르는 가장 큰 걸림돌은 부자들이 세금을 덜 걷는 나라로 이주해 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선 프랑스나 스웨덴, 독일에서 부를 쌓은 사람들이  스위스로 거주지를 마련한 경우가 많다. 스위스 주민이 되면 각자 고국에서보다 세금을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다. 갑부 중에 서류상 주소로 실제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여전히 이들이 세제 개혁을 추진하는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런 식의 조세 회피를 억제할 방법으로 국제적인 차원의 최저 세율을 도입하는 걸 생각해 볼 수 있다. 2021년,  130개 넘는 나라가 다국적 대기업의 이익에 최소한 15%의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에 동의했다. 기업이 본사를 어디에 두든 조세 협정에 따라 적어도 어느 정도 이상의 법인세를 내게 하는 규정이다.

지난 2월 나는  G20 재무장관 회의에 초청받았다. 이번에는 기업이 아니라 억만장자에게도 비슷한 방식의 조정된 최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에 관한 발표를 요청받았다. 사실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억만장자가 막대한 자산의 일부분을 매년 소득세로 내는 규정을 여러 나라들이 일괄적으로 도입하는 거다. 예를 들어 재산의 2%를 소득세로 낸다고 하면 2,100억 달러 자산가인 아르노는 매년 42억 달러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아르노는 현재 소득세를 사실상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이 제안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전 세계 정부의 세수는 지금보다 매년  2,500억 달러 늘어난다. 국제적인  최저 법인세를 통해 거둘 수 있는 수익보다 더 많다.

2014년 6월 8일 프렌치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을 관람하고 있는 베르나르 아르노. 사진 : 아바카 프레스
이 제안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미국에서는 이런 부유세가 위헌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새로운 세제에서 부과하는 세금은 철저히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이미 소득에 대한 적정한 세금을 내는 억만장자들은 추가로 낼 세금이 없다. 새로운 세제의 목표는 실제로는 막대한 소득을 거두면서 이를 대폭 줄여 신고함으로써 소득세를 내지 않는 편법을 쓰는 부자들에게 제대로 세금을 거두는 거다.

자산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저 세율을 적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거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우려는 다분히 과장됐다. 연구 결과, 미국 억만장자들의 자산 가운데 60%는 상장 기업의 주식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비공개 기업의 지분 형태로 투자돼 있는데, 이 경우엔 시장 가치가 비슷한 기업의 주가와 재무제표를 통해 재산을 산정해 세금을 매기면 된다.

최저 세율을 도입하는 데 있어 현실적으로 더 큰 장애물은 폭넓은 참여를 보장하는 일이다. 다국적 기업에  최저 법인세를 도입하는 협정에 참여하는 나라들은 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의 기업에 추가로 세금을 물릴 수 있다. 자연히 모든 나라가 협정에 참여할 유인이 생긴다. 억만장자에게 최저 세율을 일괄적으로 부과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스위스가 스위스에 주소를 둔 부자에게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가 대신 과세할 수 있게 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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