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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우울해진 건 정말 스마트폰 때문일까?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Are Smartphones Driving Our Teens to Depression? by David Wallace-Wells

0508 뉴욕타임스 번역 썸네일
 
*데이비드 월러스웰스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다음 이야기를 한 번 들어 보시라. 2007년 세상에 나온 애플의 아이폰은 이른바 스마트폰 혁명에 불을 댕겼고, 순식간에 세상을 바꿔놓았다. 2010년 애플이 스마트폰에 카메라 기능을 추가하면서 소셜미디어는 이미지 중심으로 바뀌었다. 특히 '셀카'가 핵심이 됐다. 이후 불과 5년 정도가 지나자 유년기와 청소년기의 자연스러운 속성 중 몇 가지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 자명해졌다. 특히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표현을 빌리면, 사춘기 청소년들의 삶에 "거대한 재구성"이 일어났다. 2010~2015년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지표가 갑자기 최악으로 치닫는다. 정신적인 고통, 절망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폭증했는데, 특히 이런 현상은 여성 청소년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젊은 여성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자해로 병원에 입원한 사례는 2009년에 바닥을 쳤다. 이후 이 수치는 최저점 언저리에서 서서히 늘어나다가 2012년 들어 한 차례 급증했고, 2016년부터는 증가세의 기울기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10년간 미국의 15~19세 여성 청소년이 자해로 응급실에 온 사례는 48%나 늘어났고, 10~14세의 경우 무려 188%나 급증했다.

또 다른 이야기도 들어 보시라. 2011년, 흔히 "오바마 케어"로 알려진 건강보험 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의 시행과 함께 미국 보건복지부는 여성 청소년들에게 매년 우울증 여부를 검사받을 것을 권장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검사 비용은 보험회사가 전부 부담하도록 했다. 또 2015년에는 보건복지부가 모든 병원이 다쳐서 내원한 환자의 부상이 자해인지 사고인지 기록하도록 규정을 바꿨다. 세계보건기구가 해당 사항을 의무로 해두는 게 좋다고 권장한 지 거의 20년이 지난 시점에 마침내 일어난 변화다. 병원들이 새로운 규정에 따라 자해 여부를 정확히 기록하기 시작하자, 자해로 입원한 환자의 비율은 순식간에 두 배가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살 생각을 어떻게 규정할지도 기준이 바뀐다.

병원이 환자의 내원, 의무 기록을 어떻게 기재해 보고할지에 관한 규정이 바뀐 영향은 지역마다 다를 것이다. 그 가운데 변화를 체계적으로 관찰한 뉴저지주의 사례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뉴저지주에서는 건강보험 개혁법이 시행되기 전에 이미 어린이의 90%가 의료보험에 가입해 있었다. 그런데 2016년 들어 갑자기 자살과 관련한 이유로 병원에 온 환자 수가 "거의 없다"에서 청소년 정신건강의 "위기"라 불러도 무방할 수준으로 급증한다. 연구진은 그 이유가 대부분 기록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정신건강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나타났다기보다 그전까지 환자가 병원을 찾은 이유를 기록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문제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위의 두 이야기는 모두 어느 정도 사실을 반영한다.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정서적으로 고통받는다고 답한 이들이 실제로 늘어나는 와중에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정신건강 문제로 상담받고 치료받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자, 상담을 받거나 약을 복용하는 걸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여기에 의무 기록을 기재하는 규정까지 바뀌자 이런 경향이 갑자기 급증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 (뉴저지 사례를 연구한 논문의 공저자 중 한 명인 아드리아나 코레도월드론은 자살 관련 생각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가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려스러울 정도로 심각하며, 기존의 여러 측정 방식은 자살 행동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제대로 파악하는 데 믿을 만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지난 몇 년간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담론 가운데 두 번째 이야기는 잘 듣지 못했다. 정신건강 문제를 대하는 문화적인 태도 변화, 검사 기준과 치료 지원 등 관련 규정의 변화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그보다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서 우울증이 급증하고,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한 건 대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탓이라는 설명이 대부분이었다.

약 6년 전, 하이트와 함께 연구하던 진 트웽게 교수가 쓴 장문의 칼럼이 세상의 주목을 받았을 때만 해도 과학자, 사회과학자, 평론가 중에는 스마트폰이 문제의 원흉이라는 주장에 회의적인 사람이 꽤 많았다. 이들은 반문했다.

