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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통로 막히자…구멍 뚫고 먹이 찾는 야생동물들

<앵커>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지자체들이 멧돼지가 자주 다니는 숲속에 긴 울타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만 생각하고 만든 이 울타리 때문에 다른 야생동물들도 생태 통로가 막히면서 그들의 생명까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용식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인제의 한 숲속입니다.

밤이 되자 멧돼지 차단용 울타리에 멸종위기 1급인 산양이 나타납니다.

풀을 뜯어 먹으러 산 아래로 내려온 건데 철망이 파손된 곳을 통해 울타리를 넘나듭니다.

밤낮으로 산양과 노루 등이 드나들며 커다랗게 구멍이 뚫린 울타리도 있습니다.

울타리가 파손된 곳은 이곳 200여 미터 구간에서만 3곳입니다.

생태통로가 막히자, 산양이 뿔과 머리로 철망의 틈을 벌려 구멍을 낸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상훈/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 계속 밀어 올리니까 이렇게 들려간 거죠, 철사는 이렇게 매듭이 되어있던 게 풀린 거고.]

산양 배설물도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땅바닥 근처 작은 구멍에는 삵이 빠져나간 흔적도 있습니다.

숲속에 멧돼지 차단용 울타리를 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9년 11월부터입니다.

한 달 전 경기 연천에서 야생 멧돼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확인되자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환경부가 경기와 강원 등 4개 자치단체에 설치한 광역 울타리는 1천831km에 이릅니다.

SBS가 생태단절 피해를 지적하자 2년 전 설치를 중단했습니다.

하지만 울타리를 열지 않고 놔두면서 폭설이 내린 지난겨울 산양 900여 마리가 먹이를 구하지 못해 폐사한 것에 일부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상훈/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장 :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들만이라도 펜스(울타리)를 제거해주는 게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환경부는 내년 5월까지 인제와 양구지역 20개 지점의 울타리를 시범 개방해 생태계영향조사를 한 뒤 관리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민철, 화면제공 : 한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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