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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왜 떳떳하게 하지 못할까? 이스라엘을 지원하면서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Why Does the U.S. Arm Ukraine With Fanfare and Israel in Secret? by Nicholas Kristof

0506 뉴욕타임스 번역
 

*닉 크리스토프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때는 동네방네 이 사실을 알리려는 듯 확성기를 꺼내 든다. 예컨대 지난달 미국이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보낸다고 발표했을 때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우리는 용감한 우크라이나 국민을 도와 그들이 스스로 조국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특히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과정을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며 내역을 밝히곤 한다. "지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도 빼먹지 않는다.

그런데 지원하는 무기의 목적지가 이스라엘로 바뀌면 미국의 태도도 돌변한다. 미국 언론이나 이스라엘 언론에서 무기 지원에 관한 기사 한 줄 찾아보기가 어렵다. 이스라엘군에 무기를 지원할 때 바이든 행정부는 소리 소문 없이 진행하는 편을 선호하는 듯하다.

최근 하원에서 오랫동안 계류, 지연된 끝에 통과된  950억 달러(130조 원) 규모의 무기지원법 덕분에 무기 지원 과정의 투명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법안은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을 포함한 미국의 여러 동맹국에 대한 무기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자마자,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어떤 무기를 얼마나 지원한다는 내용은 곧바로 밝히면서도 이스라엘에는 어떤 무기를 얼마나 지원하는지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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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어떤 무기를 실어 보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사실 우크라이나의 경우엔 무척 쉽다. 국무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장비와 무기를 어떤 물건을 얼마나 실어 보냈는지  명세표에 일일이 적어놓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지난 수요일에 내용이 업데이트됐다. 그러나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은 보도자료 자체가 매우 드물다. 지난해 12월  9일과  29일에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를 긴급 승인했다는 짧은 내용의 국방부 보도자료가 두 건 있었다. 군사 지원 명세표에는 그동안 미국이 이스라엘에 역사적으로 어떤 지원을 했는지 개괄하는 서술이 있는데, 그마저도 지난해 10월 이후 업데이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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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정보는 기밀 브리핑에서 나오기도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다양한 미사일, 폭탄, 소형 무기를 포함한 무기 이전을 100차례 이상 시행했다는 사실을 의회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언론도 미국이 전쟁 이후 군용 수송기 244대와 수송선 20척을 이용해 무기 1만 톤 이상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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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히 말하면, 각각의 무기 이전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고 그에 따라 기준이 다르므로, 보고 체계와 요건도 다르다. 그러나 국무부 산하 무기 이전 담당 부서에서 11년간 일한 조시 폴은 국무부가 두 나라로의 무기 이전을 명백히 달리 취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이에 항의하며 국무부에서 사임했다.

"국무부가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의회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다 보내 공개하는 반면, 이스라엘로 무기를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선 정보를 거의 보내지 않으며, 소량의 정보도 대부분 기밀에 부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즉,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무기와 군사 장비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주기적으로 받는다.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낼 때마다 국무부가 앞장서서 이를 알리는 게 당연하다. 무기 지원 사실을 발표함으로써 유럽의 여러 동맹국에 우크라이나로 무기를 더 보내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는 효과도 있다. 반대로 민주당은 가자전쟁을 두고 반으로 갈라져 있다. 민주당 의원 중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스라엘로 보내는 무기를 줄이거나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 내홍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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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스라엘, 주이집트 미국대사를 지낸 다니엘 커처는 이렇게 말했다.

"행정부가 친이스라엘 커뮤니티에는 무기를 충분히 지원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알리겠지만, 반대로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가 우호적이지 않은 집단에는 굳이 이 사실을 알려 논란을 일으키지 않으려 해요. 어떻게든 정보가 새어 나가긴 하지만, 그래도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일은 없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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