청소년들이 정말 그렇게나 고통받고 있다고? 가뜩이나 복잡하고 정신없는 세상에서 단 하나의 기술을 이 거대한 문제의 원흉으로 꼽는 게 정말 맞는 걸까?

그러나 이후 사람들의 생각에도 몇 가지 변화가 생겼다. 우선 빅테크 기업의 미덕에 대한 자유주의적 관점이 바뀌었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미국 청소년에 관한 다양한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대학교 캠퍼스 문화가 그랬고, 정치적으로는 절망감이나 신경증, 급진주의나 체념이 마구 뒤섞여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정치적인 견해도 점차 갈렸고, 친구들과 얼마나 자주 어울리는지, 술을 얼마나 마시고, 섹스를 얼마나 하는지에 관한 데이터가 점점 더 쌓이면서 문제는 더 뚜렷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제 다음 두 가지 명제에 대체로 동의하게 됐다. 첫째,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은 정신건강 위기를 겪고 있다. 둘째, 이렇게 된 건 스마트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어린이들의 정신건강을 파괴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올봄 하이트 교수가 펴낸 새 책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는 출판과 동시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가디언은 이 책에 대한 서평에서 스마트폰을 "독이 가득한 주머니"로 묘사했고, 뉴요커는 Z세대가 "정신건강 비상사태"를 겪고 있으며, "소셜미디어는 젊은 사람들에게 해롭다"는 전제를 당연하게 받아들인 채 쓴 기고문을 실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진짜 공포를 알게 됐다"고 썼다.

그런데 우리가 과연 문제의 진짜 원인을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나? 지난 5년은 우리의 생각이 "정말 스마트폰 때문이야?"에서 "아마도 스마트폰이 문제인 것 같아" 정도로 바뀐 시간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대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에 관한 암울하기 짝이 없어 보이는 그래프와 자료들을 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개 자기 스마트폰 화면을 내려가면서 보고 있는 기성세대다. 우리는 다들 "스마트폰에 빼앗긴 시간"이 정신건강에 얼마나 나쁜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데이터는 뉴스 기사 제목처럼 단정적인 결론을 일관적으로 가리키지 않는다. 학부모와 스마트폰 중독자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정말 문제가 심각한지도 실은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오늘날 청소년의 정신건강 상태에 관해 정말로 무엇을,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걸까? 정서적인 고통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자살일 것이다. 지난 10여 년 사이 미국 15~19세 청소년의 자살률은 실제로 올랐다. 2009년에는 10만 명당 7.5명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면, 2021년엔 그 숫자가 11.8명으로 늘어났다. 다만 미국에서 자살률은 모든 연령대에 걸쳐 고르게 늘었다. 청소년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 이후 미국인의 자살률은 꾸준히 높아졌다. 그러므로 청소년의 자살률 증가도 우선 미국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 조망해야지, 인스타그램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더니 감정적으로 취약해지고, 우울증이 늘어나 그렇게 된 거라고 예단해선 안 된다. 또한, 미국을 제외한 다른 부유한 나라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지 않는다. 데이터로 보는 세상을 운영하는 맥스 로저는 최근 같은 시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스, 폴란드, 노르웨이, 벨기에에서는 10대 후반부터 20대 젊은이들 사이의 자살률이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의 경우만 자살률이 약간 높아졌다.

그렇다면 젊은 여성의 정신건강이 특별히 심각한 위기라고 볼 만한 지점이 있을까? 이코노미스트가 선진국 17개국의 데이터를 분석해 쓴 기사에 따르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지적이다. 2003년 이후 이들 나라에서 젊은 여성의 자살률은 약 17% 증가해 2020년 기준 10만 명당 3.5명이 됐다. 젊은 여성의 자살률은 보통 다른 연령 집단에 비하면 항상 낮았다.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를 보면, 남성 청소년의 자살률은 같은 기간 거의 변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젊은 여성의 자살률보다 두 배 정도고, 50대 남성은 무려 7배나 높다.

몇몇 나라에서는 젊은 여성의 자살률이 다른 인구 집단의 자살률을 따라잡는 우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다만 그 경향과 추세는 나라마다 사뭇 다르다. 2017년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덴마크는 10~19세 청소년이 자해로 입원한 사례가 2008년에서 2016년 사이 40% 이상 감소했다. 독일은 1980년대 초와 비교했을 때 현재 15~20세 여성의 자살률이 1/4에 불과하며, 지난 20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미국의 경우 젊은 남성의 자살률이 여전히 젊은 여성보다 3.5배 더 높으며, 최근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수가 더 많은 것도 젊은 여성보다 젊은 남성이다. 다만 10대 청소년 전체의 자살률은 2018년 이후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다. 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공개한 가장 최신 데이터인 2022년 데이터를 보면, 10~14세의 자살률은 18%, 15~24세의 자살률은 9% 낮아졌다.

