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꽃 피는 계절에만 만날 수 있는 그…'찰나의 마늘종' [스프]

[사까? 마까?] (글 : 정고메 작가)

스프 사까마까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산 밑을 따라 걸으면 아까시 향기가 가득하고, 말라가는 겹황매화는 먹으면 왠지 쌀과자 맛이 날 것만 같다. 힘찬 가지 끝에는 연보라색의 오동나무꽃이 우아하게 피어있고, 흐드러지게 핀 하얀 이팝나무꽃은 살랑이는 바람에도 슬로모션으로 빙그르르 돌며 낙화한다.

5월은 꽃의 계절이다. 우리가 먹는 채소들도 꽃을 피운다. 한국인의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마늘도 그렇다. 우리가 흔히 먹는 마늘은 양분을 저장하는 뿌리에 해당하고, 다른 식물들처럼 마늘도 꽃을 피우기 위해 줄기를 하늘 높이 뻗어 올린다.

꽃대를 올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모든 양분을 개화에 집중한다는 신호다. 구근에 저장된 양분도 꽃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마늘의 구근을 먹기 위해서는 꽃대를 잘라줘야만 한다. 이렇게 잘라낸 마늘의 꽃줄기가 바로 '마늘종'이다. (아쉽게도 마늘종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한다.)

정고메 마늘종 자료사진
마늘종 볶음은 어릴 때부터 최애 반찬이었다. 5월이 되면 엄마는 도시락 반찬으로 꼭 마늘종을 싸주셨다. 내 도시락은 대체로 마늘종, 오이소박이, 부추김치 같은 채소 반찬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점심시간마다 도시락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

어린이라면 하나씩은 갖춰야 할 공룡 모양의 너겟이나 동그란 떡갈비, 문어 모양 소시지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이가 어른들이나 먹을 것 같은 나물, 채소 반찬을 좋아한다고 밝히는 게 왠지 창피한 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집에서는 없어서 못 먹는 반찬들이었고, 그중에서도 마늘종은 단연 최고였다. 채소에서는 잘 찾아볼 수 없는 막대기 모양이 재미있었고 살짝 아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과 달큼하고도 짠맛, 기름의 풍미가 어우러져서 중독적이었다.

마늘종이 마늘의 꽃대라는 것은 채식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채소를 자주 접하고 매일 채소를 먹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가 먹는 채소의 일생으로 관심이 확장된다. 새롭게 알게 된 채소들 중에서도 마늘종은 특별한 매력이 많아서 더 마음이 간다.

국내산 마늘종은 1년 중 오로지 5월에만 만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중국산이고, 당연히 국내산 마늘종이 훨씬 맛이 좋다. 식물의 꽃줄기라는 독특한 부위라는 것, 마늘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꽃을 피우려는 마늘과 마늘을 먹으려는 인간의 대립이 만들어낸 독특한 결실이라는 점들이 마늘종을 특별하게 만든다.

맛은 더 유니크하다. 마늘보다는 덜하지만 생으로 먹으면 아린 매운맛이 꽤 살아있다. 살짝 데치면 매운맛은 날아가고 부드러운 단맛이 느껴진다. 데쳐도 경쾌한 아삭함이 살아있고 익은 마늘 특유의 풍미도 짙다. 구운 마늘종을 먹다 보면 '마늘향이 나는 아스파라거스'라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늘종은 단지 밑반찬의 위치에만 있기에는 아까운 채소다. 마늘종의 매력들을 알게 된 후로는 최애 반찬을 넘어서서 1년 중에서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제철 미식 채소 중 하나가 되었다.

마늘종은 지상부에 있어서 마늘에는 없는 영양성분들이 있다. 줄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섬유질과 수분이 풍부하고, 광합성하는 잎채소에 많은 비타민K, 항산화 비타민으로 알려진 비타민A(베타카로틴)와 비타민C가 많다. 섬유질, 무기질뿐만 아니라 비타민까지 섭취할 수 있으니, 영양적으로도 매력이 넘치지 않은가.

5월이 되면 마늘종으로 꼭 해 먹는 요리들을 가져왔다. 마늘종 나물, 마늘종 무침도 좋지만, 이 요리들이 마늘종의 특별함을 발견하게 해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늘종의 특별함을 발견하게 해주는 레시피들

1. 마늘종 소금구이

마늘종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살짝 데치거나 구워 먹는 방법이 최고다. 특히 올리브유와 소금에 버무려 팬에 구워 먹으면 아스파라거스처럼 고급스러운 음식이 된다. 가니쉬로도 좋고 다른 채소나 두부와 함께 구우면 메인 요리로도 훌륭하다.

정고메 마늘종 자료사진
- 재료: 마늘종 100g, 올리브오일 1T, 소금 1g, 후추 약간

마늘종을 깨끗하게 씻고 (프라이팬에 올릴 수 있는 크기로) 반으로 자른다. 올리브오일, 소금에 버무린 후 예열한 팬에 올려 중약불로 3~5분간 굽는다. 속까지 부드럽게 익어야 아린 맛이 덜하고, 겉면이 적당히 갈색으로 변해야 풍미가 좋다. 너무 익으면 식감이 흐물거리기 때문에 5분 이상은 익히지 않는다.


2. 들기름 마늘종 페스토

살짝 데친 마늘종의 부드러운 단맛과 생마늘종의 알싸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여기에 풍미를 더해주는 들기름과 견과류의 고소한 지방질을 더하면 마늘 맛 크림치즈가 따로 없다. 베이글이나 식빵, 크래커에 발라 먹어보시길. 작년 팝업 식당을 했을 때도 반응이 매우 좋았다!

정고메 마늘종 자료사진
- 재료: 마늘종 70g, 견과류 50g, 들기름 30g, 두유 30ml, 소금 2g

마늘종은 적당한 크기로 썰어 끓는 물에 1분간 데쳐 체에 밭쳐둔다.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믹서기로 곱게 갈아준다. 잘 갈아지지 않을 때는 두유를 조금씩 추가한다. 마늘종 줄기 하나는 생으로 잘게 다져서 마늘종 페스토와 섞는다. 냉장고에 두면 5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더 깊고 인사이트 넘치는 이야기는 스브스프리미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