자살률이 낮아졌다고 해서 이제 상황이 괜찮아졌다거나 우리 아이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 10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수준이고, 악화하고 있다는 증거도 많다. 또한,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끼친 영향이 크지 않다거나 청소년에게 해롭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도 섣부른 책임 회피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은 분명 우리를 바꿔놓았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누구나 지나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폰이 과연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신건강 위기를 일으키는지, 명백한 근거는 도대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자살률 데이터에서 명확한 결론을 뽑아내기는 쉽지 않다. 데이터에 나타나는 경향이 상당히 혼재돼 있어 분석하기 어렵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보다 절망의 지표를 더 분명히 드러내는 건 없지만, 자살률이 절망감을 비롯한 정신건강 문제를 들여다보는 가장 포괄적인 척도가 되기는 어렵다. 자살로 사망하는 사람은 극도의 절망감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절망에 빠진 사람이 모두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우울증과 정서적 불안으로 고통받는 10대 청소년의 숫자는 분명 급증했다. 그러나 동시에 정신건강에 대한 낙인이 줄어들어 정신과 진료나 상담을 받는 일의 문턱이 낮아진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데이터를 분석하면 매우 다른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

하이트 교수는 약물 남용 및 정신건강 서비스국이 시행한 미국 약물 사용 및 건강 조사 데이터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했다.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년 안에 주요 우울 증상을 겪었다"고 보고한 10대 여성 청소년의 숫자는 2005년에서 2017년 사이 50%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준 연령대는 조금 낮았지만) 마찬가지로 우울증을 겪었다고 보고한 10대 남성 청소년의 숫자는 75% 증가했다. 그런데 질병통제예방센터가 2년마다 진행하는 청소년 정신건강 조사를 보면, "최소 2주 이상 지속적으로 슬펐다"고 답한 청소년의 비율은 2005년 28.5%에서 2017년 31.5%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확히 같은 기간에 똑같이 미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지만, 한 연구는 청소년의 우울증이 급증했다는 결론을, 다른 연구는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스마트폰이 감정 장애를 촉발한 직접적인 원인이라면, 꼭 미국이 아니라도 스마트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감정 장애를 겪었어야 한다. 그러나 자살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그렇지 않았다. 영국에선 "기분이 우울하다"고 답한 젊은이의 비율이 2012년 31%에서 2020년 초엔 38%로, 2021년엔 41%까지 증가했다. 영국 청소년들은 분명 2000년대보다는 우울해 보이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1990년대 청소년과 비교하면 비슷한 정도의 우울증을 겪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가별 데이터를 살펴보면,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들이 세계 곳곳에서 늘어나고 있다. 특히 서유럽과 북미 국가들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루시 풀케스도 우울증 관련 데이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진단 기준의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슬픈 감정이나 우울한 상태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이를 진단, 치료하는 경향이 더 보편화한 나라에서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2015년에서 2021년 사이 10대 여성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많이 감소했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2006년에서 2018년 사이 청소년의 우울증 발병률이 35% 감소했다.

10대 청소년의 행복지수를 측정하는 조사는 대개 자신의 상태에 관해 응답자 스스로 답변한 것을 토대로 한다.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답변과 그 결론이 천차만별일 수 있다. 조너선 하이트는 여러 나라가 참여하는 국제 표준화 학업성취도 검사(PISA)에서 학생들이 추가 문항에 답변한 데이터를 자주 인용한다. 수학, 과학, 독해력의 학업 성취도를 측정하는 시험에 이어 검사는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얼마나 외로움을 느끼는지 묻는다. 이 답변을 통계 내 보면, 지난 10년 사이 학교생활에서 외롭다고 답한 학생이 많아졌다. 그러나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행복하다거나 만족한다고 답한 15~24세 청년들의 비중은 2013년부터 꾸준히 늘어났으며, 특히 여성 사이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13년 이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빠르게 늘어나던 시기와 겹친다. 그러나 만족도 조사에서 긍정적으로 답한 청년의 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첫 2년에 잠시 주춤했을 뿐 계속 증가했다. 지난 2020년 36개국의 청소년 90만 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조사는 2002년에서 2018년 사이 삶의 만족도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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